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국에 청계천 벤치마킹한 운하공원이 생겼다고?

    입력 : 2022.01.25 15:55:30

  • 태국의 수도 방콕에서 서울의 청계천 복원을 모델로 추진되고 있는 도심 운하공원이 개장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연말 방콕시는 청논시 운하공원의 1단계 중 200m 구간을 시민들에게 첫선을 보였다.

    2030년 완공 예정인 청논시 운하공원은 사톤가에서 나라티와 라짜나가린드라 7지역에 조성되고 있다. 전체 5개 구역으로 나뉘는 운하공원은 방콕의 한강인 짜오프라야강까지 이어지는 구간에 산책로도 조성할 예정인데, 총 길이가 9㎞에 달할 예정이다. 산책로는 올 8월이면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 영자신문인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이 사업의 총 예산은 300여억원에 달한다.

    방콕시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이 계획은 도시 내 고질적인 수질 오염 문제를 개선하고 녹지공간을 확대하겠다는 목표로 시작됐다. 이 계획의 이면에는 한때 동양의 베니스로 불렸던 방콕이 도심 난개발로 쇠락해진 이미지를 복원하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

    방콕포스트는 이와 관련해 “도심 개발로 도로와 주택이 무분별하게 들어서면서 여러 수로는 오염됐고 도시의 이미지 또한 훼손됐다”고 전했다.

    이 사업은 우리의 청계천 복원 프로젝트가 성공한 것에서 영감을 얻어 시작됐다. 이에 방콕시 측은 프로젝트 초창기부터 우리의 청계천 개발 과정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장 시절 청계천 개발을 직접 추진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직접 관련 경험을 태국 측에 전달하기 위해 방문을 추진하기도 했다.

    운하공원 건설 계획에 따르면 수질 개선은 방콕의 한강인 짜오프라야강의 물을 끌어다 이용할 예정이다. 운하가 완공되면 각종 오폐수는 운하에 설치된 배수시설을 통해 흘려보내고 수로의 물은 짜오프라야의 강물로 채우겠다는 것이다.

    녹지공간 확대와 관련해선 프로젝트가 완공되면 2030년까지 시민 1인당 녹지공간이 7.09㎡에서 10㎡로 늘어날 예정이라는 것이 방콕시 측의 설명이다.

    방콕의 물 관리는 그동안 해결되지 않는 숙제였다. 우기만 되면 집중 홍수로 인해 침수지역이 곳곳에서 발생한다. 도심 내 산재해 있는 수로 내 수질 또한 그리 좋지 않다. 이를 매번 해결하려 하지만 지금까지 별 성과는 없다.

    하지만 운하공원 건설계획이 발표된 이후 ‘이번에는 다를까’하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2020년 유엔해비타트로부터 아시아 도시경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는데, 이유는 지역사회 개발 프로젝트의 모델로 참조할 만하다는 것이다.

    실제 시민들에게 선보인 시범 구간에 대한 평은 일단 나쁘지 않다.

    도심 속 힐링 공간으로의 기대감도 크다. 운하공원이 들어서는 일대로는 중심상업지구여서 우뚝 솟은 큰 건물들이 즐비하다. 이런 곳에 맑은 물이 가로지르는 운하가 생기자 신선함을 표하는 이들도 꽤 된다. 이번 개장은 ‘테스트 버전’ 격이었지만 많은 시민들이 몰려 관심을 드러냈다. 특히 조명으로 어우러진 운하의 야경에 시민들은 높은 점수를 줬다.

    하지만 벌써부터 여러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태국 매체인 카오솟 영자판은 “서울 청계천의 보행자 길은 도로보다 낮은 위치에 있어 그곳을 걷다보면 주변의 차, 오토바이들과 분리돼 더없는 산책로로서의 역할을 하지만 청논시 운하는 그런 것이 부족한 것 같다”면서 “전체 완공이 됐을 때 이런 부분들이 보완됐으면 한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사업 진행과 관련한 정보가 불충분해 투명성이 부족해 보인다는 문제제기도 있다. 니라몬 세리사꾼쭐라롱껀대 건축학부 도시지역계획학과 조교수는 “운하공원 건설은 너무 서두르는 경향이 있고, 관련 정보도 제한돼 있으며 공공의 의견 취합도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운하 건설의 전후의 사진에는 익숙하지만 정작 필요한 물 관리나 교통 계획 등의 정보는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더해 청논시 운하 건설과 벤치마킹했다고 알려진 서울의 청계천 복원의 비슷한 점은 중심 상업지구에 있다는 것을 빼고는 찾을 수 없다는 뼈아픈 비판도 제기됐다. 게다가 애초 운하계획이 내세웠던 홍수 관리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수로가 배수 기능을 상실할 경우 어떻게 홍수 위험을 줄일지에 대한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방콕포스트는 전문가의 말을 빌려 “청계천의 경우 보행자 중심의 공간을 만든 동시에 홍수 통제 역량도 갖췄다”면서 “하지만 청논시 운하의 설계를 보면 배수 기능이 있다 하더라도 공원의 특정 구조물들이 물길을 방해할 수 있는 등의 문제점이 보인다”고 전했다.

    환경영향평가, 지역 사회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청문회 등이 진행되지 않아 절차적 하자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여러 의문들이 제기되자 한 시민단체는 태국 감사원에 이 사업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방콕시 측은 이 사업은 2007년 첫 구상이 이뤄졌고, 2011년 컨설팅 업체를 고용해 디자인과 비용 등에 관해 조사를 시작하는 등 충분한 사업 기간을 가졌다고 반박한다. 또 2015년 방콕시의 도시계획부와 쭐라롱껀 대학의 쭐라리서치와 함께 구도심 재생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짰으며, 운하 건설 연구과정에서 이해관계가 있는 각 지역 담당자들도 참여했다고 강조했다.

    방콕시 측은 “이행 과정에 있어서도 조달 규정에 맞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절차적 문제는 전혀 없다고 자신했다.

    삭차이 분마 방콕시 부지사는 “운하공원은 도시를 부흥시키고 삶의 질을 향상시킬 것”이라면서 “다른 도시의 운하에 녹지공간을 추가하는 모델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문수인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7호 (2022년 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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