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규식 특파원의 일본열도 통신] 최악 여건 뚫고 완주한 도쿄올림픽 ‘안전·안심’은 글쎄… 가장 비싼 올림픽에도 스가 내각 지지율 최저로 추락

    입력 : 2021.08.27 16:14:45

  • 도쿄올림픽의 개막일인 7월 23일 오후 도쿄국립경기장 주변 인도는 수천여 명의 사람들로 북적였다. 개막식을 포함해 무관중으로 치러지는 게 대부분이어서 경기장에 입장할 수 없지만 올림픽 분위기라도 느껴보려는 사람들이 몰렸다. 올림픽 폐막일인 8월 8일 삿포로에서 열린 마라톤 경기도 휴일 아침 이른 시간에도 골인 지점뿐 아니라 코스 곳곳의 인도에서 사람들이 밀집하거나 늘어서 응원을 했다. 일본 정부는 올림픽 기간 코로나19가 확산되는 것을 막겠다며 집에서 시청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경기장이나 부근이나 주요 올림픽 시설에서 이런 모습이 눈에 띄었다. 도쿄 오다이바의 제2 성화대 주변은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는데 폐막을 하루 앞둔 8월 7일 오후에도 이런 현상은 여전했다.

    이번 도쿄올림픽에 대한 평가와 논란, 일본 정치 등에 대한 파장 등을 좌우할 요소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바로 ‘올림픽 기간 코로나19의 빠른 확산’이다. 올림픽 기간 도쿄 등에는 긴급사태가 발령돼 외출을 자제하고 올림픽 응원도 TV 시청으로 해달라는 요청이 있었지만 많은 곳에서 지켜지지 않았다. 여기에 델타 변이의 전파력까지 더해지면서 올림픽 기간 일본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급증했다. 올림픽 기간과 이후의 코로나19 상황은 이번 가을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의 운명을 가를 자민당 총재선거와 중의원 선거에 영향을 미치고 일본 정계의 주요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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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1년 연기되는 우여곡절을 거치면서도 도쿄올림픽이 8월 8일 폐막을 하며 완주에 성공했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개최해냈다는 점과 방역 등 많은 제약에도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준 선수, 사상 최대의 금메달을 따낸 일본팀 등으로 일본 내에서는 어느 정도 긍정적 평가도 나온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전 세계 수십억 명이 이번 대회의 성공을 훌륭한 희망의 메시지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강조해온 ‘안전·안심 대회’가 달성됐는지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많다. 일본 정부가 도쿄에 대해 긴급사태를 유지해 음식점 등의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올림픽 선수·관계자 등에 대한 방역 작전도 펼쳤지만 델타 변이의 영향 등으로 올림픽 기간 코로나19가 빠르게 재확산됐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일본 정부는 당초 이번 올림픽을 ‘부흥 올림픽’으로 규정하며 2011년 동일본 대지진에서 회복했다는 것을 보이고 싶었지만, 해외관광객을 수용하지 않고 무관중으로 치러지며 이 성과도 제한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노 시게키 도쿄대 교수는 도쿄신문 칼럼을 통해 “선수들의 활약이 용기를 줬지만 복잡한 상황이 된 것에 대해 향후 검증이 필요하다”며 “코로나19 상황에 제동이 걸리지 않은 것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안전·안심의 신화가 파탄 났고 낙관적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올림픽을 강행한 정부·도쿄의 판단에 대해 그 타당성을 되물어야 할 것”이라며 “국민과 정부의 신뢰가 손상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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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자민당 총재·중의원 선거 코로나19·올림픽 성과 영향 미칠 듯 도쿄와 일본 전체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올림픽 기간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스가 총리가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감염 확대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을 정도이다. 개막일인 7월 23일 하루 확진자는 4225명이었으나 지난 6일(금)에는 1만5642명으로 2주 새 3.7배로 늘어난 데 이어 7일에는 1만5753명로 다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도쿄의 신규 확진자는 7월 23일 1359명이던 것이 지난 6일에는 4515명으로 늘었다. 급기야 올림픽 기간 중에 긴급사태가 확산됐다. 8월 2일 도쿄·오키나와에 발령돼 있던 긴급사태를 연장하고 수도권인 사이타마·가나가와·지바를 긴급사태 지역에 추가했다.

    일본 정부는 올림픽과 코로나19 확산의 연관성을 부정하고 있다. 스가 총리는 8월 6일 “올림픽이 코로나19의 감염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일본 정부에 코로나19 대책을 조언하는 오미 시게루 문가 분과회 회장 등 일부 전문가들은 올림픽으로 들뜬 사회 분위기 탓에 경계감이 느슨해졌을 수 있다는 견해를 보인다.

    패럴림픽(8월 24일~9월 5일)이 끝나면 일본은 차기총리를 정하는 본격적 정치 일정에 들어가고 여기에서도 올림픽부터 계속되고 있는 코로나19 이슈가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스가 총리의 자민당 총재 임기는 올해 9월 말까지이고 중의원의 임기는 10월 21일이다. 자민당 규정에 따르면 8월 중 총재 선거 일정을 결정해야 하는데 내달 29일 총재 선거를 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고 일부에서는 중의원 선거 후로 미루자는 주장도 나온다. 중의원은 9월 해산돼 10월 총선이 치러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에선 중의원 선거에서 승리한 정당의 대표가 국회에서 총리로 선출된다. 지지통신은 “올림픽의 축제 분위기를 연결시켜 중의원 선거나 자민당 총재 선거를 극복한다는 게 스가 총리의 계산이지만 코로나19 감염 확대로 어긋났다”며 “내각의 지지율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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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림픽 완주에도 스가 내각의 지지율은 하락세를 보이며 최저치로 내려갔다. 코로나19의 확산이 주요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아사히신문은 8월 7~8일 여론조사를 진행한 결과 스가 내각의 지지율이 전달에 비해 3%포인트 하락한 28%로 조사됐다고 지난 9일 보도했다. 스가 내각 지지율이 20%대로 내려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차 아베 신조 정권(2012년 12월~2020년 9월)의 아사히 여론조사 기준 최저 지지율인 29%(2020년 5월)보다도 낮은 수치다. 이번 조사에서 스가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전달에 비해 4%포인트 상승한 53%로 나타났다. 도쿄올림픽과 관련해 스가 총리가 강조한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대회’가 ‘이뤄졌다’는 답변은 32%에 그쳤고, ‘되지 않았다’는 답변은 54%에 달했다. 하지만 올림픽 개최에 대해서는 ‘좋았다’는 응답이 56%, ‘좋지 않았다’는 응답이 32%였다. 올해 9월 말로 자민당 총재 임기가 끝나는 스가 총리가 총재로 재선돼 총리를 계속하기를 원하느냐는 질문에는 60%가 ‘계속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답했다.

    도쿄올림픽이 남겨놓은 또 다른 부정적 요소는 ‘비용’이다. 코로나19로 1년 미뤄져 비용이 늘어난 데다 해외관광객의 입국을 허용하지 않고 무관중 올림픽이 돼 입장 수입도 거의 없어지면서 역대 가장 비싼 올림픽으로 불렸던 런던대회를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는 작년 말 올림픽 개최비용을 1조6440억엔(약 17조900억원)으로 추산했다. 코로나19로 올림픽이 1년 연기됨에 따라 추가된 비용 2940억엔이 포함된 금액이다. 티켓 수입은 거의 사라졌다.

    당초 일본은 도쿄올림픽·패럴림픽에 대해 1000만 장의 티켓을 팔아 900억엔의 수입을 올린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올림픽의 경우 티켓 판매의 기준이 되는 750여 개 시간대 중 입장이 가능한 건 3% 수준이고 입장할 수 있는 티켓은 4만 장에 머물렀다. 사실상 티켓 판매 수입은 거의 기대할 수 없다. 2012년 런던올림픽의 경우 현재 환율로 환산한 입장 수입이 1090억엔에 달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그동안 가장 비싼 올림픽으로 불렸던 런던올림픽의 비용은 약 17조8000억원이었다. 비용 면에서는 도쿄·런던올림픽이 큰 차이가 없지만, 티켓 수입도 감안하면 가장 비싼 올림픽의 자리는 도쿄가 차지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야모토 가쓰히로 간사이대 명예교수는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을 관중 없이 개최하는 경우 경제적 손실을 약 2조4133억엔으로 추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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