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러다임 전환시대 ESG 경영] Part Ⅱ ESG 평가 중 핵심은 거버넌스 | 우량 지배구조 기업을 주목하라

    입력 : 2020.12.28 17:16:23

  • 국내 기업들의 ESG 등급을 평가하는 기관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 서스틴베스트,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등 여러 곳이 있다. 금투사들은 이러한 기관들의 데이터를 활용해 ESG 투자에 활용한다. 그중에서 국민연금의 의결권 자문을 맡고 있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의 데이터를 통해 국내 기업의 ESG 등급 현황을 살펴봤다. 2020년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등급평가에 나선 대상은 상장회사 908사와 비상장 금융회사 55사이다. ESG 등급은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을 유도하고, 자본시장 참여자들이 기업의 ESG 경영 수준을 인지할 수 있는 지표로 활용된다.

    ESG 등급은 자본시장 참여자들이 상장회사의 ESG와 관련한 발생 가능 위험 수준을 보다 직관적으로 파악하게 하고, 투자 의사결정에 활용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탄생했다. 등급은 S, A+, A, B+, B, C, D 총 7등급으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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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ESG 등급 부여 결과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의 ESG 인식 제고 및 경영환경 개선으로 상위권 기업 수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수 수준(‘A’등급 이상)의 기업이 증가하였음에도 양호 수준(‘B+’등급)의 기업 비중은 유지되어, 상위 등급으로 이동한 기업도 다수 확인됐다.

    환경경영, 사회책임경영 및 지배구조 수준에 대한 사회적인 요구가 늘어나며 전반적으로 기업들의 ESG에 대한 인식도 향상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등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자본시장의 변화에 따라 주주총회 관련 기업 관행 개선, 위원회 운영 등 내실이 강화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지배구조연구원 측은 “전사적인 환경경영 관리 및 환경경영성과 개선을 노력하는 기업 및 그룹사가 증가했다”며 “사회준법경영 관련 법·제도의 강화와 사회 전반의 공정·인권경영 강화 기조로 인한 개선이 반영된 것”이라 분석했다.

    ESG 각 분야에서 상위등급을 차지한 SK텔레콤
    ESG 각 분야에서 상위등급을 차지한 SK텔레콤
    ▶기업들의 ESG에 대한 관심 증대 먼저 유가증권시장 상장회사들의 등급을 살펴보면 환경, 사회 및 지배구조 전 부문에서 전년에 비해 양호군(‘B+’) 이상 기업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등급(E) 상승요인으로는 기업들의 환경경영 관리, 환경경영성과 개선 노력 등이 꼽힌다. 각 기업들에 대한 환경정보공개 요구가 강화되고 대기업을 중심으로 그룹사 환경경영 도입이 증가한 것도 하나의 요인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환경등급 최하위를 기록한 기업들이 296개사나 되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사회등급(S) 상승요인으로는 기업들의 ‘준법경영체계’와 ‘인권경영 강화’가 부각됐다. 한국지배구조연구원 측은 “기업별로 비재무보고서를 발간하는 비율이 증가했고 전반적인 인권경영활동 수준도 향상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 외에 사회적 취약 계층을 고려하고 사회공헌활동의 전략과의 연계성이 강화되는 긍정적인 모습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지배구조등급(G) 상승요인으로는 이사회 및 감사위원회 운영 관련 기업들의 관행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과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및 보상위원회 설치 기업 수가 증가했다는 점이 반영됐다.

    한국지배구조연구원 측은 “금융사들의 지배구조등급 역시 임원후보추천위원회 및 감사위원회 관련 기업 관행이 개선되고 있다”며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독립성 제고 감사위원회와 외부감사인의 커뮤니케이션 관행 등이 긍정적으로 등급 향상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 기업 감사에 대한 교육도 점차 강화되고 있는 추세인 점도 긍정적인 요소로 꼽힌다. 다만 아직도 B등급(보통) 이하인 기업이 전체의 68%에 해당하여, 상당수 기업들은 여전히 ESG 경영 수준이 취약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지배구조연구원 측은 “국내 기업의 ESG 수준을 제고하기 위해 지속적인 교육과 함께 정책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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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지배구조에 집중해야 하는가? ESG의 중요성이 갈수록 부각되는 가운데 한국에서는 지배구조(G)에 가장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재계 2세, 3세들이 본격적으로 경영권 승계에 나서며 지배구조의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이란 이유다.

    지난 11월 16일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ESG 중 지배구조(G)가 으뜸’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국내 주식시장에서 ESG 관련 투자로 좋은 성과를 내려면 기업 지배구조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상헌 연구원은 “한국 상장기업 대부분은 아직도 창업주나 그 후손이 직접 경영하는 데 비해 미국의 경우 그 비율이 현저히 떨어진다”며 “이는 미국이 오랜 자본시장의 역사 속에서 지배구조가 진화하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그는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도 지배구조 개선 이슈가 본격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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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로 기업의 지배구조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의 원천이자 척도로 인식되고 있다. 투명한 지배구조가 새로운 기업가치를 창출하고 기업발전과 주가상승이라는 선순환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배구조를 평가하기 위해 경영자를 평가하고 보수를 산정하는 기준이 회사 성장방향과 일치하는지, 회사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비즈니스모델을 갖추고 있는지 등이 고려된다. 또한 재무제표 등 기업회계가 정보의 비대칭성을 완화하고 지배구조 등을 개선하는 데 다양하게 활용된다. 국내의 기업 지배구조 개선작업은 사외이사제도 도입, 감사의 독립성 제고, 회계제도의 선진화, 주주권리의 강화, 금융감독체계정비 등을 기본골격으로 진행돼왔다.

    이 연구원은 “이를 테면 주주에겐 필요하지 않지만 경영자에겐 필요한 주식이나 부동산 등은 회사투자자의 수익률(ROI)을 떨어뜨리는 불필요한 자산”이라며 “사업과 무관한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는 것이 지배구조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하이투자증권은 삼성물산, SK, 현대오토에버, 롯데정보통신, 동아쏘시오홀딩스, 현대에너지솔루션을 지배구조 관련 유망 종목으로 선정했다.

    이 연구원은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삼성생명이 매각할 삼성전자 지분을 삼성물산이 사들임으로써 삼성물산의 지분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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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터 허브 플랫폼을 개발한 현대오토에버와 롯데정보통신은 각 그룹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됨에 따라 매출 증가가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실제 한국지배구조연구원의 상장사 지배구조 등급을 살펴보면 최고등급인 S등급에 랭크된 기업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 등급인 A+등급을 받은 기업은 포스코, SK텔레콤, 풀무원, S-Oil, SK네트웍스, 포스코인터내셔널, 케이티, SK, 네이버(NAVER) 등 총 9개다. 이 중 앞에 언급된 6개 회사는 지난 2019년에도 A+등급을 받아 지배구조에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외에 A등급을 받은 기업은 총 99개사로 집계됐다.

    금융사들의 지배구조등급을 살펴보면 마찬가지로 S등급에 랭크된 기업은 없었고 신한지주, KB금융, BNK금융지주, 한국SC제일은행, BNK금융지주, 현대캐피탈, DGB금융지주, JB금융지주, 케이뱅크은행, KB국민카드 등 9개사가 A+를 받았다.

    전반적으로 지배구조가 상대적으로 투명한 금융지주사들이 좋은 등급을 받았고 앞서 언급된 5개 금융사는 2019년에 이어 A+등급을 받아 2년 연속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 A등급을 받은 기업으로는 신한은행, 삼성화재를 비롯해 25개사가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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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대로 지배구조 부문에서 최저점수인 D등급을 받은 기업들은 총 24개로 나타났다. 삼성제약, SG충방, 삼양통상, 사조산업, 한국내화, 대영포장, 세원정공 등은 특히 2년 연속 최저등급을 받아 지배구조 개선의지에 의문부호가 달렸다.

    D등급에 랭크된 코스닥기업은 이 중 6개사로 KG이니시스, 코오롱생명과학, 아난티, 에스엠, 젬백스, 동국제약 등이 이름을 올렸다. KG이니시스와 코오롱생명과학은 마찬가지로 2년 연속 D등급을 받는 불명예를 안았다. 금융사 중에는 큐캐피탈, 리더스 기술투자, 메이슨캐피탈, 우리기술투자 등이 D등급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INTERVIEW ESG는 지속가능경영의 지름길

    신진영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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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최근 기업들의 ES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점을 체감하는지? 이러한 관심의 동력은 무엇일까? 저희 원이 매년 ESG 평가를 하는데 있어 기업들의 호응도가 예년에 비해 많이 높아졌다. 1년 전에 비해 정보요구에 대한 피드백이 2배 이상이다. 과거 문전박대를 당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이제는 ESG 개선이 있다고 홍보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ES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분명 코로나의 역할이 컸다. 제대로 된 ESG 역할을 하지 않으면 전체 수익에 영향을 미치고 기업생존에 직결된다는 인식이 늘어났다. 멀리 보면 대형 금융회사들의 탐욕으로 사회적인 어려움을 겪게 된 금융위기 이후 투자자들이 ESG에 대한 중요성을 자각하게 된 것이라고 본다.

    Q 특히 2020년은 금융투자사들이 ESG등급지수를 만드는 등 자본시장에서의 관심도 늘어났는데? 상당히 긍정적으로 본다. ESG는 투자 측면에서 기업의 움직임을 작동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선진국들도 보면 투자자들이 ESG의 개선을 요구하고 기업들이 그에 응답하고 그것이 실적개선과 추가투자로 이어지는 사이클이 일반적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이러한 변화는 상당히 긍정적이다.

    Q 해외 ESG등급 평가와 어떻게 다를까? 평가기준은 다양한 지표를 참고하지만 국내에 맞는 평가기준을 자체적으로 마련해 평가한다. 지배구조 같은 측면에서는 OECD 모범기준이 마련되어 있는데 이를 국내에 맞게 차용한다. 의결권 등에는 외국계 기관의 우수한 기준을 차용하지만 평가는 국내 기업환경에 맞게 하고 있다.

    Q 등급표를 보다보면 간혹 ‘어? 이 회사가 이렇게 높았어? 이 기업이 이렇게 낮아?’라는 의문부호가 생길 때도 있다. 그럴 수 있다. 모든 기관이 평가를 할 때 확인된 자료를 가지고 객관적 평가를 하게 된다. 주관적인 평가기준은 배제하고 아직 끝나지 않은 이슈가 반영되지 않다보니 대중적인 인식과 다소 괴리가 있을 수 있다. 다만 조정은 한다. S분야에서 산업재해가 지속적으로 일어나거나 지배구조가 우수한 기업인데 횡령·배임이 드러나면 등급조정을 하지만 단순한 풍문에 의해서 자의적으로 조정하긴 어렵다. 데이터가 더 축적되고 경험이 쌓이면서 개선되어야 할 사항이라고는 본다.

    신한금융그룹은 한국기업구조연구원이 2020년 부여한 ESG통합등급에서 최고등급인 A+를 받았다.
    신한금융그룹은 한국기업구조연구원이 2020년 부여한 ESG통합등급에서 최고등급인 A+를 받았다.
    Q 전체적인 중요도와 ESG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졌지만 수년간 ESG등급에서 최하위 등급을 받은 기업들도 존재하는데?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상위에 속하는 기업들의 개선이 이뤄질 때 하위그룹의 기업들은 인식전환이 부족해 손을 놔버리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1000여 개 되는 기업들을 평가하는데 700개 안팎의 기업들은 아직까지 여력조차 없어 보이는 경우가 많다. 보다 구조적이고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Q 국내에서 특히 ESG 중 인식이 부족한 분야는 무엇일까? ESG는 각각 별개라기보다는 E와 S에 대한 의사결정을 어떻게 내릴지가 지배구조에 달려있다. 지배구조가 제대로 작동을 해야 전반적인 의사결정체계가 작동을 하기 때문에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지배주주가 의사결정을 독점하는 체제가 자리 잡고 있어서 왜곡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한 측면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개선되어야 할 여지가 많다고 본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4호 (2021년 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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