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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턴어라운드 Part Ⅱ 시스템 LSI | 韓, 시스템 반도체 세계시장점유율 3% ‘팹리스’ 전문 인재 양성 발 벗고 나서야
입력 : 2020.01.30 10:4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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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vs 3%’
앞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점유율이며 뒤는 한국의 ‘시스템 반도체’ 세계시장점유율이다. 한국은 시장조사업체 IHS마켓 기준 2018년 세계 반도체 기업 1위와 3위에 오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힘입어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최강자 자리에 서 있다. 반면 세계 시스템 반도체 시장은 인텔, 퀄컴 등 글로벌 대기업이 약 70%를 차지하고 있으며, 한국 기업의 시스템 반도체 시장점유율은 3.0%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후발주자에 머무르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는 데이터 연산·제어 등 정보처리 역할을 수행하는 반도체로 수만 가지의 다양한 제품군으로 구성된다. 중앙처리장치(CPU),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 다품종 맞춤형산업으로 우수 설계인력·기술이 핵심이다. 시스템 반도체 산업은 세계 반도체 시장의 50~60%를 차지해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 비해 약 1.5배 큰 시장 규모를 가지고 있는 차세대 사업 분야로 꼽히고 있다.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 대기업들이 매년 ‘시스템 반도체 세계1위’를 미래비전으로 제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5G 시대가 본격화되고 AI를 활용한 자율주행차, 증강현실(AR), IoT, 드론 등 새로운 산업이 등장하며 시스템 반도체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첨단 IT 수요에 연동된 고기술, 고성장, 고부가가치의 미래 유망 산업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산업의 중추를 담당하고 있으며, 국가 간 기술력 대결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 기술력과 인식은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국내 대형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시스템 반도체는 하드웨어 중심의 제조업이라는 후진적인 인식이 지배했다”며 “소프트웨어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국산화가 이뤄진 분야는 거의 제로에 가까워 국내 자립기반이 극히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핵심기술 개발보다는 설비투자에 집중해 경쟁력을 획득하려는 성장모델을 이어왔다는 지적이다.
한국은 시스템 반도체의 주요 수요처인 자동차·스마트폰·TV 등의 분야에서 글로벌 기업을 보유한 만큼 산업경쟁력 확보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스마트공장, 스마트시티, 자율주행차, 지능형 CCTV 등 무한한 수요창출이 가능한 분야이기도 하다.
각국 시스템 반도체 산업 육성 노력
시스템 반도체 분야는 산업의 특성상 많은 자본이 필요하다. 고가의 설계·검증 도구(Tool), 반도체 설계자산(IP) 확보 등 기술 기반(인프라)이 필요해 자본력이 영세한 중소기업에는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연유로 세계 각국은 정부지원을 통해 기업을 육성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현재 세계 시스템 반도체 산업의 최강자는 미국이다. 시장조사업체 IHS마켓 자료에 따른, 세계 시스템 반도체 Top 20 기업 중 미국 13개, 유럽 3개, 한국 1개, 일본 1개, 중국 1개, 대만 1개 기업이 순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미국 정부는 기초연구, 기술보호 등으로 민간 기업을 지원해 시스템반도체 세계 10대 기업 중 인텔, 퀄컴, 브로드컴, TI, nVidia, AMD 등 6개 기업을 보유하며 세계 시장의 약 70%를 점유하고 있다.
후발주자들의 발걸음도 바빠지고 있다. 중국은 메모리·시스템 반도체 동시 육성전략을 추진하는 가운데 거대한 내수시장과 수요창출 등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팹리스 시장점유율 3위로 부상했다. 대만은 팹리스-파운드리의 유기적 협력을 바탕으로 미디어텍(MediaTek), 노바텍(Novatek), 리얼텍(Realtek) 등 글로벌 팹리스 기업을 다수 육성했다.
이러한 추세에 맞춰 한국정부도 지난해 4월 자동차, 바이오, 에너지, IoT가전, 기계·로봇 등 수요가 많은 5대 분야를 선정해 수요 창출을 돕고 팹리스 업체와 파운드리를 연계하는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시스템 반도체 비전과 전략’을 발표했다. 해외 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 기술경쟁력을 갖추기 위함이다.
시스템 반도체 산업은 고도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보유한 핵심 기술 인력이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대표적인 기술집약적 산업이다. 메모리 반도체의 경쟁력은 미세공정 전환을 통한 원가절감인 반면, 시스템 반도체는 설계 능력이 핵심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시스템 반도체의 경쟁력은 최소한의 소자를 이용해서 세트 업체가 요구하는 사양을 충족하도록 칩을 설계하는 능력이 중요하며, 동일한 성능을 가진 제품이라도 설계 능력에 따라 완전히 다른 설계로 구현해 제조원가 또한 크게 차이가 날 수 있다.
반도체 업계 한 전문가는 “대만은 지난 20여 년간 실리콘밸리 출신의 자국 엔지니어 12만 명을 귀국하도록 유도하는 등 인재유치로 팹리스 강국으로 도약한 바 있다”며 “반면 한국은 우수한 인재들이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해 글로벌 기업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3호 (2020년 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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