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 세상과 사회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어야 진정한 성공

    입력 : 2014.12.05 17: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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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월 중국 상하이 현지에서 뷰티사업장을 개관한 서경배 회장은 “아시안 뷰티로 글로벌 톱5에 오르겠다”는 꿈을 숨기지 않았다. 업계에선 한발 더 나아가 “아모레퍼시픽이 글로벌 뷰티 1위 기업이라는 꿈을 향해 닻을 올렸다”고 표현했다. 아모레퍼시픽은 현재 매출의 약 10%를 차지하는 중국사업 비중을 2020년까지 28%로 끌어올리고, 연평균 41%씩 성장을 거듭해 중국에서만 3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 이미 상하이 뷰티사업장 인근에 8800㎡의 부지를 확보하고 2019년 무렵 2차 증설 계획까지 세웠다. 내년과 후년에는 베이징과 광저우에 차례로 물류배송 거점도 확보할 예정이다. 글로벌 톱을 향한 첫 번째 기둥으로 중국에 올인하겠다는 것이다. 제2회 LUXMEN 기업인상 시상식 현장에서 만난 서경배 회장은 “올해는 세계 경영이라는 회사의 방향성을 세운 특별한 해”라며 차분하게 기업의 비전을 밝혔다. 작지만 강약이 분명한 목소리에 자신감이 가득했다. “저희는 세계에서 가장 큰 회사가 되기보다 사람들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주고 고객들로부터 깊은 신뢰와 지지를 받는 그런 회사가 되길 희망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저희가 지향하는 원대한 계획입니다. 앞으로 전 세계 고객에게 감동을 선사하는 기업이자 모든 분들이 정말 자랑스러워 할 수 있는 기업으로 꾸준히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리더는 평생 배워야 한다 최근 중국 출장이 잦으셨는데요. 요즘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여전히 바쁘네요. 좋은 경영자가 되기 위해선 평생 배우는 것을 멈추지 않아야 합니다. 거의 매달 국내외 현장을 다니는데, 그런 이유로 이동하는 짬짬이 책을 읽고 있어요. 좋은 내용은 직원들과 나누기 위해 반드시 기록하는데, 정기조회나 사내 게시판을 통해서 임직원들과 나누고 있습니다.

    건강관리도 리더가 챙겨야 할 주요 덕목 중 하나인데요. 특별한 방법은 없어요. 다만, 식사할 때는 식사에만 집중해서 즐겁게 먹죠. 그리고 집에선 일의 꼬리를 자르고 그게 안 되면 자는 순간이라도 모든 걸 잊고 숙면하려고 합니다. 즐겁게 먹고 잘 자는 게 건강의 기본이죠. 채소를 많이 섭취하는 것도 중요한데, 섬유질이 많아서 장내 활동에 도움이 되거든요. 쉰 살이 넘으면서 몸이 좀 뻣뻣해지는 것 같아서 일주일에 한두 번은 뛰거나 스트레칭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모레퍼시픽에서 출시되는 제품을 모두 사용해 보신다던데, 가장 애용하는 제품을 꼽으신다면. 어떤 제품이든 신제품이 출시되기 전에 직접 다 써봅니다. 마스카라는 실력이 없어서 못하겠고, 심지어 네일 제품도 다 발라 봐요. 지난 30년간 오해를 받은 적도 있었지요.(웃음) 대부분의 직원들이 직접 써보고 판단합니다. 제품에 대해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잖아요.

    최근 중국 상하이에 뷰티사업장을 준공했습니다. 가시적인 성과가 궁금한데요. 대지 면적 9만2787㎡(약 2만8000평), 연면적이 7만3871㎡(약 2만2300평)인데, 쉽게 말해 축구장 12배 규모에 달합니다. 세계적인 수준의 생산효율성과 GMP시스템을 자랑하는 친환경 생산, 연구, 물류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기존 공장에 비해서 생산량이나 생산 개수가 10배가량 확대되면서 연간 1만3000톤을 제조하고 1억 개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시장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된 셈이죠.

    연구, 제조, 물류까지 원스톱으로 진행되는 시스템이군요. 사업장에 자리한 물류 센터에서 중국 전 지역 거래처의 주문 작업 처리와 배송이 이뤄집니다. 기존 공장에선 물류 배송이 7일 이상 소요됐었는데, 선양과 청두에 있는 지역 물류센터와 연계해 평균 3~4일이면 중국 전 지역의 배송이 가능합니다.

    설화수는 대한민국의 문화와 감성, 철학을 담은 브랜드 1992년에 중국시장에 진출했습니다. 중국 지역의 사업 전략이 궁금합니다. 아모레퍼시픽 중국 사업의 전략적 키워드는 현지화와 나눔입니다. 가장 우선시한 일은 중국 고객을 이해하는 것이었어요. 이곳은 지역마다 미의 기준이 다르거든요. 그래서 현지 고객들의 피부 특성과 라이프 스타일, 뷰티 트렌드, 커뮤니케이션 채널 등을 오랫동안 조사하고 연구했습니다. 원하는 게 무엇인지 분석하는 건 기본이고 총 5609명의 직원 중에 현지인 비율이 89%나 될 만큼 현지 인재를 중심으로 경영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중국 현지에서 특별히 인기 있는 제품이 있을 것 같은데요. 중국 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해서 제품에 반영하고 있는데, ‘라네즈 슬리핑팩’과 ‘라네즈 BB쿠션’이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밤에 바르고 자는 슬리핑팩은 합리적인 가격, 간단한 사용법, 피부 케어 효능이 어필했고, BB쿠션은 선케어에 미백, 메이크업 기능까지 갖추고 있으니 굉장히 편리하잖아요.

    사실 상하이 진출은 이미 1992년에 준비를 마쳤다고 들었습니다. 선대 서성환 회장의 조언으로 선양이 첫 진출지가 됐는데요. 20여 년 전 상하이에 진출했다면 어땠을까요. 선양은 랴오닝성(遼寧省)의 성도(省都)예요. 중국의 동북삼성, 그러니까 랴오닝성, 지린성(吉林省), 헤이룽장성(黑龍江省)의 중심적인 공업 도시였어요. 선대 회장님께서 이곳을 선택하신 데는 몇 가지 배경이 있습니다. 우선 상하이나 베이징 같은 중국 심장부에서 본격적인 사업에 앞서 중국 시장을 이해하기 위한 마케팅 학습장이었고 또 하나, 스킨케어에 관한 한 세계적인 기술을 보유한 저희로선 동북 지역의 춥고 건조한 기후가 오히려 유리할 수도 있었거든요. 동북지역을 집중 공략하고, 그 여세를 몰아 심장부로 치고 들어가는 우회 전략이 배경인거죠. 실제 선양에서 얻은 경험이 상하이 사업의 기반을 탄탄히 해줬습니다. 당시의 우회 전략이 주효했던 셈이죠.

    국내 면세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설화수에 대한 중국 고객들의 충성도가 대단합니다. 해외 유명브랜드와 달리 동양적 이미지를 내세웠는데요. 세계 시장에서도 마케팅 전략은 동일한 겁니까. 설화수는 대한민국의 문화와 감성, 철학을 담은 브랜드예요. 대한민국 전역에 한방화장품 열풍을 일으켰고 그 시장을 창출하는 원동력이 됐지요. 이젠 전 세계 시장에서 명품 한방 뷰티의 상징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전통과 현대를 잇는 문화 메세나로 예술, 문화, 장인을 후원하면서 미와 감성을 전파하는 방식으로 현지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2004년에 홍콩을 시작으로 2010년 미국, 2011년 중국, 2012년 싱가포르, 대만, 태국 그리고 2013년에 말레이시아, 베트남, 인도네시아에 진출했어요. 글로벌 럭셔리 뷰티 시장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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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류 열풍은 하나의 현상일 뿐, 서비스와 품질이 정답 K-뷰티에 대한 해외 반응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습니다. 한류와도 연결되는 부분인데요. K-뷰티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조건을 꼽으신다면. 20여 년간 중국에서 사업을 진행한 아모레퍼시픽 입장에선 한류 열풍은 하나의 현상일 뿐입니다. K-뷰티가 성공할 수 있었던 건 결국 고객이 지속적으로 우리 제품을 사용했다는 것이죠. 처음엔 광고를 보고 제품을 구매할 순 있겠지만, 마음에 들지 않으면 결코 다시 구매하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한류가 첫 구매에 도움은 될 수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서비스와 품질을 통한 고객 만족 극대화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아모레퍼시픽의 인재 채용 기준이 궁금합니다. 특히 여성인력에 대한 자원은 어떠한지요. 인재의 힘이 곧 기업의 성장동력이죠. 단지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인재로 육성된 임직원들이 업무에 즐겁게 몰입하고,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쾌적하고 효율적인 업무 환경을 조성하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성별 구분 없이 우수한 인재가 능력을 펼쳐나갈 수 있도록 여러 사내 복지정책을 마련하고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최근 세계 200대 부호에 오르셨습니다. 세간의 관심에 3세 경영에 대한 말씀을 아끼셨는데요. 그건 전문경영 체제도 가능하다는 말씀이신지요. 제가 50대 초반이잖아요. 아직은 젊은 나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공부하는 중이고 미래에 대해서도 좀 더 깊이 생각해볼 여지가 많습니다. 근본적으로 경영승계는 누가 회사를 최고로 경영할 수 있는가와 관련된 사안이죠. 내부적으로도 경영자를 잘 육성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 두고 있습니다.

    가정에선 어떤 아버지이십니까. 가정교육의 첫걸음을 꼽으신다면. 항상 바쁘다 보니 가족들과의 시간이 늘 아쉬워요. 그래도 함께 있을 땐 여느 아버지들처럼 세상 사는 얘기도 들려주고 인생 조언도 해주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딸이 둘인데, 스스로 진정 원하는 게 뭔지 생각해보라고 늘 강조합니다. 아버지로서 제 딸들이 행복한 사람이길 원하거든요. 어떤 일을 하든 그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회의 다양한 면을 이해할 수 있는 넓은 시야를 가진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남과 잘 지내는 것과 세상의 기준을 잘 지키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하고, 읽을 수 있을 만큼 책도 많이 읽고, 형식에 매달리지 말고 자유롭게 생각하라고 조언하기도 합니다. 하고 싶은 공부를 마음껏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는데,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겠죠.

    경영자에게 개인의 성공은 곧 기업의 성공 아모레퍼시픽의 사회공헌활동 역시 늘 화제를 낳는데요. 이와 관련한 CEO직속 조직을 운영 중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아모레퍼시픽의 기업활동 목표는 ‘고객의 건강한 아름다움’이에요. 70여 년간 이 땅의 여성들과 아름다움의 역사를 함께해왔습니다. 특히 서성환 선대 회장님은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 기업의 이익 환원, 소외된 저소득층의 복지를 향상시키는 사업을 적극적으로 실천하셨어요. 1960년대 초에 가장을 잃은 미망인들에게 아모레카운슬러(방문판매원)라는 일자리를 제공하며 여성들의 경제, 사회활동을 확대했는데, 이후에 자연스럽게 어려운 여성분들을 지원하게 됐습니다. 이러한 활동이 고객들의 선택과 사랑으로 되돌아왔어요. 또 저희에게 주어진 기대와 책임도 커졌기 때문에 더 많이 기여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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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이 아닌, 회장님 개인의 목표는 무엇입니까. 기업을 경영하게 된 순간, 개인의 성공은 곧 기업의 성공과 운명을 같이 합니다. 아모레퍼시픽의 비전 달성이 곧 저의 가장 큰 계획이자 목표죠. 물론, 기업과 개인의 성공에는 세상과 사회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도 전제돼 있습니다. 한국을 대표하고 아시아를 대표하는 화장품 기업, 아모레퍼시픽을 만들겠습니다. 우리 한국, 더 나아가 아시아의 미와 정수를 세계 시장에 널리 전파할 수 있는 ‘Asian Beauty Creator’가 되겠습니다. 쉽지 않은 길이겠지만 더 노력해야겠죠. 이러한 노력이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과 입지 확대에 견인차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봅니다.

    [안재형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1호(2014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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