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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택트 전성시대] Part Ⅰ 온택트 기업 ➌ 배달의민족 | 언택트 시대 ‘배달의민족’이 미소 짓는 이유 ‘라스트 마일’ 영역 넓혀 신사업 쑥쑥
입력 : 2020.06.26 15: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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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의 이전 사업모델은 전단지였다. 인근 배달음식 전문 업체들을 모아서 제작한 10장 내외의 플랫폼(?)은 집집별로 냉장고나 전화기 근처에 놓여있었다. 유선전화에서 스마트폰으로 패러다임이 바뀌었듯이 전단지는 배달의민족이나 요기요 같은 스마트폰 배달앱 속으로 들어갔다.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편리해짐은 물론 할인쿠폰 혜택과 사용자 리뷰 등 여러 가지 기능들을 탑재했다. 배달의민족 사용자는 한 달에 4번 정도 배달음식을 주문한다. 사용자가 모여들고 충성도도 높아지자 배달전문음식점은 줄서서 먹는 콧대 높던 맛집들까지 속속 가세했다. 최근에는 음식은 물론 카페, 마트 등으로 배달의 영역도 넓혔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에 매겨진 5조원 가까운 가격표가 과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 내고 있다.
요식업 종합플랫폼으로 발돋움
지난해 독일의 온라인 배달음식 서비스 기업 딜리버리히어로(이하 DH)는 최근 우아한형제들의 지분 100%를 40억달러(약 4조75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4조7500억원이라는 가격은 2014년 카카오가 포털 다음 인수에 쓴 3조1000억원보다 많고, 최근 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2조원의 2배가 넘는다.
인수가격보다 DH와 배달의민족의 합병과 함께 내세운 과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음식배달앱은 모빌리티와 연계된 커머스로의 발전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음식배달을 하는 오토바이 등으로 각 가정까지 이어지는 ‘라스트 마일’을 확보할 수 있음은 물론 기존 전자상거래 기업의 파이를 넘볼 전략적 요충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DH는 합병 후 과제로 자체 배송 네트워크 강화, ‘다크 스토어’ 등 추가적 온디맨드 서비스 확대, 공유주방 진출 등을 꼽았다. 다크 스토어란 온라인 주문이 들어온 상품을 직원이 골라 배송하는 목적으로만 만든, 손님 없는 매장이다. 배달의민족은 이미 감자 한 알, 아이스크림 한 통 등 소량 식품과 생필품을 오토바이로 배달하는 ‘B마트’를 새 중점 사업으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구 단위로 창고도 짓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이러한 다크 스토어를 통한 식료품 구매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우아한형제들이 개발한 서빙로봇 딜리
배달앱은 단순히 식당·소비자 중계 서비스에서 벗어나 요식업 플랫폼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배달앱은 오토바이로 사업장의 문에서 사용자의 집까지 이어주는 ‘라스트 마일’ 서비스로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배달의민족은 이러한 플랫폼 전략의 일환으로 최근 자체 PB브랜드를 출시하기도 했다. 타깃은 1인 가구를 위한 가정간편식(HMR)이다. ‘B마트’를 통해 선보인 3종의 PB상품은 식빵 4장으로 구성된 ‘네쪽식빵’과 고기·김치만두 6알로 구성된 ‘반반만두’, 150g짜리 흰쌀 즉석밥 ‘0.7공깃밥’ 등이다. 배달의민족은 이미 소상공인 전용 식자재 쇼핑몰인 ‘배민상회’를 통해 B2B 시장에서 PB 상품은 이미 팔고 있지만 B2C 시장에서 PB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유통업계 관계자는 “B마트를 통해 생필품과 식자재 소규모 식자재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베달의민족은 가성비 좋은 PB상품을 출시하며 충성고객을 점차 확보하게 될 것”이라며 “회사가 빠른 배송과 유쾌한 마케팅을 내세워 2030 세대를 사로잡고 PB상품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아 매출 증대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배달의민족은 아울러 요리로봇 개발에도 나선 바 있다. 지난해 이미 대한민국 출신 로봇 공학자 데니스 홍 교수가 이끄는 미국의 캘리포니아 대학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 산하 로봇 연구소 ‘로멜라(RoMeLa)’와 함께 요리로봇 개발에 착수했다. 우아한형제들은 로멜라 연구소와 요리로봇 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인간의 식생활을 혁신할 기술을 개발하고 현실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제조업 등에 활용돼 온 공장용 ‘로봇 팔’과는 다른 ‘요리 전용’ 로봇을 만들어 향후 레스토랑이나 음식 제조 시설은 물론, 개인용으로 가정이나 사무실 등에서까지 활용될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소 3~4년의 기간은 소요될 중장기 프로젝트다. 코드명 ‘YORI(요리)’로 명명된 이번 로멜라 연구소의 프로젝트는 요리로봇이 식재료를 자르고, 팬을 뒤집는 등 다양한 동작과 기능을 소화해 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프로젝트를 이끌 데니스 홍 UCLA 교수는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은 오랫동안 굳어져 왔던 인간의 식생활을 혁신하는 데 있다”며 “로봇은 우리가 그리는 미래를 앞당길 수단이며 로봇을 개발하는 과정은 곧 우리 삶을 보다 풍족하고 편리하게 변화시켜가는 흥미진진한 과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글로벌 배달앱 시장은 공유주방, 도심 수직형 농장 등의 등장으로 ‘마일스톤(milestone, 도로에서 방향을 가리키는 표지로 미래 성장 가능성과 사업 방향성 등의 척도)’으로 여겨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우버의 창업자 트래버스 캘러닉이 지난해 공유주방 기업 ‘클라우드키친’을 세웠다. 동남아시아 승차공유 분야를 휩쓸고 있는 그랩은 그랩키친을 만들고 공유주방과 배달 사업으로 영역을 넓히기 시작했다.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배달 전문 업체인 ‘딜리버루’는 이미 2017년 공유주방 서비스 ‘에디션스’를 시작했다.
공유주방에선 여러 요리사들이 이용료를 내고 입주해 자신의 브랜드를 내건 음식을 만들어 배달·판매한다. 배달 플랫폼은 향후 경쟁력 있는 요리사를 발굴해 새로운 외식브랜드를 만드는 식당 창업 인큐베이터로서 작동할 가능성도 커졌다. 이렇듯 향후 공유주방과 배달앱의 결합은 보편화될 전망이다.
나아가 아마존 등이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는 도심 수직형 농장도 배달앱 생태계에 새로운 자양분이 될 수 있다. 도심 수직농장으로 농산물 재배는 물론 유통·음식조리·판매·배달로 이어지는 새로운 가치사슬을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식업 외에 금융서비스까지 발을 넓힌 곳도 있다. 그랩은 2018년 이래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8개 국가, 300여 도시로 확장해 아시아의 ‘우버’라고 불린다. 그랩은 통신사 싱텔과 손잡고 싱가포르 인터넷은행 도전에 나서기도 했다. 디지털 기술에 친화적인 이용자와 신용거래가 어려운 중소기업 등에 초점을 맞춰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누적 다운로드 1억6600만 건에 달하는 애플리케이션을 발판으로 2016년 모바일 결제서비스를 출시했으며 동남아 지역에서 운전자 보험 상품과 대출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선보였다.
전 세계 온라인 음식배달 시장 1위 업체인 중국 메이퇀디엔핑(이하 메이퇀)은 전자상거래 시장에 정식 진출하며 업계 선두주자인 알리바바·징둥닷컴과의 경쟁에 나섰다. 지난 4월 메이퇀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화웨이 스마트폰을 사라는 광고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신속한 배달’이란 공식을 상거래에 대입시켜 빠른 배송을 무기로 내세운 것이다.
시장조사 기업 프로스트앤드설리번은 세계 온라인 배달음식 시장이 2018년 820억달러(약 95조5000억원)에서 2025년 2000억달러(약 232조9600억원)로 커진다고 전망했다. 자금과 유통망을 거머쥔 글로벌 배달앱 기업들의 영역은 갈수록 확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유통업계 전문가는 “마트나 카페를 시작으로 다양한 업종의 상거래 서비스가 배달앱과 결합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배달앱의 영역확장은 물류와 유통을 중심으로 하는 거의 모든 기업들의 경쟁자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8호 (2020년 7월) 기사입니다]
[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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