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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변동·투자위험 고려 포트폴리오 재편해야…단기부동자금 1000조시대 투자전략 다시 짜라
입력 : 2016.09.02 16: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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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시대가 깊어지면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금융권의 단기금융상품을 맴돌고 있는 단기부동자금이
100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한국은행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단기부동자금은
968조600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단기부동자금은 지난 5월 958조원으로 사상최고치를 갈아치웠는데 한 달 새 10조원 이상 늘며 다시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다. 지난 2008년 539조원이던 단기부동자금은 2013년 700조원을 돌파했으며 지난해 말 931조3000억원으로 늘었다.
단기부동자금은 현금과 MMF, 양도성예금증서(CD), 종합자산관리계좌(CMA), 환매조건부채권(RP), 만기 6개월 미만의 예금 등 만기가 짧은 금융상품에 투자된 자금이다. 다른 금융상품이나 투자자산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어 투자 대기자금으로 볼 수 있다.
▶넘쳐나는 투자대기자금
중수익상품·수익형부동산 주목
연내 단기부동자금 1000조 시대가 개막되면 재테크 시장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단기부동자금이 늘고 있는 것은 저금리로 마땅히 투자할 만한 곳을 찾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수익성이 괜찮은 금융상품은 투자 위험이 높고 국내외 증시 전망마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투자할 곳이 마땅찮으니 현금을 갖고 있거나 단기금융상품에 돈을 넣어두게 된다. 이 때문에 MMF 등 단기금융상품과 부동산에만 돈이 몰리고 있다.
한국은행은 경기회복을 위해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지만 소비와 투자는 살아나지 않고 시중자금은 저금리에 만족하지 못하고 투자처를 찾아 떠돌고 있다. 그러나 당분간 은행권이나 제 2금융권에서 고금리 예금상품은 찾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금리 1%대의 단기상품에 계속 돈을 넣어둘 수만은 없는 일. 좀 더 길고 넓게 보고 투자전략을 제대로 짤 필요가 있다.
단기부동자금 1000조시대가 개막된 것은 그만큼 투자할 곳이 없다는 얘기지만 경기상황이 호전되거나 투자심리가 개선될 경우 곧바로 투자자금화될 수 있는 대기자금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금융상품은 중위험·중수익 상품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연 5%대의 수익을 내면서 투자위험을 줄일 수 있는 상품을 찾아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은행·증권사 등 금융회사들도 저금리에 만족하지 못하는 투자자들을 위해 이 같은 중위험 중수익상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국내외 금리·원자재가격 변동 주목하라
투자전략을 재편하면서 가장 주목해야할 변수가 금리다.
저금리기조가 계속 될 것으로 보고 대출받아 투자했다가 금리가 오르면 큰 낭패를 보게 된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대출이자부담을 견디기 힘든 것은 물론이고 투자자산에서 큰 손실이 날 가능성이 높다.예를들어 집값 등 부동산 가격은 금리가 상승세로 전환될 경우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최근 주식형펀드에서 돈이 빠져나가 채권형 상품으로 옮겨가고 있지만 금리가 오를 경우 채권값이 떨어져 손실을 보게 된다.
국내외 경기상황을 보면 당분간 저금리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금리의 상승반전 가능성을 염두에 둔 투자전략이 필요하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정책뿐만 아니라 미국의 기준금리 추이도 주시해야 한다. 실제 최근 연말께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던 미국의 금리인상이 9월로 앞당겨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국내외 증시가 한차례 충격을 받았다.
국제유가를 비롯한 국제원자재가격 움직임도 주목해야 한다. 특히 국제유가 하락은 글로벌 경기에 부담을 줄수 있기 때문에 유가전망과 관련된 리포트를 찬찬히 챙겨보는 것이 좋다.
재테크 시장의 변동에 대비한 투자전략이 필요하지만 조급하게 투자결정을 해서는 안된다.특히 현금보유에 대한 판단이 투자전략수립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 주식투자를 할때 계속 종목을 골라 투자하다간 결국 손해볼 가능성이 높다.분위기가 좋지 않거나 목표치만큼 기대수익을 냈을 경우 과감히 매도하고 현금을 보유할 필요가 있다.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만큼 확실한 승부수는 없다.
정기예금 99.8%, 금리 연 2% 미만…MMF 130조원 돌파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예금은행의 정기예금 중 금리가 연 2% 미만인 비중이 99.8%로 집계됐다. 은행 정기예금에 가입하면 대부분 1%대의 이자밖에 받지 못한다는 얘기다.
금리 연 2% 미만 정기예금 비중은 지난 2014년 12월 18.1%에 불과했으나 2015년 1월 22.6%, 2월 30.7%, 3월 66%로 급격히 늘었고 4월에는 92.1%까지 치솟았다. 만기 1년짜리 정기예금 가중평균금리는 지난 6월 기준 연 1.52%까지 하락했다. 비교적 금리가 높은 편인 정기적금도 연 1.68% 수준으로 떨어졌다. 저축은행과 신용협동조합의 일부상품을 제외하면 2금융권에서도 연 2% 금리를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저축은행의 1년짜리 정기예금의 6월 가중평균 금리는 연 2.10%. 일부 저축은행들이 고객을 잡기 위해 특판 예금상품을 내놓으면서 수신금리를 소폭 올린 탓에 2%대가 유지되고 있다. 신용협동조합의 만기 1년짜리 정기예탁금 금리도 연 2.05% 수준이다. 새마을금고의 1년 정기예탁금은 6월 가중평균금리가 연 1.98%로 2%를 밑돌고 있다.
이처럼 은행과 2금융권 예금상품의 금리가 하락하자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떠돌아다니는 시중 뭉칫돈이 급속히 늘고 있다. 대부분 저금리에 만족을 못해 만기 1년 이상 장기상품에는 가입하지 않고 만기 3개월 안팎의 단기상품에 가입해두고 수익률이 높은 상품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단기상품 중 투자대기자금이 몰리는 MMF(Money Market Fund) 순자산액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8월 18일 기준) MMF 설정액은 131조9050억원, 순자산액은 132조8326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MMF 순자산액이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직후인 2008년 3월 6일 기록한 129조6454억원을 7년 5개월 만에 넘어선 후 연일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MMF는 투자대기자금인 단기부동자금이 유입되는 대표적인 단기 투자상품이다. 기업어음(CP), 양도성예금증서(CD) 등 단기금융상품에 집중 투자해 단기금리의 등락이 펀드수익률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한 초단기 상품이다. 수익률이 연 1% 초반 수준이지만 하루만 맡겨도 이자를 지급하고, 수시입출금 예금에 버금갈 정도로 입출금이 자유로워 투자처를 찾고 있는 투자자들이 단기적으로 돈을 넣어두기에 적합한 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7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이 기간 중 은행 수신은 1조8000억원 감소한 반면 자산운용사의 수신은 23조3000억원이나 늘었다. MMF에 단기부동자금이 대거몰리면서 자산운용사 수신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MMF가 지난달에 비해 18조5000억원 증가했고 채권형펀드에도 4조9000억원이 유입됐다.
최근 MMF 순자산액이 급증한 것은 브렉시트 이후 글로벌 증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투자자금의 단기부동화가 더욱 심화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근 사드배치 결정 이후 한중관계 악화에 대한 불안감 증대와 환율 불안도 투자심리를 악화시켜 부동자금이 늘어나는 요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MMF에 자금이 몰리는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스권 증시가 계속되는 데다 투자자들이 국내외 경기회복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명동 금융가
연 1%대 저금리에 만족하지 못하는 투자자들을 잡기 위해 은행 증권사들이 연 5%대 안팎의 중위험·중수익 상품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수익률이 높으면 그만큼 투자위험이 높다. 하지만 상품별로 투자대상과 구조가 다양하기 때문에 투자위험을 꼼꼼히 따져본 후 투자결정을 내리는 것이 좋다.
대표적인 상품이 헤지펀드와 공모주 펀드, 배당주 펀드 등이다. 공모주를 우선 배정받을 수 있는 사모펀드인 하이일드 사모펀드가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신용등급 BBB+ 이하의 하이일드 채권에 투자할 수 있는 대신 공모주를 우선 배정받을 수 있고 분리과세 혜택이 있어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피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강남권 자산가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증시에서도 공모주 펀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굵직한 대어들이 IPO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당주 펀드도 안정적인 운용에 배당수익까지 기대할 수 있어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중수익 상품 중 하나다.
한국형 헤지펀드는 출범 4년 만에 운용자산규모가 4조원을 넘어섰다. 특히 지난해 말 헤지펀드 전문운용사 설립의 문턱이 낮아지고 최근 최저가입금액 기준도 낮아지면서 가입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
중국 증시 침체와 일본·유럽펀드 부진으로 외면받던 해외펀드에 대한 관심도 최근 다시 높아지고 있다. 베트남·인도펀드 등 유망 신흥국 투자 펀드가 인기를 끌면서 기존 해외펀드를 대체하고 있는 가운데 손실 폭이 큰 중국펀드에 저가 매수세 유입도 이어지고 있다.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는 공모 펀드도 연 5~7% 안팎의 수익률을 제시하며 주목을 받고 있다. 미래에셋금융그룹이 미국 부동산에 투자해 연 5~6%의 수익을 챙길 수 있는 공모펀드를 9월 중 내놓는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 주 댈러스의 핵심업무지구인 시티라인 구역에 있는 스테이트팜 오피스빌딩 4개동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현지 부동산개발사인 KDC와 체결했다. 빌딩 인수가격은 8억5000만달러(약 9500억원) 수준이며 연 임대수익률이 7% 초반으로 수익성이 좋다. 펀드는 만기 7년 폐쇄형으로 설정과 동시에 거래소에 상장될 예정이다. 운용 및 판매보수를 뺀 고객 기대수익률이 연 5~6%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에셋증권이 지난 7월 내놓은 베트남 랜드마크72빌딩 자산유동화증권(ABS)은 판매 이틀 만에 2500억원어치가 모두 팔렸다. 이 상품은 6개월 만기에 연 4.5%의 확정금리를 주는 상품이다.
시중은행 상담창구
저금리가 장기화하자 이자나 월급처럼 월세를 챙길 수 있는 수익형부동산에 투자자금이 몰리고 있다. 투자자금 규모가 큰 자산가들은 도심 중소형빌딩을 주목하고 있으며, 5억~20억 안팎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투자자들은 상가나 상가주택을 저울질하고 있다.
저금리로 부동산시장에 돈이 몰리면서 강남 재건축을 중심으로 집값이 큰 폭으로 올랐지만 올 들어서는 지역과 입지에 따라 차별화가 뚜렷하게 진행되고 있다. 시중에 워낙 돈이 많이 풀려 있고 단기부동자금이 1000조원에 육박하는 만큼 부동산 시장이 급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지만 돈의 힘으로 무차별적으로 집값을 끌어올리는 유동성 장세가 또 다시 전개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투자수익이 날만한 입지가 좋은 강남권 일부지역이나 수도권 요지를 제외하면 차익을 기대하는 투자보다 실수요 관점에서 접근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는 수익형부동산도 가격이 큰 폭으로 올라 수익률이 예전만 못하다. 따라서 노후대책으로 연금형 상품처럼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할 경우 꼼꼼히 수익성을 따져봐야 한다.
중소형빌딩은 올 들어 자산가들 사이에 가장 인기 있는 투자상품으로 부상했다.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둔 5060자산가들이 노후대책으로 임대수익을 위해 중소형빌딩에 투자하고 있다. 은행예금으로는 수익을 확보할 수 없고 고수익 금융상품은 투자위험을 감당하기 힘들어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은퇴를 앞둔 금융회사 이사인 황동은(50) 씨는 몇 년 전부터 은퇴준비를 하다 상가투자를 시작했다. 2년 전 투자금 5억원과 은행 대출을 더해 신도시 상가의 점포를 사들인 데 이어 최근 추가로 1개를 매입했다. 황씨는 “임원이어서 언제 퇴직할지 몰라 노후 대비를 위해 직접 발품을 팔아가며 상가에 투자했다”며 “상가에서 투자금 대비 6~7%의 수익이 예상되기 때문에 은퇴 이후에도 생활수준은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황 씨처럼 상가투자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들이 늘면서 신도시상가, 대학가 인근상가 등 배후수요기반이 든든한 상가가 각광을 받고 있다. 주거를 함께할 수 있는 점포겸용 단독주택도 인기를 끌면서 최근 LH가 실시한 파주운정지구 점포겸용 단독주택지 72필지 매각에 2만4891명이 청약하기도 했다.
화성동탄신도시 상가
통화정책 약효 적지만 저금리 지속될 듯
금리가 낮아지면 저축이 줄고 투자가 늘어나야 하지만 저금리기조 속에서 오히려 저축률이 올라가고 투자율이 감소하는 저금리의 역설이 나타나고 있다. 한마디로 통화정책의 약발이 먹히지 않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정부와 한국은행은 당분간 저금리 정책을 지속할 전망이다. 일본과 유럽이 마이너스 금리를 들고 나오는 등 양적완화 정책을 확대하고 있어 경기 방어 차원에서라도 저금리 정책기조를 이어가야 할 형편이다. 따라서 재테크 전략을 짜려면 최근의 시중 자금흐름과 통화정책의 효과도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 기업이 보유한 현금 등 시중통화량이 가파르게 늘어 600조원을 넘어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시중통화량(M2) 잔액 2337조3880억원 가운데 기업이 보유한 금액은 614조7399억원으로 집계됐다. M2는 현금과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 2년 미만 정기예·적금 등 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 단기 금융상품으로 구성된 대표적인 통화지표다. 기업이 보유한 M2는 월말 기준으로 지난 3월 말 604조7천150억원으로 처음 600조원을 돌파했다. 6월 한 달 동안 18조6천893억원 급증하면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한국은행은 상반기 말 정부가 재정지출을 확대하면서 기업으로 돈이 많이 흘러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이 보유한 통화량은 올해 상반기에만 24조645억원(4.1%) 늘었다. 기업들이 불투명한 경기 전망 때문에 투자를 꺼리면서 현금성 자산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은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통계를 보면 기업의 생산활동과 직결된 설비투자는 올해 1분기 7.4% 급감했다. 기준금리 인하로 기업으로 돈이 많이 들어갔지만, 투자로 충분히 연결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통화정책이 먹혀들지 않기는 가계도 마찬가지다. 세계 주요국가의 저축률이 정체 내지는 하락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가계저축률이 최근 4년간 2배 이상 급등했다.
보통 저축률 증가는 가계의 소비재원 확대와 기업의 투자재원 확충 등 경제 전반적으로는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최근 저축률 상승은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가계가 소비를 줄인 데 따른 것이어서 내수가 부진한 경제 상황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윤재오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72호 (2016년 0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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