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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新世界] Ⅱ ‘언택트’로 바뀌는 소비 스타일| 뉴노멀이 된 비대면… 실속·편리·안전, 소비는 DT·WT… 채용은 영상 면접
입력 : 2020.04.27 16: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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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인 김 모 씨는 기상 후 가장 먼저 현관문을 열고 나가 어젯밤 쿠팡으로 주문해 새벽배송으로 도착해 있는 신선식품을 수령한다. 아침 식사 후 재택 원격근무에 출석체크를 하고 업무를 본다. 점심에는 차를 몰고 나가 맥도날드와 스타벅스에서 햄버거와 커피를 드라이브 스루로 포장해왔다. 업무 종료 후에는 넷플릭스로 영화를 보고, 인터넷에서 신제품 가구를 전시한 모델하우스를 VR(가상현실)로 둘러보며 홈퍼니싱용 제품을 온라인으로 쇼핑했다. 운동은 헬스장에 가는 대신 유튜브를 보며 홈트레이닝을 한다. 김 씨는 “요즘은 하루 종일 소비를 해도 다른 사람과 대면할 일이 거의 없다. 옷을 차려 입거나 머리 손질에 공을 들이지 않아도 돼 편해진 점도 있지만, 다른 사람과 대화할 일이 줄어 가끔은 외로운 느낌도 든다”고 말했다.
서비스 로봇 전성시대 영화·외식·커피도 로봇이 응대 20세기에 창작된 영화나 소설에선 2020년이 되면 자동차가 하늘을 날아다니고 로봇이 개인 비서 역할을 할 것으로 그려졌다. 아쉽게도 그러기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이지만, 로봇의 역할은 날이 갈수록 분명 강화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언택트 문화가 확산되며 주문·서빙 등 요식업이나 전방 산업에서 주로 활용되는 서비스 로봇이 각광받고 있다. 인건비 상승으로 로봇의 경제성이 부각된 데다 코로나19로 로봇의 안전성도 부각되며 업계 곳곳에서 앞다퉈 서비스 로봇을 도입 중이다.
배달의민족은 서빙로봇 ‘딜리’를 전국 식당에 도입 중이다. 50여 곳 식당에 딜리를 무료 제공하는 ‘로봇 딜리 지원 프로그램’을 선보이자 총 164곳 식당 업주들이 신청했다. 딜리는 지난 2월 말 기준 전국 16개 식당에 23대가 설치됐으며, 연말까지 약 300대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맥도날드는 올해 3월 전체 매출 중 비대면 주문 플랫폼인 맥드라이브와 맥딜리버리에서 발생한 매출 비중이 약 60%에 달했다. 매장 내에서 대면으로 주문, 소비한 고객보다 비대면 고객이 더 많았다는 얘기다. 드라이브 스루(DT) 이용 차량은 1분기에 1000만 대를 돌파했다. 맥도날드의 DT 매장은 1992년 부산 해운대에 첫 매장을 낸 지 약 20년 만에 전체 점포의 60% 이상인 300여 곳으로 늘었다. 스타벅스도 1분기 DT 매장 주문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급증했다. 매장 밖에서 모바일 앱으로 주문하고 커피 음료는 받기만 하면 되는 비대면 주문 앱 ‘사이렌 오더’ 주문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25% 늘었다.
노량진수산시장에선 지난 3월 26일부터 드라이브 스루로 활어회 판매에 나섰다. 차량이 들어서면 판매원이 다가가 광어, 연어, 돔 등 모둠 활어회의 대·중·소 메뉴를 보여준다. 카드로 결제하면 별도로 마련된 픽업 존에 포장된 회가 바로 나온다. 메뉴 선택부터 음식 수령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2분 남짓. 이어 다른 부스에서 같은 방식으로 튀김, 홍어무침까지 구매할 수 있다. 노량진수산시장은 지난 4월 12일까지 드라이브 스루를 통해 약 1억2000만원어치를 팔았다.
각 지자체와 공공기관도 드라이브·워크 스루로 지역 경제 활성화에 나섰다. 경기도 용인시는 지난 3월 27일 시청 하늘광장에서 ‘드라이브 스루 마켓’을 열어 850만원 상당의 화훼, 친환경농수산물을 3시간 만에 모두 팔았다. 안성시도 최근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판매한 쌀, 한우, 배 등 특산물이 전무 매진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제주도는 광어회, 돼지고기, 뿔소라 꼬치구이 등을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팔았다. 성남시는 관내 공공도서관에 드라이브·워크 스루 방식의 도서 대출 서비스를 도입했다. 차를 타고 각 도서관 지정 장소로 가면 도서 대출회원 여부를 확인하고 차 안에서 책을 받아 가거나, 도서관별로 몽골 텐트 등으로 설치된 대출 장소로 걸어가 신청한 책을 받아가는 식이다.
파리바게뜨는 최근 모바일 앱으로 전국 점포의 빵 나오는 시간을 알려주는 ‘갓 구운빵’ 서비스를 시작했다. 매장에서 구워진 지 1시간 이내인 빵 종류와 재고 등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 집에서도 손쉽게 갓 구운 빵을 주문할 수 있게 됐다. 2018년 9월 1100개 점포로 시작한 배달 서비스 ‘파바 딜리버리’도 현재 전체의 약 80%인 2800여 개 점포로 확대됐다. 배달되는 제품은 200여 종에서 470여 종으로 늘었다. 초창기 대비 월평균 배달 매출은 15배 이상, 평균 배달 주문량은 5배 이상 늘었다.
가구업체 한샘은 코로나19로 오프라인 모델 하우스 방문을 꺼리는 이들을 위해 한샘의 신제품과 리모델링 서비스를 가상으로 체험할 수 있는 ‘VR모델하우스’ ‘VR집들이’ 등을 선보였다. 고객은 3D로 구현된 가상공간에서 현관·거실·침실·주방 등을 오가며 리모델링 공사 후의 모습을 생생하게 살펴볼 수 있다.
주유도 비대면으로 한다. 비대면 주유앱 ‘오윈’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 달간 신규 고객과 사용률이 5배 정도 증가했다. 앱에서 미리 주종과 주유량을 선택·결제하면, 주유소 도착 후 창문을 내리지 않아도 직원이 차를 알아보고 주문한 만큼 주유해준다. 주문·결제를 위해 직원과 대화를 하거나 신용카드를 주고받지 않아도 된다.
여가시간을 보내는 방식도 달라졌다. 놀이공원 방문 등 야외 활동 대신, 집에서 온라인 콘텐츠를 소비하는 ‘집콕족’이 늘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와이즈리테일’이 지난 3월 발표한 ‘코로나19로 이용시간이 급상승한 앱’ 자료에 따르면, ‘넷플릭스’ 이용자는 463만 명으로 2월 대비 22% 증가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총 이용 시간도 2월 대비 34% 증가해 역시 최고치를 경신했다. 유튜브와 틱톡도 총 사용시간이 각각 16%, 27% 급증했다. 팟캐스트 플랫폼 ‘팟빵’도 코로나19 확산 이후 평균 주간 청취시간이 36%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이용량이 폭주하자 일부 콘텐츠 업체들은 접속 장애, 화질 저하 등의 문제도 발생할 정도다. 반면 오프라인 소비는 눈에 띄게 줄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여행 기피가 확산되며 대중교통·숙박앱 이용률이 2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언택트시네마 도입을 주도하는 오대식 CJ CGV 스마트혁신팀장의 분석이다.
업계에선 코로나19 이후 언택트 문화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각 산업과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확산될 것으로 전망한다. 실제 2030세대 위주로 이용되던 언택트 서비스에 최근 액티브 시니어도 가세하는 추세다. 티몬이 지난 1분기 연령대별 소비를 조사한 결과, 오프라인 소비에 익숙한 50대 이상 고객의 모바일 쇼핑이 식품류를 중심으로 전년 동기 대비 2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라면 등 간편식품이 158%로 가장 많이 증가했고, 홍삼 등 건강식품(140%), 생수 등 음료(128%)가 뒤를 이었다. 직접 눈으로 보고 구매하던 신선식품류도 105%나 매출이 늘었다.
신용카드를 주고받는 대신 스마트폰 앱으로 결제하는 ‘언택트 간편결제’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신한·삼성·KB국민·현대·비씨·롯데·우리·하나카드 등 8개 전업 카드사에 따르면 3월 2주차까지 온라인 카드결제 비중은 28%를 기록했는데, 이는 2월 24.2%보다 3.8%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반면 같은 기간 오프라인 신용카드 결제액은 30조1570억원에서 30조1901억원으로 0.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유제호 달콤커피 B2B영업팀장은 “코로나19 확산 이전부터 비트는 월 평균 13만 잔의 주문 건수 중 9만 잔가량이 앱을 통해 주문되는 등 앱 결제 비중이 컸다”며 “최근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니즈가 확대됨에 따라 기업, 학교 등 고정 수요를 보유한 특수 상권 중심으로 로봇카페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향후 언택트 소비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내다본다.
주윤황 장안대 유통경영과 교수는 “온라인 쇼핑이 편리함은 물론, ‘안전하다’는 인식까지 추가되며 그간 온라인 쇼핑을 거의 안 하던 신규 이용자가 유입되고 기존 이용자는 충성도가 더욱 강화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강병오 중앙대 산업·창업경영대학원 겸임교수(창업학 박사)는 “이제 오프라인 점포들도 온라인을 통한 언택트 소비에 대응해야 한다. IT 기술을 도입해 앱 주문·배송 등 온라인 쇼핑 기능을 융합한 ‘옴니채널’ 전략을 활용해야 생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노승욱 매경이코노미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6호 (2020년 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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