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환경차 공략 나선 현대기아차그룹 | 전기차와 수소차 투 트랙으로 간다

    입력 : 2014.04.08 17:17:07

  • 기아차가 3월 공개한 전기차 쏘울EV
    기아차가 3월 공개한 전기차 쏘울EV
    “친환경 자동차와 첨단기술이 융합된 스마트카를 개발하겠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지난 3월 18일 현대차의 ‘2014 지속가능성 보고서’에서 이 같이 밝혔다. 그는 “현대차가 꿈꾸는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닌 ‘삶의 동반자’ 혹은 그 이상의 가치를 갖는 것”이라며 “인간 중심적이고 환경친화적인 혁신기술을 바탕으로 최상의 이동성을 구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소연료전지차 등 친환경차 보급과 함께 차세대 시스템 개발을 통한 하이브리드 라인업 등 소비자 니즈에 적극 부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정회장이 나서면서 현대자동차그룹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차세대 친환경차의 주도권을 놓고 글로벌 자동차업계의 경쟁이 격화되자 지난해 말부터 숨겨왔던 비장의 한수들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업계의 시선을 가장 먼저 끈 부분은 바로 하이브리드 라인업의 강화다.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볼륨이 큰 준중형급과 중형세단급의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공개했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 그랜저 하이브리드 출시에 이어 곧바로 K7 하이브리드를 공개하며 고효율신차들을 신속하게 선보였다.

    이뿐 아니다. 올해 3월에는 순수전기차인 쏘울EV를 제네바모터쇼에서 공개하며 본격적인 판매에 나선 상태다. 특히 미래의 친환경차로 평가받고 있는 수소연료전지차의 컨셉트카 HED-9(인트라도)도 공개하며 글로벌 업체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업계 전문가들은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말부터 세계가 주목할 만한 친환경 자동차들을 잇달아 공개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고효율에 스마트한 기술이 결합된 강력한 신차들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의 경계대상 1호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자동차업계의 미래먹거리로 평가받는 친환경차 주도권 경쟁에 도전장을 내민 현대차그룹의 ‘미래 전략’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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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력 받은 하이브리드 라인업 현대차그룹은 오는 4월을 기점으로 하이브리드 누적 판매량이 2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2년 11월 누적판매 10만대 판매를 달성한 지 불과 1년 5개월, 하이브리드 신차를 최초로 선보인 지 5년 8개월 만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의 하이브리드 판매량은 올해 초부터 가속이 붙기 시작했다. 올해 1, 2월에만 국내에서 5456대, 미국에서는 4984대 등 총 1만440대 이상이 팔렸다. 지난해 말 현대차의 그랜저 하이브리드 출시에 이어 기아차의 K5와 K7의 하이브리드 신형 모델을 잇달아 출시한 것이 하이브리드 판매량에 속도를 더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사실 현대기아차의 하이브리드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지난 2009년 7월 현대차가 아반떼 하이브리드를 출시한 것이 시작이기 때문이다. 당시 아반떼 하이브리드는 현대차가 3년 7개월간 총 2500억원을 투입해 개발한 LPG를 내연기관으로 사용한 세계 최초의 LPi 하이브리드 모델이었다. 뒤이어 같은 해 10월에는 기아차 포르테의 하이브리드 LPi 모델도 출시했다. 하지만 판매량은 신통치 않았다. 아반떼 LPi는 출시 첫해 5150대가 팔렸고, 포르테 LPi도 1162대라는 성적표를 남겼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2011년 2월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개발한 현대차의 쏘나타 하이브리드를 출시하며 자존심 회복에 나서기 시작한 것.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국내 출시 첫해에만 7193대(6개월간 판매량)를 판매했으며, 2012년에는 1만6710대가 출고되며 하이브리드 시대를 열었다. 여기에 기아차의 K5도 가세했다. 쏘나타 하이브리드와 K5 하이브리드는 지난해까지 국내에서만 각각 3만8186대, 2만4913대가 팔려나갔다.

    해외에서도 현대차그룹의 하이브리드는 높은 관심을 받았다. 세계 최대 자동차 격전지로 불리는 미국시장에서 지난 2월까지 쏘나타 하이브리드와 K5 하이브리드는 각각 5만4361대, 2만8913대 등 총 8만3274대가 판매됐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단 2가지 모델로 하이브리드 전용 모델까지 갖춘 혼다·폭스바겐·닛산 등 글로벌 메이커를 추월했다”면서 “새롭게 출시된 하이브리드 라인업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주목할 부분은 현대차그룹의 움직임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말 그랜저 하이브리드와 K7 하이브리드 등 준대형급 신차를 연이어 출시하며, 하이브리드 라인업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준중형부터 준대형에 이르는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거의 완성한 셈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본 자동차업체들이 주도했던 하이브리드 시장을 현대차그룹이 빠른 속도로 장악해가고 있다”면서 “이런 추세라면 현대차그룹은 일본 업체들과 하이브리드 시장의 쌍두체제를 구축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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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차 주도권 경쟁에 뛰어든 기아차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의 현재 화두라면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는 미래의 먹거리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친환경차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기아차-전기차’ ‘현대차-수소연료전지차’라는 투트랩 전략을 구사할 방침이다. 이기상 기아차 환경기술센터 전무는 “미래에 어떤 친환경차가 대세로 자리 잡을지 모르기 때문에 현대차는 수소연료전지차, 기아차는 전기차로 친환경차 시장을 공략한다”고 밝혔다.

    기아차는 이와 관련 지난 3월 11일 경기도 화성 남양연구소에서 쏘울EV를 출시하며 전기차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쏘울EV는 1회 충전에 148km를 주행할 수 있으며, 완전충전도 단 4시간 정도면 가능하다.

    현대차그룹은 또한 기아차를 통해 2018년까지 양산용 순수 전기차를 개발할 예정이다. 이미 시장에 출시된 ‘레이EV’처럼 기존 모델에 차세대 구동장치를 단 파생형 모델이 아닌 전기차용 독자 모델을 출시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이 순수전기차 개발에 나선 것은 지난 2010년 개발된 전기차 ‘블루온’ 이후 4년 만이다.

    현대차그룹이 이처럼 전기차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이유는 글로벌 자동차업계의 트렌드가 급격하게 전기차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어서다. 업계에 따르면 세계 전기차 시장은 오는 2020년까지 266만대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미 미국과 유럽 브랜드들은 순수전기차를 앞다퉈 출시하며 기술주도권 경쟁이 뛰어든 상태다. 자칫 뒤처진다면 글로벌 메이커로의 도약이 어려워질 수 있는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런 이유로 전기차 시장에 대한 R&D 비용을 늘리며 공격적으로 나가고 있다. 이미 출시된 기아차 레이EV와 쏘울EV에 이어 내년 상반기 공개를 목표로 쏘나타와 K5를 기반으로 한 국내 최초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개발을 추진 중에 있다. 기아차가 전기차 개발 전면에 나선 후 현대차가 이를 뒷받침 하는 방식으로 전기차 시장의 트렌드를 주도하겠다는 전략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내수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현대차그룹이 수소연료전지차만 올인하다가는 친환경차 시장에서 경쟁업체에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낀 것 같다”면서 “조금 더 빨랐다면 더욱 좋았겠지만, 이제라도 다양한 친환경차 개발에 나선 것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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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소연료차’는 현대차가 1등 주목할 부분은 현대차가 미래의 친환경차로 불리는 ‘수소연료전지차’ 부문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과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차는 투싼ix를 기반으로 개발한 수소연료전지차를 이미 유럽에서 상용화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부문에서 현대차그룹이 추격자의 위치에 있다면, 친환경차 전쟁의 마지막에 있는 수소연료전지차 부문에서는 현대차가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 있는 셈이다.

    산업계에서는 글로벌 자동차업계의 트렌드 주도권 경쟁에 대해 “하이브리드 시대와 전기차가 곧 눈앞에 닥친 현실이라면, 수소연료전지차는 미래 친환경차의 완성”이라며 “현대차그룹이 강점을 보이고 있는 수소연료전지차를 최대한 빨리 상용화해야 한국이 세계 자동차시장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차의 수소연료전지차연구는 경기도 용인의 마북리연구소 주도 아래 진행 중이다. 김세훈 책임연구원은 “현대차의 수소연료전지차 기술은 이미 상용화가 가능한 수준까지 도달해 있다”면서 “관련법규와 대량생산 시설, 그리고 정부의 육성정책만 더해진다면 수소연료전지차 시대를 열 준비는 이미 완료된 상태”라고 말했다.

    사실 현대차는 세계 최초로 수소연료전지차의 상용화를 이미 실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6월 덴마크 코펜하겐시에 관용차 15대를 전달한 것.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는 현대차가 독자개발한 100kW급 연료전지 시스템과 2-way 수소저장 탱크 시스템(700기압)을 탑재해 1회 충전만으로 594km가지 주행이 가능하다. 100kW급 전기모터를 통해 최대 136마력의 힘을 내며, 최고 160km/h의 속도로 주행할 수 있다.

    인상적인 것은 현대차의 기술력이다. 현대차의 수소연료전지차는 연료를 수소상태로 저장한 뒤 전기분해 과정을 통해 전기를 발생시켜 주행하는 방식이다. 효율성 면에서 기존 내연기관 차량들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다. 특히 주행 과정에서 사용된 수소가 산소와 결합해 물로 배출되기 때문에 가장 친환경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수소연료전지차는 전기모터를 통해 생산된 전기를 외부로 배출할 수도 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처럼 차량에서 생산된 전기를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 현대차는 자체 개발한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지난 2012년 개최됐던 여수엑스포 내 한국관에 설치해 필요전력의 75% 이상을 공급하기도 했다.

    이처럼 자동차는 물론 가정생활에도 상용화가 가능한 수소연료전지차를 현대차가 출시하자, 유럽 내 업체들은 현대차에 버스와 트럭 등 다양한 수소연료전지 차량개발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 역시 이런 수요를 감안해 대형차량은 물론, 수소연료전지용 신차를 개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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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知天命 맞아 First Mover로 변신할까 현대차그룹은 앞서 밝힌 것처럼 하이브리드 라인업 강화와 함께 전기차 시장에서의 주도권 경쟁, 그리고 수소연료전지차의 발빠른 상용화를 미래전략으로 삼고 있다. 글로벌 주도권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어떤 트렌드가 업계를 주도할지 모르기 때문에 어느 것 하나 소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업계 전문가들은 현대차그룹의 저력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1967년 설립 이후 50년도 되지 않은 현대차그룹이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글로벌 메이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세계 5대 자동차업체로 빠르게 성장해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산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본격적인 친환경차 시대를 열겠다는 2016년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스스로 하늘의 뜻을 헤아린다’는 지천명의 나이를 갖게 되는 현대차그룹이 친환경차 출시를 통해 글로벌 자동차시장에서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패스트팔로우 전략을 통해 세계 5대 글로벌 자동차업체로 성장한 현대차그룹이 지천명의 나이에 글로벌 자동차 트렌드를 주도하는 퍼스트무버로 변신할지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현대차의 미래는 이곳에서 시작! 남양 R&D센터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남양R&D센터는 현대차그룹의 브레인으로 불리는 곳이다. 현대차그룹이 세운 미래전략이 바로 이곳에서 실현되기 때문이다.

    사실 현대차그룹은 남양R&D센터 외에도 용인시 마북리의 환경기술연구소, 의왕시의 중앙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남양R&D센터가 그룹의 R&D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고, 마북 환경기술연구소와 의왕 중앙연구소가 각각 친환경 기술과 기초 연구를 담당한다. 특히 신차개발과 친환경기술의 상용화가 남양R&D센터에서 현실화되는 만큼 현대차의 미래전략의 전초기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래서일까. 남양R&D센터는 규모면에서 전 세계 어떤 자동차 연구소와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의 시설을 자랑한다. 347만㎡ 부지에 다양한 환경을 경험할 수 있는 주행시험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풍동시험장과 충돌시험장, 전파연구소, 설계-디자인-파워트레인 등의 완성차 관련 시설과 1만여 명에 가까운 연구인력을 갖추고 있다. 특히 차량개발의 전 과정을 진행하며 기초연구에서부터 선행연구까지 자체 수행할 정도로 최첨단의 시설을 자랑한다.

    이뿐 아니다. 여기에 현대차는 2017년까지 총 1500억원을 더 투자한다. 다이내믹한 주행시험장을 추가로 짓고, 개발장비와 시험시설 등을 보강해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차 연구소로 격상시킨다는 게 현대차의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R&D 예산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두 회사 모두 지난해 R&D 비용이 사상 최고치를 넘어섰다. 특히 현대차는 지난해에만 총 1조7232억원을 R&D에 쏟아 부었다. 전년 대비 9%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기아차 역시 지난해에만 1조2631억원을 R&D에 사용했다. 전년대비 23.97% 늘어난 수치다.

    주목할 대목은 지난해 현대차그룹의 실적이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매출과 이익이 줄었음에도 R&D에 대한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리는 것은 정몽구 회장이 ‘지속가능보고서’를 통해 밝힌 것처럼 글로벌 자동차업계의 트렌드 경쟁에서 앞서 나가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

    품질경영을 넘어 기술경쟁 시대에 돌입한 현대차그룹. 친환경차 시장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정몽구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남양R&D센터에서 영글어가고 있다.

    [서종열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3호(2014년 0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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