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 턴어라운드 Part Ⅳ 파운드리 | 삼성, TSMC 넘어서야 종합 반도체 1위 기업 우뚝

    입력 : 2020.01.30 10:56:11

  • # 지난 1월 2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새해 첫 일정으로 경기도 화성사업장 반도체연구소를 방문했다. 이 부회장이 이날 3나노 공정기술 개발 성과를 보고받고 “역사는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언급한 것은 경쟁사들과 기술 초격차를 더욱 벌려 메모리 반도체 글로벌 1위에 머물지 않고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1위에 오른다는 비전을 반드시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기 화성의 삼성전자 파운드리 생산라인 전경.
    경기 화성의 삼성전자 파운드리 생산라인 전경.
    삼성전자는 지난해 ‘2030년 시스템 반도체(모바일AP·이미지센서·파운드리 등) 1위 달성’ 비전을 제시한 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이미지센서 등에서 공격적인 투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모바일AP·이미지센서·CPU 등 단일 품목도 중요하지만 파운드리에서 세계 1위인 대만의 TSMC를 극복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삼성전자는 목표 달성을 위해 파운드리 기술 연구개발과 설비 투자에 각각 40조원과 58조원을 쏟아 붓겠다고 밝혔다. 파운드리는 애플·퀄컴 같은 기업으로부터 반도체 설계 도면을 받아, 위탁 생산을 해주는 것이다. 대량 생산 능력과 미세 공정 기술이 핵심이다 보니 기존 메모리 반도체 기술도 활용할 수 있다. 삼성 입장에서는 단기간에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분야 세계 1위인 TSMC를 넘어서기란 만만치 않다.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2019년 4분기 추정치 기준)은 TSMC가 52.7%로 2위 삼성전자(17.8%)를 34.8%포인트 앞서 있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중국 고객사들의 위축 속에도 북미 고객사들로부터 잇따라 대형 수주를 받으면서 지난해 연간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TSMC에 따르면 지난해 1조700억대만달러(약 41조5000억원)의 연간 매출을 달성했다. 2018년보다 3.7% 늘어난 수치다.

    당초 TSMC는 미중 무역분쟁으로 화웨이 등 주요 고객사들의 주문 물량이 줄어들 것이란 예상이 많았지만 하반기 들어 7나노미터(㎚) 공정 등에서 대형 고객사들로부터 잇따라 수주에 성공하며 예상을 뛰어넘는 매출을 달성했다. 실제 TSMC는 주요 고객사로부터 미세공정 수주를 잇따라 받았다. 주로 거론되는 고객사는 엔비디아·AMD·퀄컴·애플 등 세계적인 IT업체들이다. 대표적으로 퀄컴은 올해 주력 AP인 ‘스냅드래곤 865’ 양산을 TSMC에 맡겼다. 애플의 신형 아이폰 시리즈에 탑재된 ‘A13 바이오닉 칩’도 TSMC가 생산한다. 이러다 보니 고객사 중 하나인 화웨이의 타격에도 TSMC는 굳건한 실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TSMC는 이를 토대로 파운드리 업계 점유율 1위를 유지하며 2위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더욱 벌린다는 전략이다. TSMC가 전망한 1분기 매출액은 102억~103억달러에 달한다. 지난해 4분기와 비슷한 수준이다. 올해 설비투자 규모도 150억~160억달러로 기존 전망치보다 상향 수정했다.

    사진설명
    ▶삼성전자, 미세공정 기술 맹추격

    TSMC가 점유율에서 앞서고는 있지만, 삼성전자 역시 미세공정 기술을 바탕으로 맹추격 중이다.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 핵심 사업인 파운드리 분야에서 세계 1위 대만 TSMC를 맹추격하고 있는데, 세계 최초로 3나노 공정기술을 개발하는 등 최첨단 미세공정(회로 선폭을 줄이는 기술)에서 한 발씩 앞서나가면서 향후 점유율 격차를 따라잡을 수 있는 모멘텀을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나노공정은 회로 폭을 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급으로 줄여 반도체를 만드는 것으로 공정이 미세해질수록 칩 크기를 작게 할 수 있고 전력 효율과 성능도 개선할 수 있다. 3나노 공정은 클라우드 컴퓨팅과 인공지능(AI), 5G 이동통신 등에 쓰이는 초정밀 반도체를 만드는 데 주로 활용된다. 이미 TSMC는 5나노 공정 개발을 완료했으며 2020년 칩 양산을 목표로 세웠다. 업계에서는 TSMC가 3나노 공정을 활용해 반도체를 양산할 수 있는 시점은 2022년이 돼야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물론 미세공정 기술이 파운드리 사업의 전부는 아니다. 수십 년간 글로벌 파운드리 산업을 이끌어온 TSMC는 축적된 기술뿐만 아니라 튼튼한 생태계와 고객, 거래처 등에서도 강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맞서는 삼성전자는 미세공정 개발에 유리한 극자외선(EUV)을 먼저 활용해 기술 개발에 나선 만큼 향후 초미세공정에서 주도권을 가져와 2030년까지 TSMC를 넘어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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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수는 또 있다. TSMC와 중국의 커넥션이다. 중국은 자국 시장을 바탕으로 만의 파운드리 업체인 TSMC·UMC 공장도 유치했다. 이 업체들은 중국 현지 생산량을 대거 늘린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는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당장 미국의 견제는 TSMC 입장에선 곤혹스런 문제다. 실제 업계에선 TSMC가 중국 화웨이와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면서 미국 정부의 눈 밖에 났다는 소문이 들린다. 일각에선 미국이 TSMC를 규제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TSMC 측은 미국 공장 카드를 만지작하고 있다. 미국의 견제를 줄이기 위해 미국에 공장을 설립한다는 것. 이에 대해 TSMC 측은 당장은 계획이 없지만, 타당성을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대만 TSMC
    대만 TSMC
    궁극적으로는 삼성전자가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TSMC가 30년 이상 축적한 서비스 노하우를 감안해 더 적극적인 서비스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업계엔 정체된 점유율 때문에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가격을 크게 낮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파운드리는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제때 대응하는 서비스 능력이 중요한데, 이 부분만큼은 TSMC가 선발주자인 게 사실”이라면서도 “삼성전자가 미세 공정 기술을 집중적으로 개발하고 있고,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만큼 점유율 격차를 좁혀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 안팎에선 파운드리의 분사설도 제기된다. 파운드리 분사를 통해 삼성전자와 세트 부문에서 경쟁 관계에 놓여 있는 기업에 마케팅을 강화할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계획이 없다”고 잘라말했다. 분사하는 경우 시설투자 비용을 고스란히 부담해야 하는 게 주된 이유로 꼽힌다. TSMC와 시설투자 경쟁을 감안하면 파운드리 분사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예상이다.

    [김병수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3호 (2020년 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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