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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본드킹’ 빌 그로스의 올해 선택은
입력 : 2013.02.04 13:5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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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그는 주식투자자들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다. 그가 던진 도전적인 주장은 바로 ‘주식숭배(Cult of Equity)’ 시대가 끝났다는 것. 앞으로 주식투자를 통해 과거에 거뒀던 높은 수익률을 더 이상 거둘 수 없다는 진단이다. 주식숭배는 제레미 시겔 펜실베니아대 와튼스쿨 교수가 주장한 것으로 지난 1912년 이후 주식이 연평균 6.6% 수익률을 기록, 장기적으로 주식이 채권보다 높은 수익을 올린 점을 들어 항상 주식이 채권보다 수익률이 높을 것이라는 주장을 담고 있다. 하지만 그로스 인플레이션 압력 외에 주식시장이라는 게 실물경기를 반영할 수밖에 없는데 미국 등 전 세계 경제가 저성장을 의미하는 뉴노멀 시대에 접어든 만큼 주식수익률이 좋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 자체가 합리적이지 않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 같은 그의 주장은 현재 월가 시장전망과는 정면 배치되는 것이다. 월가 전문가들은 지난 한 해 14% 급등한 대형주 중심의 S&P 500지수가 올해도 두 자릿수 성장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풍부한 유동성을 배경으로 전 세계 경제가 안정 국면에 접어들고 있고 지난해 채권으로만 몰렸던 투자자금이 주식으로 이동하는 그레이트 로테이션(Great Rotation) 현상이 강화되면서 주식이 최고의 투자수단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로스 창업자 주장이 맞을지 월가 전문가 진단이 맞을지는 올해 말이 되면 승부가 갈릴 것이다. 그로스 창업자는 그의 전문분야인 채권투자에서도 고수익을 기대하지 말라고 잘라 말한다. 미국 연준의 장기금리 하향 유도를 위한 양적완화로 채권금리가 이미 떨어질 만큼 떨어진 상태에서 추가적으로 채권금리 하락을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채권거품이 당장 터질 것으로는 보지 않고 있다. 연준이 열기구에 열기를 집어넣듯 지속적으로 채권을 사들이고 있기 때문에 채권 거품이 갑작스레 터지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로스 창업자는 연준 양적완화에도 불구하고 미국 국채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보고 지난 2011년 미국 국채비중을 확 줄였다가 참담한 수익률을 맛본 경험이 있다. 그때 얻은 교훈이 바로 미국 연준과 맞서지 말라는 것이다. 연준은 올 1월부터 시장에서 450억달러어치의 국채와 400억달러 규모의 주택담보증권(MBS) 등 총 850억달러씩의 채권자산을 사들이고 있다.
하지만 그로스 창업자도 결국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이 같은 양적완화 효과를 넘어서면서 채권가격이 하락 압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플레이션에 민감한 장기국채를 피하라고 주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처럼 인플레이션이 화두가 되는 세상에서 믿을 것은 실물자산, 그중에서도 금이 올해 최고의 투자대상이 될 것으로 그로스 창업자는 전망했다. 인플레이션 헤지차원에서 금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금값이 지속적인 상승세를 탈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로스 창업자는 금 외에도 원유와 같은 상품, 인플레이션율에 따라 금리도 올라가는 미국 인플레이션연동채권(TIPS), 신흥시장 주식을 유망 투자대상으로 꼽고 있다. 대신 올해 피해야 할 투자대상으로는 미국·독일·영국 장기국채, 은행·보험 등 금융주, 하이일드 채권을 지목했다.
빌 그로스 세계 최대 채권자산운용펀드 핌코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투자책임자(CIO)다.
1944년 미국 오하이오 미들타운에서 태어났고 캘리포니아대(UCLA)에서 경영학 석사학위(MBA)를 받았다. 1987년 핌코를 공동 설립한 뒤 지난 2000년 독일 보험사 알리안츠에 매각했고 현재 핌코 최대 펀드인 ‘토털 리턴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박봉권 매일경제 뉴욕 특파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9호(2013년 0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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