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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택트 시대 유통·배송 플랫폼 빅뱅 | Part Ⅱ 위드 코로나에 생존기로 선 유통 공룡, 오프라인 매장 물류기지 삼아 온라인 대반격
입력 : 2021.01.26 16:5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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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의 중심인 사물인터넷(IoT)과 클라우드컴퓨팅(Cloud Computing), 빅데이터(Big Data), 모바일(Mobile) 등 신기술의 발전은 전 세계 유통혁명으로 이어졌다. 아마존과 알리바바 등 온라인 쇼핑몰이 글로벌 유통거인으로 급부상했고, 그 대척점에 선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의 장기화로 오프라인 매장은 폐점 공포가 현실이 됐다.
현대백화점 여의도점
국내 시장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코로나19로 인해 언택트 문화가 안착되며 오프라인 유통업계에 먹구름이 자욱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을 살펴보면 지난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유통사들의 명암이 확연히 갈린다. 국내 최대 쇼핑축제인 ‘코리아세일페스타’가 열렸던 지난해 11월 매출 증감률만 놓고 보면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11월 중순 이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매출이 급감하며 전체 매출이 감소했다. 반면 온라인 업체는 코리아세일페스타와 연계한 할인행사 등으로 전반적인 상품군에서 매출이 상승하며 전년 동월 대비 매출이 증가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1년 전(12조8521억원)보다 17.2% 증가한 15조631억원이었다. 온라인 쇼핑 거래액이 15조원을 넘어선 것은 2001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처음이다. 유통업계에서 “유동인구가 많은 상권에 대형 오프라인 점포를 내는 것보다 온라인 쇼핑몰 같이 빠른 배송체계를 갖추는 게 경쟁력의 핵심”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올해는 전통적인 오프라인 유통 공룡들의 반격이 예상된다. 내부적으론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신규 투자를 자제하며 체력을 비축했고, 외부적으론 치료제와 백신 등이 대반격의 버팀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 2분기에 최악의 성적표를 받은 탓에 해당 기간 실적 반등 폭이 클 것이란 기대감도 큰 상황이다.
대형 유통그룹들은 기존 점포를 온라인 배송에 맞게 재구성하거나 IT 기술을 투입해 전에 없던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온·오프라인을 통합한 새로운 플랫폼의 역할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다. 일례로 기존 매장을 배송기지로 전환해 당일배송, 즉시배송 등 특화된 서비스로 반격에 나서는 모양새다.
롯데쇼핑은 현재 백화점 35개점(국내 31개, 해외 4개), 아웃렛 21개점, 마트 179개점(국내 116개, 해외 63개), 온라인몰 등을 비롯해 홈쇼핑, 컬처웍스, 하이마트 등 유통 전 분야에서 사업영역을 확보한 상황이다. 지난해 4분기부터 지역 밀착 유통망을 중심으로 온라인 물류와 배송 차별화 역량을 확대하고 있다. 우선 롯데백화점은 오프라인 점포만 제공할 수 있는 고객경험 차별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점포 유형별 특성에 맞춰 MD 및 고객 전략을 세분화해, 점포별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예정이다. 새로운 고객층인 MZ세대를 겨냥한 마케팅 활동도 강화한다. 또한 롯데백화점 동탄점, 아웃렛 의왕점이 올해 오픈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서울 노원구 롯데마트 중계점에 설치된 온라인 배송 자동화 설비에서 직원들이 배송 물품을 확인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이마트와 SSG닷컴을 결합하는 모양새다. 온라인몰인 SSG닷컴 네오센터에서 새벽배송을 전담하고, 점포에서는 피킹앤드패킹(PP)센터를 구축해 당일배송에 대응하는 이원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첫 매장형 물류센터 ‘EOS(Emart Online Store)’ 청계천점을 열었다. 이 점포는 최대 20㎞ 거리에 있는 소비자가 온라인으로 상품을 주문하면 2시간 내 배송한다. 이를 위해 자동화된 상품 분류, 배송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런가 하면 현재 전국 이마트 매장 110여 곳에 PP센터가 설치돼 하루 최대 배송 처리 물량이 1년 새 20% 늘어난 6만 건으로 확대됐다. 이밖에 SSG닷컴은 이마트·신세계백화점 등 관계사들과 협업해 온라인 서비스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일례로 ‘매장 픽업서비스’의 경우 온라인에서 주문하면 가까운 이마트 매장에서 당일 상품 수령이 가능하다. SSG닷컴 앱을 통해 주문과 결제를 한번에 진행하는 ‘쓱오더’도 눈여겨볼 서비스다. 스타필드에 입점해 있는 유명 맛집에 줄을 서지 않아도 쓱오더를 통해 이용이 가능하다. 현재 스타필드 고양점을 시작으로 하남, 코엑스몰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백화점 현대식품관 투홈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현대식품관 투홈’으로 새벽배송 시장에 진입했다. 백화점 식품관 상품을 새벽에 받아볼 수 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가입자가 약 15만 명까지 늘었고, 매출도 목표치를 20% 넘게 달성했다. 특히 30대 여성 고객 중심으로 관심을 모아 재구매율이 69%를 기록했다. 현대백화점은 오는 2월 국내 세 번째 초고층 건물인 파크원(333m·69층) 상업시설에 지하 7층~지상 8층, 영업면적 8만9100㎡ 규모의 여의도점을 개장한다. 이곳엔 서울 최대 백화점 위상에 걸맞게 다양한 명품 브랜드가 입점할 예정이다.
또한 세계 최초 무인자동화 매장 아마존고(GO)의 기술을 활용한 매장도 입점해 ‘저스트 워크 아웃(상품을 들고 나가기만 하면 자동으로 결제가 이뤄지는)’ 서비스가 시행될 예정이다. 20·30대 밀레니얼 세대가 많은 지역 상권 특성에 맞춘 대형 체험형 매장인 밀레니얼관, 3300㎡ 규모 실내 정원과 실내 폭포 등 도심 속 휴식 공간도 포함돼 있다.
그런가 하면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 1월 4일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디지털 비전 선포식’을 열고 유통, 패션, 리빙·인테리어 등 3대 핵심 사업의 맞춤형 성장 전략과 함께 성장 가능성이 높은 미래 신수종 사업 진출 내용을 담은 중장기 계획 ‘비전 2030’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고객의 모든 일상을 책임지는 종합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변신해 지난해 20조원 규모인 그룹 연 매출을 10년 뒤 40조원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비전 2030은 향후 10년간 그룹의 지속 성장을 위한 사업 추진 전략을 구체화한 게 특징이다.
SSG닷컴 ‘네오’ 물류창고
현대홈쇼핑은 패션·뷰티 전문 몰 론칭,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사업 진출, 미디어커머스 강화를 검토하고 있다. 패션 부문은 새 프리미엄 패션 브랜드 론칭과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 확대에 주력한다. 식품 계열사 현대그린푸드는 맞춤형 건강식 사업을 확대하고 케어푸드 상품 다양화에도 속도를 낼 예정이다. 특히 급식 부문에서 맞춤형 건강 식단과 일대일 영양 상담 등을 제공하는 건강 경영 프로그램을 선보일 계획이다. 리빙·인테리어 부문은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정보기술(IT)을 접목한 ‘스마트홈’ 구현에 나선다. 헬스케어 분야에선 건강기능식품과 가정용 의료기 등 고객 스스로 건강을 관리하는 ‘셀프 메디케이션(Self-Medication)’ 연관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고 현대백화점 헬스케어 스토어 등 온·오프라인 헬스케어 전문 플랫폼 사업 진출도 검토할 계획이다.
이마트타운 월계점
편의점·슈퍼마켓 사업이 주력인 GS리테일은 GS홈쇼핑을 흡수 합병하는 방식으로 온라인 커머스 역량 강화에 나섰다. GS홈쇼핑은 지난 3분기 기준 전체 거래액에서 모바일 비중이 57%에 달할 만큼 온라인 사업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GS홈쇼핑의 온라인몰인 GS샵을 편의점과 슈퍼마켓의 온라인 매장으로 활용하고 GS홈쇼핑은 GS리테일의 전국 점포망과 물류 인프라를 이용해 배송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5호 (2021년 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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