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시대 유망한 직업과 새로 태어날 일자리는?
입력 : 2016.05.02 14:12:53
-
향후 몇십 년간 AI가 인간의 일자리 영역을 대체해 나갈 것이라 보는 시각이 많지만 이에 반해 밝은 청사진을 제시하는 쪽도 있다. 롭 하이 IBM 왓슨사업부 CTO는 지난 3월 17일 서울 여의도 한국IBM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공지능 기술 확산이 미칠 일자리 변화에 대해 “스마트폰처럼 기술 발전에 따라 사회는 변화하는 것”이라면서도 “직종 자체를 없애는 것이 아니고 직원이 바쁘거나 정보가 없어서 대답을 해주지 못하는 경우 로봇이 대응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역시 일찍이 “인공지능은 사람의 일자리를 뺏기보다는 업무를 도와주는 방식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전거가 처음 나왔을 때도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다 다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걱정이 더 컸다. 사람들은 늘 새로운 기술을 두려워 한다”며 지나친 우려를 경계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고유의 영역이 있고 AI는 이를 본질적으로 대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신기술의 발달이 진행되더라도 대체되기 힘든 직업들을 살펴보면 1위는 전문 테라피스트가 차지했다. 이 외에 정신건강 복지사, 기계 감독관, 비상경영전문가, 청각학자, 기공사, 내과 전문의 등 고도의 전문적인 영역의 직업이나 인간의 심리영역을 다루는 직업군은 대체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운동선수나 섬세한 손맛을 필요로 하는 전문 요리사도 대체가 어려운 직업군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에너지산업 분야에서 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미국 오바마 정부는 지난해 태양광에서 3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해냈다고 밝혔다. 태양광 설치자, 관리사, 태양광 거래자 등에서 앞으로도 많은 일자리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두 번째 큰 산업은 바이오의학 분야다. 수많은 의료 헬스케어와 모니터링 산업에서 신규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인공지능·로봇 관련 개발자들의 수요는 증가가 예상된다.
▶에너지산업 영역 블루오션
4차산업 고용창출 어떻게 이뤄지나
몇몇 전문가는 인공지능에 의해 없어지는 일자리가 있겠지만,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날 것이기 때문에 인공지능으로 일자리 문제가 심각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세계로봇연맹은 2008년까지 로봇산업에서 800만~1000만명의 고용이 창출됐고, 2020년까지 240만~430만명의 추가 고용이 일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온라인 구인광고 분석기업인 원티드애널리틱스에 따르면, 2011년 4860건이던 로봇 관련 구인광고가 지난해 4월 1만여 건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대표 분야인 로봇산업에서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만큼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박영숙 유엔미래포럼 대표는 “대표적인 신기술인 드론, 무인자동차, 3D프린터, AI로봇공학, 합성생물학, 사물인터넷,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등에 다양한 일자리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인공지능과 연계된 얼굴 인식, 음성 인식, 통번역, 5G 관련 통신기술, 콘텐츠 산업 등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최근 금융산업의 경우 미리 작성된 알고리즘에 따라 증권이나 파생상품 등 유동성 자산을 자동으로 거래하는 알고리즘 트레이딩이 많이 활용되고 있다. 로봇어드바이저를 통한 투자기법을 도입하며 전통적인 펀드매니저나 트레이더의 수요가 점차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그러한 반면 금융공학 지식을 갖추고 알고리즘을 설계·운용할 수 있는 이공계 출신을 채용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으로 인해 대체될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 산업을 중심으로 한 고용창출과 교육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박영숙 유엔미래포럼대표는 이에 대해 “일자리를 목표로 인력양성이나 단기적인 역량강화 훈련은 임시방편일 뿐”이라며 “신기술이나 신산업은 수시로 변하는 소프트웨어를 강화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간이 할 수 없는 일을 대신하는 AI로봇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인간이 할 수 없다고 생각했거나, 위험성이 너무 커서 윤리적 문제를 일으켰던 많은 일을 로봇이 대신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와 같은 재난이 일어나면 수준 높은 방사능이 누출되어 인간이 뒤처리할 수 없는 환경이 된다. 이때 로봇이 대체 투입되는 것이다. 지진이나 산사태, 화재 등의 사고에서 인명을 구조하고 신속하게 복구하기 위해 투입되는 것도 로봇이다. 로봇은 우주에서도 탐색과 광물 채취 등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2020년 NASA는 최신 화성탐사로봇시리즈를 화성에 배치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뚜기떼 AI로봇 ‘스웜봇’
몇 밀리미터 수준의 작은 로봇이 연합해 협업을 진행하는 스웜봇 역시 인간이 해내기 어려운 영역에 많이 투입될 것으로 기대된다. 너무 작아서 혼자서는 어떤 일을 수행할 수 없지만 여러 대의 로봇이 합쳐져 다양한 일을 해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침에 목욕탕에서 샤워를 하고 나오면 아주 작은 스웜봇 수천 개체가 등장해 몸의 물기를 완벽하게 말려줄 수 있다. 샤워나 세면 뒤에 타월로 닦을 필요가 없다. 피부를 건조시키면 이번에는 그 일부가 얼굴로 이동해 셰이빙을 돕는다. 여성에게는 메이크업을 해주고 머리 모양을 정돈해줄 수도 있다. 자신들이 할 일이 끝나면 빈 공간에 맞게 조립되어 한 장소에 고정된다. 사용자가 직접 치울 필요도 없다. 스웜봇은 메뚜기 떼와 같은 원리로 단순한 로봇을 다수 만들어 단일 로봇 시스템보다 더 효율적인 방식으로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는 원리다. 이를 ‘떼 지능(Swarm Intelligence)’이라고 하는데, 미래에는 스웜봇이 우주까지 날아가 인간 대신 작업을 수행해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여러 대로 분리된 스웜봇은 각각 컴퓨터를 통해 무인기처럼 비행이 가능하다. 쿼드콥터 스웜봇은 2014년 3월 처음 무리 비행에 성공한 사례가 있다. 헝가리의 연구팀이 부다페스트 비행장에서 진행한 이 실험에서 스웜봇들은 중앙 제어 프로그램 없이 스스로 무리를 지어 날아가는 데 성공한 바 있다.
큰 로봇이 들어갈 수 없는 장소, 예를 들어 지진 등으로 무너진 건물 더미 아래 있는 인간을 구조하기 위해 틈으로 들어가서 구조 작업이 가능한 크기로 조립된 뒤 구조에 나설 수도 있을 것이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