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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비즈니스 신세계’] INTERVIEW | 김상균 강원대 산업공학과 교수 “메타버스는 새로운 성장 변곡점, 플랫폼 시장 선도할 기회 열린다”
입력 : 2021.06.30 16:5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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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가 화두인 시대에 가장 바쁜 이는 단연 김상균 강원대 교수다. 메타버스의 태동기부터 현재까지 방송과 언론을 통해 새로운 플랫폼의 의미와 방향, 중요성에 대해 설파하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그가 낸 관련 서적만 3권, 그 기간 동안 만난 국내 기업은 200여 곳이나 된다. 김상균 교수에게 직접 지금 이 시기에 왜 메타버스가 중요한지 그 이유를 물었다. 그는 “인프라와 소비력이 갖춰지는 2022년이 메타버스의 원년이 될 것”이라며 “스마트폰 시대에 한국은 기기를 잡았지만 플랫폼은 놓쳤는데, 바로 이 플랫폼을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다시 왔다”고 설명했다.
김상균 강원대 산업공학과 교수
▷비슷하긴 한데 싸이월드에선 사용자들이 단방향 소비만 했어요. 갖춰진 재화를 소비하는 형식이지요. 현재 핫한 국내 메타버스 플랫폼을 보면 사용자가 직접 콘텐츠를 만들고 판매까지 할 수 있게 범위가 넓어졌습니다. 경제학적으로 소비자+공급자를 온전한 경제주체로 보는데 그런 개념이 메타버스에서도 구현된 것이죠.
▶메타버스가 가져올 가장 큰 변화라면.
▷모든 산업이 동일하게 고객과의 소통에 있어 전환기를 맞았어요. 메타버스의 주 이용층인 MZ세대의 패턴 중의 하나가 사람과 음성으로 대화하는 걸 꺼리는 거예요. 아바타로 소통하는 걸 선호하죠. 만약 홈쇼핑이라면 콜센터에서 응대하는 걸 과연 소비자들이 좋아하는지 이 부분부터 원론적으로 뒤집어 봐야 합니다. 유통업체가 최근 다수의 오프라인 매장을 없애고 메타버스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이유도 고객과의 소통이 달라지고 있다는 걸 감지했기 때문이죠.
▶코로나19 팬데믹이 메타버스 시대를 앞당겼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사실 2019년까지 메타버스는 얼리어답터들이 좋아할 만한 수준이었어요. 얼리어답터와 전기 다수 수용자(Early Majority) 사이엔 캐즘(Chasm ·일시적으로 수요가 정체하거나 후퇴하는 단절 현상)이라는 큰 벽이 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새로운 플랫폼을 거의 강제적으로 쓰기 시작하면서 그 벽을 자연스럽게 넘어선 거죠.
▶기업 입장에선 어떤 방향으로 메타버스를 사용해야 합니까.
▷제가 올해 만난 회사가 200여 개쯤 됩니다. 그건 기업들이 메타버스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증거일 수 있어요. 거의 모든 산업 분야가 메타버스의 영향을 받게 될 겁니다. 일례로 제품을 만드는 기업들은 유통사를 거치지 않고 D2C (Direct to Consumer)를 확대할 수 있다고 보고 있어요. 유통에 대한 주도권을 갖고 비용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죠. 유럽 자동차 브랜드 중 랜드로버는 VR로 시승행사를 열기도 했습니다. SUV를 타고 험로 주행을 떠올리는 이들에게 PC방 같은 공간에서 VR로 험로 주행을 할 수 있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했어요. 물론 비용도 확 줄었지요. 올봄에 조사한 미국 소비자들의 성향을 살펴보면 50~60%가 메타버스에서 자동차를 시승하고 구매하는 데 호의적이었습니다.
▶현재 가장 앞선 국내 기업을 꼽는다면.
▷플랫폼 면에선 네이버의 ‘제페토’나 하이브의 ‘위버스’가 앞서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두 플랫폼은 방향이 다릅니다. 제페토가 3D 형태라면 위버스는 2D 기반의 소셜미디어거든요. 위버스는 윗세대가 쓰기에도 불편하지 않을 겁니다. 메타버스라고 해서 인터페이스를 꼭 3차원 VR로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건 스마트폰 성능이 좋아야 제대로 구동시킬 수 있거든요. 스마트폰 사양인 낮은 해외 유저들이 위버스를 많이 이용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어느 한쪽이 답은 아닌데, 하이엔드 시장과 로엔드 시장을 동시에 고려해야 제대로 공략할 수 있습니다.
▶해외 시장에선 이미 여러 플랫폼이 운영되고 있는데요.
▷이미 수십 개의 플랫폼이 운영되고 있는데, 워낙 새롭고 신기한 플랫폼이 많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현재 유명세를 타고 있는 ‘로블록스’나 ‘포트나이트’가 시장을 장악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제페토에서 사용 중인 김상균 교수의 아바타
▷큰 차이는 없어요. 하지만 인프라가 다르니 당연히 내놓는 콘텐츠도 다릅니다. 국내에선 아무래도 하이엔드 쪽에 관심이 높죠. 사용자들이 스마트폰을 비롯해 대부분 좋은 디바이스를 쓰고 망도 훨씬 빠르기 때문인데, 그렇다고 3차원이나 화려한 비주얼이 정답은 아닙니다. 콘텐츠의 질이 높다는 게 아니라 그저 시각적인 화려함이 높은 것이죠.
▶그렇다면 국내 기업 입장에선 어떻게 메타버스에 접근해야 하는 겁니까.
▷저도 여러 기업의 플랫폼에 관여하고 있는데, 직접 플랫폼을 만드는 건 조심해야 한다고 말하곤 합니다. 시장이 성장하는 시기라 마음이 급한 건 이해하지만 아직 경험이 부족하잖아요. 이미 갖고 있는 플랫폼에 작은 프로젝트를 여러 개 실행해 보고 기업의 방향성과 맞는 프로젝트를 좀 더 깊게 가져가야 합니다.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많은 자금을 투입하는 건 그만큼 리스크를 늘리는 격이죠.
▶성공하는 메타버스의 조건이 있을 법한데요.
▷메타버스를 좋아하는 MZ세대의 특성으로 흔히 다양성과 포용성을 얘기합니다. 바로 그게 메타버스의 특성이에요. 아바타만 봐도 여러 다양성을 표현한 상대방의 아바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MZ세대가 제페토에서 가장 많이 하는 말 중 하나가 “반모하자”는 것이죠. 반말모드를 줄인 말인데, 이건 청소년들이 어른들에게 반말하겠다는 게 아니라 나이를 떠나서 똑같이 얘기하자는 거죠. 이렇듯 다양성과 포용성을 잘 표현한 플랫폼이 범용적인 플랫폼으로 성공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좋아도 부작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가장 걱정되는 건 신종범죄 측면입니다. 플랫폼 내에서 사회적 관계가 깊게 형성되다 보니 보이스 피싱하기에 더 좋은 환경이 됐어요. 디지털 재화에 대한 거래 사기, 성 관련 범죄도 부작용 중 하나죠. 그래서 로블록스는 사용자들이 직접 만나는 데이팅월드를 만들지 못하게 했어요. 하지만 그게 선제적인 예방이 될 순 없습니다.
▶메타버스 세상에 살기 위해서 어떤 준비를 해야 합니까.
▷전 레벨1부터 5까지 미션을 제시하곤 하는데, 첫째가 우선 아바타 만들어보기, 둘째가 아바타로 월드에 들어가보기, 셋째가 월드에서 만난 사람과 사진 찍기, 넷째는 월드 안에 내 공간 만들기, 마지막은 그 공간을 다른 사람에게 소개(홍보)하는 겁니다. 실제 이 단계로 이벤트를 진행하는 기업도 있어요. 직접 경험해보는 게 가장 빠르죠.
[안재형 기자 사진 김상균 교수 제공]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0호 (2021년 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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