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위 1% 부자의 거실
입력 : 2015.07.06 16:36:36
-
집안 여러 공간 가운데 가족 구성원이 모이고 손님을 맞이하는 거실은 집의 얼굴이자 그 시대의 문화트렌드까지 엿볼 수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들어 부쩍 높아진 하이엔드 리빙문화에 대한 관심에 부응하고자 강남부자들도 부러워할 만한 상위 1% 부자들의 거실을 들여다봤다.
UNIQUE and MODERN 화려했던 ‘앤틱’의 시절은 가고키친과 거실의 경계가 모호해진 고급주택의 인테리어 예 bulthaup seoul
하이엔드 독일 키친브랜드 불탑의 김도균 과장은 “2000년대 들어선 주상복합도 비록 높은 분양가를 형성하고 있지만 맞춤형 하이엔드 인테리어가 들어서기는 부족한 수준이었다”라며 “입주자가 원하는 대로 꾸미는 ‘누드분양’이 가능한 펜트하우스를 제외하고는 분양을 받자마자 인테리어를 뜯어내고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로 재시공하는 경우도 상당수”라고 밝혔다. 신흥부자들의 증가와 전통 부촌의 리뉴얼이 늘어나며 하이엔드 인테리어에 대한 수요는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지난 4월 분양가 상한제 폐지 이후 건설업체들 역시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을 높여가고 있는 추세다.
정희환 까사미아 수석인테리어 디자이너는 “최근에는 지어진 지 오래된 압구정 현대아파트, 타워팰리스, 삼성동 아이파크 등 전통적으로 부자들이 몰려 사는 부촌에서 인테리어 공사가 많이 진행된다”며 “특히 리뉴얼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타워팰리스의 경우 지금 한 동에 5~6곳이 인테리어 공사에 한창”이라고 밝혔다.
타워팰리스 75평형 인테리어 시공사례 비용 1억 5000만원대 by 까사미아 (위)배우 이유리 거실 시공사례 by 까사미아, (아래)체리쉬 홈데코 진행사례 2000만원대.
최근 하이엔드 인테리어 트렌드를 묻는 질문에 10여 명의 전문가들은 모두 비슷한 답을 내놨다. 바닥재부터 가구 스타일까지 원하는 스타일이 명확해 특별한 트렌드를 짚어내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조수경 체리시 홈데코 전문 디자이너는 “부자들의 인테리어 취향을 살펴보면 공간을 구성하는 조명, 가구, 바닥재, 소품 등 하나를 선택하더라도 유명 작가의 명성에 따라 결정하기보다는 본인의 취향을 표현할 수 있는 유니크한 디자이너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의 하이엔드 인테리어 트렌드는 과거에 클래식하고 화려한 앤틱 스타일에서 세련된 모던으로 패러다임이 이동했다는 것이 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화려한 문양이나 호화로운 장식보다는 색이나 질감을 통해 볼륨감을 주는 것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정희한 수석디자이너는 이에 대해 “최근 유행하는 북유럽 스타일이나 한때 조명 받았던 앤틱 느낌의 인테리어는 중산층에서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고 오히려 최근의 하이엔드 트렌드와는 거리가 있다”며 “철저하게 모던하면서도 커스터마이즈를 통해 유니크한 스타일로 꾸미기를 원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밝혔다.
기존에 없는 유니크한 스타일의 인테리어를 원하는 만큼 참고할 만한 공간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때 중요한 샘플이 되는 것이 지인의 집이나 리뉴얼을 끝낸 이웃집이다. 정 디자이너는 이에 대해 “인테리어 시작단계에서 벌써 다른 집 사진을 찍어 가지고 오시는 분이 상당히 많다”며 “이 집에 쓰인 바닥재와 조명을 사용하고 저 집에 사용된 벽면도장과 빌트인 가구로 집을 꾸며 달라는 고객들도 있다”고 밝혔다.
홈파티가 럭셔리 문화에 트렌드로 자리잡으며 넓고 튼튼한 원목식탁이 필수가구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고급주택의 거실이야기를 하려면 주방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과거에 비해 여러 기능이 상실된 거실은 최근 키친과 통합되거나 수렴되고 있다.
키친은 아직까지 가족들이 가장 자주 모이는 공간이다. 기능의 단순화가 급속하게 진행된 거실은 이제 키친과 하나의 공간으로 통합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하이엔드 키친브랜드 라꼬르뉴의 이창호 부장은 “1990년 중반까지도 고급주택의 주방은 메이드룸과 연결되어 있을 뿐 집의 다른 공간과 단절돼 모습으로 설계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냄새 문제로 특히 거실과는 상당한 거리감을 두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 주상복합을 비롯해 새롭게 지어진 빌라들을 보면 키친과 거실이 원베이로 통합된 설계가 거의 대다수다”라고 밝혔다.
‘덤웨이터(음식용 엘리베이터)’에 전용 에스컬레이터까지 연회장·파티룸으로 변신 중인 거실 키친과 결합되며 진화하고 있는 거실은 특히 손님을 맞이해 연회나 파티를 여는 사교의 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경계가 모호해진 키친과 거실은 모던한 바로 구분되거나 10여 명이 앉을 수 있는 넓은 테이블이 위치하는 경우가 많다. 주방에서 쓰는 바닥재, 마감재와 조화를 고려해 거실 플로링(Flooring)을 하며 TV장 등의 빌트인 가구도 고급 주방가전과 비슷한 톤의 제품들이 늘어났다. 불탑, 보피, 폭앤폴 등 글로벌 명품키친브랜드가 국내 하이엔드 거실인테리어를 바꿔나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키친과 결합된 거실은 연회장의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사교모임에 지인이나 중요한 손님을 초대해 손수 만든 요리를 대접하는 홈 파티 문화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는 것이 다수 인테리어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강남에 위치한 건축사무소 소속 디자이너는 “홈 파티를 위해 거실에 와인셀러를 만드는 데 1억원을 쓰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며 특급 호텔에 쓰이는 소재로 바와 조명을 그대로 사용해달라는 주문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김도균 불탑 과장은 “복층주택의 경우 한 층의 거실은 아예 파티룸으로 꾸며지는 경우가 많다”며 “파티룸으로 올라가기 위한 전용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가 실내에 설계되고 파티룸에는 세컨 키친이 조성돼 간단한 재료손질과 음식을 데우는 인덕션이 들어서고 고급 레스토랑에서 많이 사용되는 덤웨이터(음식용 소형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라고 밝혔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