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팬데믹 大위기] Part Ⅱ Global 중국 | 中 경제에 드리운 복합불황의 그림자… 생산·소비 등 일제히 위축, 1분기 마이너스 성장

    입력 : 2020.03.30 18:10:58

  • 글로벌 ‘복합불황’의 그림자가 중국 경제에 짙게 드리우고 있다. 복합불황은 수요와 공급이 동시에 위축되면서 경기가 빠른 속도로 하강하는 침체 국면을 의미한다. 복합불황을 야기한 주범은 지난해 12월부터 중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에 퍼지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다. 코로나19는 각 산업군의 생산 시스템을 강타했고, 국가 간 교역에도 찬물을 끼얹으면서 글로벌 공급 사슬을 일시적으로 마비시켰다. 또 소비와 투자 심리를 급속히 냉각시켜 수요 측면에도 큰 충격을 가했다.

    코로나19가 자아낸 글로벌 복합불황의 전조는 최근 발표된 중국의 경제지표에서도 뚜렷이 감지되고 있다. 중국의 1~2월 산업생산 증가율은 1990년 이후 30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3대 경제 성장 동력인 소비·투자·수출 변수 역시 일제히 위축되면서 코로나19가 중국 경제에 미친 영향을 실감케 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경제가 ‘극적인 붕괴(dramatic collapse)’ 상황을 연출했다”며 코로나19 여파로 패닉에 빠진 중국 실물경제 현황을 묘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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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1~2월 산업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13.5%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월간 기준으로 산업생산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90년 이래 처음이다. 중국은 1~2월 지표를 누적 개념으로 합산해 발표하고 있는데 이는 매년 이 기간에 춘제(중국의 설) 연휴가 끼어있기 때문이다. 올해 1~2월 산업생산 증가율은 지난해 12월 수치가 6.9%를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쇼크’ 수준이라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특히 이 기간 휴대폰 출하량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1월 휴대폰 출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8.9% 줄어들었는데 2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무려 56% 급감한 638만4000대에 그쳤다.

    이에 대해 중국 온라인 경제매체 시나차이징은 “중국 당국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지역 봉쇄와 격리 조치를 단행하면서 공장을 비롯한 산업시설 가동이 일시적으로 중단된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생산뿐만 아니라 중국의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3대 변수인 소비·투자·수출도 올해 들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우선 소비 활력을 가늠할 수 있는 소매판매는 지난 1~2월 5조2130억위안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0.5%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작년 12월 소매판매 증가율이 8%를 기록하자 당시 시장에서는 2020년부터 소매판매가 본격적으로 상승 곡선을 그릴 것으로 내다봤다. 미중 1단계 무역합의와 중국 당국의 내수 진작 정책이 호재로 작용해 소비를 부추길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초부터 불어 닥친 코로나19 한파로 중국의 소비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낙관론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특히 중국 소비의 바로미터 중 하나인 자동차 판매가 크게 줄어들어 시장에 실망감을 안겨줬다. 중국 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 중국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79% 급감한 31만 대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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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각국이 교역의 빗장을 걸어 잠그자 중국의 수출도 타격을 입었다. 중국 세관당국인 해관총서에 따르면 중국의 1~2월 수출액 합계는 전년 동기 대비 17.2% 줄어든 2934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1~2월 수출액이 14%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투자 활력을 보여주는 고정자산투자도 지난 1~2월 무려 24.5%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시장 예상치(2.8%)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코로나19 여파로 경영난을 호소하는 기업이 늘어나자 일자리 불안이 현실화되고 있다. 좀처럼 4~5%대를 벗어나지 않던 중국의 도시 조사 실업률은 지난 2월 6.2%까지 치솟았다. 미국 CNBC는 “코로나19 쇼크로 중국에서 500만 명가량의 실업자가 생겨났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주요 경제지표의 동반 악화에 대해 중국 당국은 ‘대외 불확실성에 기인한 일시적인 충격’이라고 평가했다. 마오성융 중국 국가통계국 대변인은 “코로나19 여파로 중국 경제가 일시적으로 충격을 받았다”며 “다만 실물경제에 끼친 영향은 단기에 그칠 것으로 판단되며 2분기부터는 경제가 반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 실망감을 키운 경제 지표 탓에 중국의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문화대혁명 이후 처음으로 0%를 밑돌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중국의 1분기 성장률을 -9%로 제시했고, 싱가포르국립대 동아시아연구소도 -6.3%로 주저앉을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의 올해 전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일제히 하향 조정됐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기존 5.2%에서 4.8%로 낮췄고, 골드만삭스 역시 5.5%에서 3%로 내렸다.

    코로나19 충격으로 경착륙 우려가 커지자 중국 당국은 경기 부양을 위해 다양한 정책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다. 인민은행은 3월 16일부터 일부 은행에 적용되는 지급준비율을 인하해 시중에 5500억위안(약 95조6000억원)을 풀었으며 1년 만기 중기유동성창구(MLF)를 운영해 1000억위안을 추가로 공급했다. 코로나19 여파로 피해를 입은 중소 민영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또 중국 중앙과 지방정부는 생산 재개를 유도하기 위해 지역, 산업, 기업별로 보조금과 대출 규모를 배정하는 등 금융 지원에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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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만 중국 당국은 공격적인 ‘유동성 공급’보다는 ‘인프라 투자’를 통한 경기 부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국 지도부는 지난 3월 4일 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5세대(G) 이동통신망, 빅데이터 센터 등과 같은 신형 인프라 투자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중국 신경보는 “과거 도로, 철도 등에 집중됐던 인프라 투자가 이제는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기술 인프라 영역으로 외연이 확장해 추진되고 있다”며 “스마트 도시, 원격 의료 등을 구현하기 위한 초고속 통신망과 인공지능(AI) 생태계 구축 작업은 이미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에 따르면 3월 10일 기준으로 중국 25개 지방정부(省·市)가 2만2000여 개의 사업에 총 49조6000억위안(약 8830조원)을 투자하는 장기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이 중 올 한 해 진행되는 인프라 투자 규모는 7조6000억위안(약 1352조원)에 달한다.

    [김대기 매일경제 베이징 특파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5호 (2020년 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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