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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ia] 블루오션으로 부상한 저소득층 시장
입력 : 2011.01.17 17: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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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2000년대 초반 SK텔레콤은 인도 바르티(브랜드명 에어텔)로부터 사업협력 요청을 받았으나 시장 잠재력이 낮다고 거절했다. 바르티가 1억4125만 명의 가입자를 둔 인도 최대 이동통신사(시장 점유율 21.1%)로 부상한 지금 SK텔레콤은 어떤 심정일까?2010년 8월 말 현재 인도의 휴대전화 가입자 수는 무려 6억7060만명이다. 아주 저렴한 단말기 공급에다 세계에서 가장 낮은 이동통신 요금으로 ‘누구나’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인도 정부는 휴대전화 가입자 수가 2015년에 11억 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제는 우스갯소리가 아니라 그야말로 11억 인구를대상으로 ‘하나씩만 팔아도’가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 이렇게 상황이 달라진 원인은 무엇일까? 물론 인도의 1인당GDP가 2000년 450달러에서 2009년 1060달러에 이를 정도로 늘기는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기업들이 마케팅 전략을 바꾸었기때문이다. 즉 인도의 농촌 시장과 소득 피라미드 하층부(BOP)의엄청난 잠재력을 인식한 일부 선구적인 기업들이 혁신적인 마케팅전략을 구사함으로써 초거대 시장을 창출할 수 있었다.
BOP 시장의 중요성을 최초로 주장한 C.K. 프라할라드C · K프라할라드 교수
그러나 선진국 내수시장과 개도국의 대도시 시장조차 점차 포화상태가되자 선구적 기업들이 고민하기 시작했다.가장 실험적인 회사는 일용생활품을 판매하는 다국적기업 유니레버의 인도 자회사인 힌두스탄 유니레버(Hindustan UnileverLtd.: HUL)였다. HUL은 수송 인프라가 열악한 거대한 인도 땅에서 기존 방식으로 시골 마을들을 공략하기 위한 유통망을 확보하기에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드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샥티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이는 시골 마을에서 적당한 여성들을 선발해 중간 판매자로 훈련시켜 일가친척이나 동네 사람들에게 제품을 소개, 판매하게 했다. ‘샥티 암마(Shakti Amma: 힘 있는 엄마)’라 불리는 이 여성들은 마을에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어떤 제품에 대한 욕구가 있는지 등을 HUL에 제공하고, 마을 사람에게는 제품의 특성과 사용 방법을 알려주고 교육받은 여러 가지 정보나 지식들을 교육시킨다. 이런 샥티 암마들은 HUL로부터 매달3000~7000루피(65~155달러)를 받으며 가족과 이웃들을 새로운 소비자로 만들어 내는 ‘힘’을 발휘하고 있다.
저소득층 시장 개발의 ‘3A 원칙’(좌) 인도 저소득층의 생활 / (우) 인도 델리에 위치한 삼성전자 매장(왼쪽)과 LG전자 매장
세 번째 ‘이용 가능성(Availability)’을 높이기 위해서는 저소득층의소비 특성과 생활 및 구매 환경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제품을 혁신적으로 수정해야 한다. 그동안 전기, 수도, 도로 등 기초 인프라가갖춰지지 않은 시골 마을은 판매 불가 지역으로 분류됐지만 이제는 이를 극복하는 아이디어 싸움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휴대전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시골 소비자들의 휴대전화 배터리 충전을 위해 트럭에 배터리를 싣고 이동하면서 1회당 5루피를 받고 충전해 주고 있다. 삼성전자도 전압 안정기가 필요 없는 냉장고를 개발하고, 수질이 좋지 않은 농촌에서 사용 가능하도록 실버나노 기술을 도입한 반자동 세탁기를 출시했다.
한편, 저소득층이 아주 값싼 제품만을 구매하는 것은 아니다. 가격에 민감하기는 하지만 구매가치도 고려하며 제대로 브랜드를 인식한다. 인도에서 가장 신뢰받는 타타그룹의 자회사인 타이탄 인더스트리즈는 연간 보석 장신구의 60%를 소비하는 소도시 및 시골 시장을 타깃으로 2005년 ‘골드플러스(Gold Plus)’라는 브랜드를 출시했다. 이후 시골 가게에서 구매하던 농촌 사람들이 품질이나 가격을 더 믿을 수 있는 타타그룹의 타이탄 보석 제품을 구입하고 있다.
인도에서 BOP 시장 무시하고 성공할 수 없어 2008년 하반기 이후 불어 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로 조직화한(Organized) 분야에 종사하는 도시민의 소비가 직격탄을 맞자 인도 기업들은 농촌 지역으로 눈을 돌렸다. 승용차 1위 업체인 마루티스즈키는 1983년부터 자동차 판매를 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지방도시와 농촌에서 성장의 열쇠를 찾았다. 3년 전 ‘모든 집에 마루티를’을 장기 비전으로 정하고 지방도시와 농촌 지역의 농부, 교사, 은행원,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타깃 마케팅을 하고 있다. 지방 딜러망과 영업인력을 확충하고, 지방 금융권과 제휴해 할부금융을 활성화했다. 이런 노력 끝에 마루티는 2009년 상위 10개 도시에서 시장 점유율 49%를 보인 반면, 상위 30개 도시 이외 지역에서는 58%라는 높은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 인도 승용차업계 2위인 현대자동차도 이에 맞서 전국 딜러망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작년 289개에서 금년 말까지 320개로 늘릴 계획이다.
최대 이동통신업체인 바르티도 2007년 말부터 농촌 시장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휴대전화의 도시 시장 침투율은 80%에 달해 이미 성숙화한 반면 농촌 지역 침투율은 10~12%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신규 가입자의 60~70%가 농촌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바르티는 도시 지역에서 한 달간 유효한 30루피 충전 쿠폰을 농촌 지역에서는 10일간 유효한 10루피 단위로 판매하고 있다.
타타 모터스의 경차 ‘타타 나노’
[임정성/ 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호(2010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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