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art Ⅰ|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휴식은 경쟁력의 근간이다 “휴식을 위해선 리더십도 바뀌어야 한다”

    입력 : 2014.06.27 11: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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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참사는 아주 큰일이었어요. 실제로 그 사건 때문에 증상이 생겨서 오는 분들도 있고 기존 환자들도 상당수가 나빠졌습니다. 무기력감, 억울함, 죽음이 뒤섞여 있는 감정이죠. 불안한 겁니다. 불안이란 건 일종의 정상적인 신호인데, 이게 과도하면 쉴 수가 없어요. 내 뇌가 얼마나 불안한지, 얼마나 쉬지 못했는지 측정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이 있습니다. 지난해 봄에 무엇을 했는지 떠오르지 않는다면 문제가 있는 겁니다. 봄과 가을은 뇌가 이완하는 계절이거든요. 당연히 반응을 하는데 그걸 느끼지 못한 겁니다.” 최근 심리학 강의서 <윤대현의 마음성공>을 출간한 윤대현 교수는 제대로 쉬려면 뇌의 일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휴식하는 시스템이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영학과 리더십을 아우르며 직장인들의 여름휴가에 대해 명쾌한 설명을 이어갔다. 인터뷰는 강의형식으로 재구성했다.

    왜 휴가를 가야 할까 좀 웃기는 얘기지만 그 이유는 ‘사람은 왜 잠을 자야하나’와 비슷합니다. 잠 없이 24시간 깨어있다면 불면증도 없었겠죠. 쉰다는 건 일을 위해서가 아니라 쉼 자체에 목적이 있습니다. 어찌 보면 인생의 본질은 우울하죠. 작년보다 올해 한 살 더 먹었고 한번은 죽으니 위안을 얻어야 합니다. 휴식은 일하기 위한 액세서리나 준비가 아니라 삶의 반을 차지하는 중요한 부분인데 현대인들은 그 부분을 제대로 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뇌 과학 입장에서 보면 쉰다는 건 일을 안 한다가 아니라 쉴 때 작동하는 신경망이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죠. 아직 뇌에 대해 모든 게 밝혀지진 않았지만 바깥에서 뇌의 활성화를 볼 수 있는 기능성 MRI를 보면 뇌도 직장인들처럼 팀워크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네트워크를 신경망이라고 하는데 이게 15개쯤 됩니다. 그 중 현대인들이 수십 년간 엄청나게 개발시킨 게 ‘조정신경망(Control Network/Task-Positive Network)’인데, 말 그대로 과업을 정하고 밀어붙이고 멀티태스킹 하는 일을 합니다. 여기엔 스트레스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적정스트레스이론’이 있는데, 적당한 스트레스를 줘야 최고의 퍼포먼스가 난다는 것이죠. 뇌 과학 입장에선 조정신경망을 강하게 만드는 과정입니다. 그런데 너무 이 신경망만 쓰다 보니 ‘소진증후군(Burnout Syndrome)’이 나타났어요. 뇌를 스마트폰에 비교하면 엄청나게 고성능으로 만들었는데 배터리가 나가버리는 겁니다.

    요즘은 이러한 뇌 과학 이론을 경영학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데, 조정신경망만 활성화시켜선 안 된다는 겁니다. 밀어붙인다고 비즈니스가 되는 게 아니라 창조, 공감 등이 중요한 요소가 됐죠. 그 창조와 공감은 놀랍게도 우리가 너무 무시해서 이름도 붙이지 않았던 ‘디폴트 네트워크(Default Network/Task-Negative Network)’가 활성화돼야 좋아집니다. 일하지 않을 때 작동하는 신경망이자 창조와 직결되는 신경망이죠.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도 이러한 내용이 있던데, 직원들의 뇌를 놀게 해줘야 한다고 하더군요. 구글의 ‘20% Time’이 그 예가 될 수 있는데, 일주일 중 하루는 자기 업무와 상관없는 일을 하게 합니다. 왜냐고요. 뇌가 놀아야 하기 때문이죠. 결국 휴식을 위해선 리더십도 바뀌어야 합니다. 예전엔 강력한 관리자가 리더가 됐어요. 밀어붙이면서 위기를 극복하는 리더가 무조건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이젠 그러한 관리에 사람들이 반응을 안 할 뿐이죠. 왜? 그만큼 다들 지쳤습니다. 사실 관리능력이 강력한 리더십이 지금도 여전한데, 그러다 보니 창조와 공감 면에서도 목 놓아 부르짖기만 합니다.

    공감은 기술이 아니라 마음 넉넉해져서 내 에너지를 나눠주는, 다른 이의 고통이 내 고통으로 느껴져야 하는 것이죠. 우리 부서는 소통이 안 된다고들 하는데, 그래서 때때로 공감, 소통,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가르치려고 합니다. 소통은 안 해서 안 되는 게 아닙니다. 지친 뇌들은 아무리 얘길 해도 공감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소통이 안 된다고 느낍니다. 에너지가 채워지면 아무 말이 없어도 눈빛만으로 통합니다. 반짝반짝하죠. 그런 의미에서 뇌를 쉬게 하는 건 단순한 휴식을 넘어 경쟁력의 근간입니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6호(2014년 0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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