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로지 쉬어가는 이색 여행 3선

    입력 : 2014.06.27 11:05:44

  • 이건 오로지 나를 위한 여행이다. 일하기 위한 투자나 충전이 아니라 그냥 내게 바치는 ‘쉼’의 시간이다. 그래서 별 일(Work) 없는 특별한 시간이다. Check 1. 머무는 여행 (Staication = Stay + Vacation) 언젠가 한번쯤 살아보고 싶은 살 만한 둔덕, 강원도 홍천 살둔마을
    사진설명
    살둔마을
    살둔마을
    시간은 늘 빠르게 빠르게만 간다. 그래서 여행만은 더, 느리고 싶다. 빨리만 가던 도시의 시간을 등진 채, 조용하고 하릴없는 곳에서 하루를 보내며 시간마저 느리게 간다는 착각을 하고 싶을 때가 있다. 사람들 드문 곳으로 어디라도 숨어들고 싶을 때는 홍천의 깊은 마을로 들어간다. 마을 이름이 살 만한 둔덕, ‘살둔’이다. 홍천시내에서 살둔마을로 가는 길은 1990년대에야 비로소 뚫렸다. 해발 1500m가 넘는 산들에 둘러싸인 살둔은 <정감록>에 숨어 살기 좋은 곳으로도 이름을 올렸을 만큼 깊다. 인생길이든 찻길이든 오랜만에 구부정 돌아가게 만든다. 산 속에 폭 안긴 살둔마을에는 40여 가구가 산다. 맑게 흘러내리는 내린천과 살둔을 휘돌아 나가는 살둔 계곡, 방태산줄기와 그에 걸맞은 맑은 바람과 햇빛이 있다. 살지는 못해도 살둔에 머물 수 있는 방법은 꽤 여러 가지다. 폐교를 활용해 만든, 옆으로 살둔 계곡이 흐르는 생둔분교캠핑장에서의 캠핑은 자연 속에 오롯이 묻힌 주말을 보내기에 더 없이 좋은 방법이다. 학교 운동장과 계곡 주변으로 원하는 곳에 텐트를 치면 되는데 니 자리, 내 자리가 따로 없다. 옆으로는 펜션 5동도 함께 운영하고 있어 캠핑이 번거로운 사람이라면 펜션에 머물러도 좋다. 편백나무와 삼나무 등 자연목재로 지어져 실내에 앉아 있어도 짙은 나무 냄새를 맡으며 자연에 안긴 듯 쉴 수 있다. 마을 사이트에 들어가면 각 민가에서 운영하는 살둔마을 민박도 취향에 맞게 예약할 수 있다.

    TIP 강원도 홍천군 내면 율전리 183 / saldun.invil.org / (033)434-3798 생둔분교캠핑장 - 강원도 홍천군 내면 내린천로 638(평일 2만5000원, 주말과 성수기 3만원) Check 2. 도시음식기행 전북 군산 주전부리 먹자여행
    이성당 단팥빵
    이성당 단팥빵
    군산은 근대역사의 도시다. 구도심 곳곳에는 일제강점기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적산가옥도 많고 구 조선은행이나 구 군산세관, 근대역사박물관 같은 근대의 문화유산도 즐비하다. 이번엔 군산의 구도심에 펼쳐진 근대의 흔적들을 덤으로 구경하며, 갖가지 먹을거리를 찾아다니는 일명 ‘먹자여행’이다. 군산에서는 길거리의 웬만한 식당도 40년 구력을 쉽게 넘긴다. 해방 당시 문을 연 식당이나 주전부리도 심심찮다. 요즘엔 군산하면 67년 역사의 ‘이성당’부터 떠오른다. 이곳 단팥빵은 꼭 한 번 먹어보고 싶은 간식이 됐다. 담백하고 달달한 팥소가 가득 든 단팥빵은 몽실몽실 부드럽고, 어릴 적 시장에서 엄마가 사주시던 아삭아삭 야채빵도 옛날 맛 그대로다. 군산에는 70년 된 호떡집도 있다. 중동에 있는데, 이 호떡 하나를 맛보자고 군산을 찾는 여행객도 있다. 내항에서 경암동 철길마을로 걸어가는 길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다. 평일에도 번호표를 뽑고 한참을 기다려야 주문할 수 있다. 중동호떡은 중국식 호떡으로, 보리 가루를 섞어 반죽하기 때문에 텁텁하지 않고 쫄깃하다. 군산 구도심을 기웃거리다 보면 흔하게 보게 되는 것이 또 중국집이다. 짬뽕으로 이름난 중국집이 여럿이다. 복성루, 쌍용반점은 외지 사람들에게 더 유명한 군산의 짬뽕집이고 영화원, 서원반점, 빈해원 등은 군산시민들이 추천하는 맛집이다. 복성루는 돼지고기 고명을 올린 짬뽕으로 유명하고 쌍용반점은 해산물 그득한 얼큰한 짬뽕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화교가 운영하는 빈해원은 중국식 인테리어를 그대로 보여주는 내부에 들어서면 마치 중국의 어느 식당, 그것도 근대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타짜> 등 영화촬영 장소로도 종종 이용됐다. 이 외에도 구도심에는 유명한 맛집들이 잔뜩 몰려 있다. 한주옥 게장백반이나 한일옥의 무국도 유명하고 족발과 시래기국밥은 현지 주민들이 더 사랑하는 음식이다. 잔잔한 항구도시인 군산은 아이부터 부모님까지 온가족을 만족시킬 만한 맛기행 장소로 손색없다. TIP 군산관광안내소 (063)453-4986 www.gunsan.go.kr

    빈해원 - 중식당, 군산시 장미동 21-5, (063)445-2429 10:30~21:00(명절휴무)

    이성당 - 빵집, 군산시 중앙로 1가 12-2 (063)445-2772 7:30~22;00(첫째, 셋째 일요일 휴무)

    중동호떡 - 호떡집, 군산시 중동 361-8 (063)445-0849 10:00~21:30

    한주옥 - 게장백반, 군산시 영화동 15-11 (063)443-3812

    쌍용반점 - 중식, 군산시 금동 1-69 (063)443-1259

    한일옥 - 무국, 군산시 신창동 4-4 (063)446-5491

    서원반점 - 중식, 군산시 경장동 504-2 (063)445-7718

    Check 3. 그야말로 해변바캉스 강원도 고성의 19개 비밀해변
    강원도 고성 해변
    강원도 고성 해변
    고성은 늘 북적북적한 속초나 강릉과는 달리 번잡하지 않은 평온한 해변과 항구가 있는 고요한 바닷가다. 속초에서 고성으로 넘어가면서 쉬지 않고 해변이 펼쳐지는데 그중엔 잘 알려지지 않은 곳도 많아 나만의 오롯한 바닷가 낭만과 휴식을 즐길 수 있다. 남단의 봉포항에서 북단의 명파해변까지 아는 사람만 아는 시크릿 비치, 비밀 해변이 19개나 있는데 크게 몇 가지 테마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번잡하지 않고 작은 항구를 낀 조용한 해변에 머물고 싶다면 시작점인 봉포에서 천진, 청간, 이야진을 두루 아우르는 초입부분의 해변이 좋다. 이 지역에는 청간정콘도와 켄싱턴리조트, 파인리즈골프리조트 등 현대적인 숙박시설이 포진해 있어 가족이 머물며 해수욕을 즐기고 주변을 산책하기 편하다. 또 고성 해변 중간쯤에 위치한 가진해변이나 금강산콘도가 있는 대진해변도 조용하게 머물기 좋은 장소다. 교암과 문암해변은 스쿠버다이빙 등 해양레저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제격이다. 바다낚시라면 대진항이나 거진항도 좋고 작은 항구인 이야진항이나 교암항, 문암항을 비롯해 오호항도 좋다. 아름다운 일출을 보고 싶다면 청간정이 있는 이야진해변과 천학정이 있는 교암해변에 머무는 것도 좋다. 청간정과 천학정 두 정자 모두 동해 최고의 일출명소로 꼽히는데 앞으로는 확 트인 바다와 기암괴석의 장쾌한 느낌과 함께 소나무 숲에 둘러싸인 아늑한 맛이 어우러져 머물러 쉬기 좋은 곳이다.

    한편, 시원스럽게 펼쳐진 바닷가의 드넓은 백사장을 뛰어다니며 해수욕을 즐기고 소나무숲을 두루 누리고 싶다면 삼포해변과 송지호해변, 화진포해변 등이 좋다. 삼포해변은 국내에서 손에 꼽힐 만큼 긴 해안을 따라 넓은 백사장이 펼쳐져 있는 데다 수심도 얕고 바다색도 예뻐 타 지방 사람들은 물론 고성지역민들도 애용하는 해변이다. 해변에 대단지의 코레스코콘도가 들어서 있어 가족단위 피서객에게도 편리하다. 송지호해변과 화진포해변은 아름다운 석호(潟湖)인 송지호와 화진포를 끼고 있어 풍경만큼은 둘째가라면 서럽다. 해변은 위쪽으로 올라갈수록 점점 사람의 손때를 덜 탄 만큼 한없이 한가로우며 또 그만큼의 고요한 적막함도 흐른다. 마무리로 송지호 인근, 19세기 조선시대의 민가와 북방식 전통가옥을 보존하고 있는 왕곡마을에서의 하룻밤으로 피로를 녹인다. 끊임없이 뻗어 있는 고성의 바다를 보며 막혔던 마음을 시원하게 뚫었다면 평화로운 왕곡마을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헛헛했던 마음을 달빛으로 채운다.

    TIP 고성군 문화관광과 (033)680-3361 www.goseong.org [글 이송이 여행작가 <지리산 둘레길, 사람과 풍경이 만나는 곳>, <여자 서른 산이 필요해>, <길 위의 내 집, 게스트하우스123>,, <출출한 간식여행> 저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6호(2014년 0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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