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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 전기차 시장서 철수한 LG엔솔‘전기차 허브 꿈 무산’ 현지 당혹감
입력 : 2025.04.30 11:4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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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인도네시아 배터리셀 공장. <사진=현대차 제공> 값싼 LFP배터리 시장 장악에
LG엔솔 주력 니켈 배터리 입지 좁아져
당국 정책적 지원도 혼선인도네시아가 우리 기업 LG에너지솔루션의 사업 철수로 당혹해 하고 있다.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한국의 배터리 기업을 대신할 새로운 투자가 있을 것이고, 인도네시아는 크고 미래가 밝다”고 했지만 내부적 충격은 감출 수 없는 모양새다.
현지 신문인 자카르타포스트는 30일 “LG에너지솔루션의 사업 철수는 인도네시아가 니켈 등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이를 가공하는 후방산업을 키우겠다는 야심찬 국가적 목표의 불편한 진실을 일깨웠다”고 꼬집었다.
신문은 LG에너지솔루션이 인도네시아를 떠나는 주요 이유 중 하나로 니켈이 들어가지 않는 중국의 LFP(리튬인산철)배터리가 현지 시장 점유율을 계속 넓혀가고 있는 것을 들었다. 이로 인해 니켈 기반 배터리 시장이 축소됐고, LG에너지솔루션이 사업 철수를 결정한 배경이 됐다는 것이다.
실제 인도네시아에서 지난해 판매된 4만3000대의 전기차 중 90%가 LFP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전기차도 대부분 중국산이다. 인도네시아 자동차 제조업체 협회에 따르면 현지 전기차 판매 1위는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인 BYD이며, 2위와 3위도 중국 업체다.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LFP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가 인기를 끄는 것은 가격 경쟁력이 있기 때문으로 파악되고 있다. LFP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배터리 회사들이 주력하는 삼원계(NCA·NCM) 대비 에너지밀도가 낮지만 가격이 저렴하다.
하지만 이 같은 시장 분위기가 조성된 것에 인도네시아 당국의 정책적 실기(?)가 한몫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인도네시아는 전기차 산업 활성화를 위해 각종 인센티브 정책을 펼치면서 니켈 기반 배터리뿐 아니라 LFP 배터리를 사용한 전기차에도 똑같은 혜택을 주고 있는데, 이로 인해 LG에너지솔루션이 주력하는 니켈 배터리의 경쟁력이 시장에서 발휘되기 힘든 구조였다는 것이다.
안드리 사트리오 누그로호 경제금융개발연구원 무역·산업 및 투자 센터 책임자는 “인도네시아의 전기차 정책이 더 저렴한 옵션으로 기울어지면서 니켈 기반 배터리에 대한 수요를 보호하지 못했다”면서 “시장의 논리를 간과한 인도네시아 정부가 전기차 배터리용 니켈 수요 확보에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프로젝트의 지분 구조를 놓고 LG 측과 인도네시아 정부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도 투자 철회의 이유로 거론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LG에너지솔루션측이 광산부터 정·제련, 소재, 배터리 생산까지 그랜드 패키지 사업 전 분야에서 지분을 투자해 사업을 이끌기를 원했지만, LG측은 이에 소극적이었다.
LG에너지솔루션 2020년에 체결한 84억 5000만 달러(약 11조 원) 규모의 ‘인도네시아 그랜드 패키지’ 전기차 배터리 프로젝트에서 최근 손을 뗀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런 가운데 인도네시아를 향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발걸음은 여전히 바쁜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행정부발 글로벌 관세 파고에도 불구하고 올 1분기 외국인 직접투자(FDI)가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자카르타 포스트는 전했다.
문수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