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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광섭 특파원의 차이나 프리즘] 中, ‘양회’서 “과학기술로 승부수” “내수 진작 최우선”… 트럼프 리스크는 부담
입력 : 2025.04.02 17: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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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연례 최대 정치행사 양회(兩會)의 한 축인 국정 자문기구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가 일주일간 일정을 마치고 막을 내렸다. <사진 연합뉴스> 중국의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와 전국인민대표대회)가 8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3월 11일 막을 내렸다. 중국 지도부는 이번 양회에서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 육성을 재차 강조하고 이를 주도하는 민간 기업에 힘을 실었다. 이를 통해 갈수록 고조되는 미·중 기술 경쟁과 무역 분쟁에 대응한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해마다 양회에서는 경제 성장 목표가 제시된다. 리창 국무원 총리는 지난 3월 5일 개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정부 공작보고(업무부고)에서 “올해 중국 경제 성장 목표를 ‘5% 안팎’으로 설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2023년부터 3년째 동일한 수치로 시장 예상치와도 일치한다.
토종 빅테크 앞세워 ‘기술 자립’ 총력전올해 양회에서는 경제 성장 목표보다 과학기술에 더 많은 관심이 쏠렸다. 실제 전인대 업무부고에서는 ‘과학’이 12회나 언급됐다. 지난해 언급 횟수가 6회인 점과 비교하면 두 배로 늘어난 것이다. 또 ▲체화지능(실제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AI탑재 로봇) ▲6세대 이동통신(6G) ▲휴머노이드로봇 ▲AI 스마트폰·PC 등의 단어도 올해 업무보고에서 처음으로 등장했다. 그만큼 과학기술 발전을 중시하고 있다는 의미다.
업무보고에서 공개한 올해 정부의 10대 핵심 과제에도 ‘과학기술 진흥’이 포함됐다. 리 총리는 “신품질 생산력을 개발하고 현대화된 산업체계 발전을 가속화한다”며 “과학기술을 통한 중국 진흥 전략을 전면적으로 추진한다”고 말했다. 올해 중앙정부의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도 전년보다 10.1% 늘린 3981억위안(약 80조원)으로 책정했다. 또 다음날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1조위안(약 200조원) 규모의 국가창업투자인도기금 설립 계획을 내놨다. 이러한 ‘기술 굴기’를 이끌고 있는 중국의 테크 기업 수장들도 이번 양회에서 주목을 받았다. 대표적인 인물이 중국 스마트폰·전기차 제조사인 샤오미의 창업자 레이쥔 회장이다. 레이 회장은 전인대 개막 당일 ‘대표 통로’에 섰다. 대표 통로는 전인대 대표를 상대로 한 집중 인터뷰 행사다. 당시 레이 회장은 “제조업은 중국의 근본이자 강국의 기초”라며 “샤오미는 제조업 발전의 건설자이자 수혜자로서 과학기술 혁신과 첨단화의 길을 걸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최근 샤오미의 기술 혁신의 성과를 공유하면서 “지난 15년간 과학기술 혁신의 중요성을 깊이 체감했다”며 “5년 전 향후 5년간 1000억위안(약 20조원)을 핵심기술에 투자하기로 했고 실제 이보다 많은 1050억위안(약 21조원)을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 2월 시진핑 국가주석 주재로 열린 민영기업 좌담회를 언급한 뒤 “민간 기업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지지를 깊이 느껴 자신감이 배가 됐다”며 “중국식 현대화에 계속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인 바이두의 창업자 리옌훙 바이두 회장은 지난 9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온라인 매체 ‘인민망’을 통해 이번 양회에 대한 소회를 전했다. 리 회장은 “업무보고에서는 ‘지능(智能·스마트)’이라는 단어가 10번, ‘대모형(大模型)’이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했다”며 “AI 분야 리더로서 매우 흥분되고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고 전했다. 이어 “국가가 AI를 중시하고 대모형의 광범위한 응용을 지원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AI업계가 나아갈 방향도 제시했다. 리 회장은 “우리는 기술 혁신을 통해 AI의 비용을 지속적으로 낮출 계획”이라며 “AI의 대규모 응용도 적극적으로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내수 진작에도 방점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위원인 쩡위췬 CATL 회장은 이번 양회에서 “에너지 저장 시장의 매커니즘을 완비하고 신형 에너지 저장의 활용 수준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과학기술과 함께 중국 지도부가 이번 양회에서 강조한 것은 ‘내수 진작’이다. 올해 정부의 10대 핵심 과제 중 최우선 과제이기도 하다. 업무보고에 등장한 ‘소비’도 지난해 21번보다 크게 늘어난 31번에 달했다. 이를 위해 리 총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대규모 설비·소비재를 교체하는 양신(兩新)사업과 국가급 중대형 전략·중점 안보능력을 건설하는 양중(兩重)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예고했다.
지난해부터 시행하고 있는 ‘이구환신(노후 제품을 새것으로 교체 지원)’ 정책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이구환신에 투입되는 지원금 규모는 지난해 1500억위안(약 30조원)에서 올해 3000억위안(약 60조원)으로 늘렸다. 이와 관련해 정산제 발개위 주임은 지난 3월 6일 기자회견에서 “소비 지출을 늘리기 위한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최근 여러 부서가 공동으로 ‘소비 진흥을 위한 특별 행동 계획’을 수립했고, 조만간 발표돼 곧 시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재정적자율을 확대해 지출 강도를 높이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같은 날 란포안 중국 재정부장은 “노인을 위해 도시·농촌 주민의 기초연금을 인상하고, 퇴직 근로자의 연금 수준도 적절히 인상해 3억여 명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학생의 경우 국가 학자금 대출에 대한 무이자 및 원금 상환 연기 정책을 계속 시행, 3400만 명 이상의 학생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정적자율도 역대 최고 수준인 국내총생산(GDP)의 4%로 늘렸다.
다만 ‘트럼프 리스크’는 중국 경제의 가장 큰 부담이다. 지난달부터 시작된 글로벌 ‘관세 전쟁’ 영향으로 중국 경제의 대외 환경 불확실성이 커지고 내수 부진에 따른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위기는 지속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리 총리는 업무보고에서 “지난 한세기 동안 보지 못한 세계적 변화가 빠르게 전개되면서 점점 더 복잡하고 심각한 외부 환경이 중국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앞서 미국 정부는 지난 2월 4일부터 두 차례에 걸쳐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총 20%포인트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중국 정부는 미국산 원자재와 농·축산물 등에 관세를 매기며 보복 조치에 나섰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들은 미·중 무역 갈등이 지속되면 중국의 대미(對美) 수출이 최대 30%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송광섭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