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창조·노동·기재부·금융위 낙제점

    입력 : 2014.02.04 17: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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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 정부에서 그나마 잘 하는 곳이 산업통상자원부이고 한국은행도 보통은 했다. 반면에 미래창조과학부나 노동부는 형편없고, 국가경제를 이끌어가야 할 청와대 경제수석실이나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도 높은 점수를 줄 수가 없다.’ 전국 대학의 교수들이 보는 평균적인 시각이다. 매일경제 은 전국 대학의 경제·경영학과 교수들에게 현재 경제상황을 진단하는 동시에 정부 경제부처와 기관에 대해서도 평점을 매겨달라고 부탁했다. 경제부처나 기관 평가에선 10점 만점 기준으로 평점을 매기는 것과 동시에 ‘잘했다-보통이다-못했다’로 구분하는 방식을 동시에 적용했다. 점수 평가의 경우 일부 교수가 지나치게 높은 점수를 주면 왜곡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먼저 후자의 경우 웬만하면 보통은 주려는 교수들의 성향을 감안해 ‘보통이다’는 평가를 제외하고 ‘보통보다 잘했다’고 한 응답과 ‘보통보다 못했다’고 한 응답의 초점을 맞춰 분석했다. 그 결과 미래창조과학부에 대해선 66.7% 대 13.9%의 비율로 ‘보통보다 잘했다’보다 ‘보통보다 못했다’는 응답이 월등히 많았다. 노동부에 대해서도 58.3%가 ‘보통보다 못했다’고 했고 11.1%만이 ‘보통보다 잘했다’고 점수를 매겼다. 기획재정부에 대해선 41.7%가 ‘보통보다 못했다’고 한 반면에 25%만이 ‘보통보다 잘했다’고 했으며 금융위원회도 38.9%가 ‘보통보다 못했다’고 평가한 반면에 25%만이 ‘보통보다 잘했다’고 했다.

    이에 비해 산업통상자원부에 대해선 ‘보통보다 못했다’는 응답은 11.1%에 그쳤고 ‘보통보다 잘했다’는 응답은 그것의 2배가 넘는 27.8%나 됐다. 한국은행도 30.6%가 ‘보통보다 못했다’고 한 반면에 41.7%는 ‘보통보다 잘했다’고 했다.

    평점도 이런 평가와 비슷하게 나왔다. 10점 만점 기준 산업통상자원부가 5.28점, 한국은행이 5.03점을 얻었다. 보통(5점)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공정위의 경우 점수는 5점을 받았으나 ‘보통보다 못했다(30.6%)’는 응답이 ‘보통보다 잘했다(22.2%)’보다 많아 분발이 필요함을 읽을 수 있었다.

    외환관리 ‘Good’ 일자리 창출 ‘Bad’ 정책 평가에선 외환이나 환율 관리와 국가재정 관리에선 좋은 평점을 매긴 반면에 일자리 창출이나 미래산업 육성, 금융정책 등에 대한 평가는 좋지 않았다.

    외환이나 환율 관리에 대해선 60.5%의 응답자가 ‘보통보다 잘했다’고 했고 ‘보통보다 못했다’는 응답은 전혀 없었다. 10점 만점 기준으로도 6.34점이 나왔다.

    반면에 일자리 창출이나 금융정책 모두 39.5%의 응답자가 ‘보통보다 못했다’고 했다. 잘했다는 응답은 일자리 창출의 경우 15.8%에 그쳤고 금융정책도 26.3%에 불과했다. 10점 만점 기준으로도 일자리 창출은 4.29점, 금융정책은 4.82점이 나와 보통(5점)을 밑돌았다.

    글로벌 불경기로 서민들의 삶이 팍팍해졌다는 여론이 많지만 교수들은 분배정책에 대해선 아주 비판적이지만은 않았다. 점수로는 4.7점만 주었지만 ‘보통보다 못했다’는 의견(26.3%)에 비해 ‘보통보다 잘했다’는 의견(31.6%)이 많았다. 교수들의 여건이 그래도 보통 사람들의 삶보다는 나은 게 반영된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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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환율 정책 지지는 전무 현재 한국 경제의 상황을 묻는 질문에선 10명 중 6명 정도가 평상수준이라고 했지만 양호하다는 의견(5.3%)에 비해 ‘위기 직전’ 또는 이와 비슷한 상황이라는 응답이 34%나 됐다. 한국경제가 아주 비관적이지는 않지만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고 본 것이다.

    박영준 아주대 교수는 “위기에서 회복되는 단계에 있지만 평상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했고 원용걸 서울시립대 교수는 “현재 한국 경제는 거시지표로 보면 위기는 아니나, 경제의 활력을 잃어 서서히 위기로 갈 수 있는 아주 무기력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아베노믹스 때문에 급속도로 진행되는 엔저의 위협에 대해 고환율(원화가치 하락) 정책을 지지하는 교수들은 전혀 없었다. 71%나 되는 교수들이 한국경제의 체질개선을 위해 엔고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엔화가치 하락에 맞춰 원화 가치를 낮추되 고환율에 따른 보완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의견도 26.3%나 됐다. 기업들이 더 이상 안이하게 고환율에 의존할 때는 지났다는 얘기다.

    채희율 경기대 교수는 “엔저가 우리나라 상품의 국제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이 최근 상당히 낮아졌음을 감안할 때 엔저에 일대일로 대응하는 외환시장 개입은 불필요하다”며 “다만 엔화 대비 원화 가치가 지나치게 절상되는 경우 부분적인 시장개입을 통한 환율안정화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환율에 대한 교수들의 이 같은 태도는 거시경제 여건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기저에 깔려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세계경제 전망에 대해 10명 중 6명꼴로 올해 경제가 전반적으로 개선된다는 의견을 보였고, 31.6%는 지난해와 비슷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보다 악화된다는 시각은 7.9%에 그쳤다.

    올해 경제가 좋아질 것으로 보는 지역에 대해선 89.5%가 1순위로 미국을 꼽았다.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전망이 좋은 지역에 대해선 일본을 꼽는 응답자가 52.6%나 됐다. 그림자 금융 등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적지 않은데도 중국 역시 미국 일본 다음으로 괜찮은 지역으로 꼽혔다. 반면 경제가 좋지 않을 것으로 보는 곳에 대해선 유럽이나 브라질을 비롯한 남미 지역을 꼽는 교수들이 많았다. 인도경제에 대한 시각 역시 남미지역과 비슷한 정도로 부정적이었다.

    올해 예상되는 세계 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 요인에 대해선 65.8%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를 꼽았다. 이어 유럽의 경기회복 지연이나 개도국 외환위기 가능성을 주요 리스크로 염두에 두는 교수들이 많았다.

    설문에 참여한 교수들 설문을 보낸 분들 가운데 최광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공직에 있어서, 백경환 성균관대 교수는 안식년을 맞아 미국 연수중이어서 한국 실정에 대한 응답이 어렵다고 했다. 응답자 가운데 절반 정도가 실명 또는 익명으로 질문 이외에 추가 의견을 보낼 정도로 열의를 보였다.

    구정모(강원대) 채희율(경기대) 하인봉(경북대) 이우헌(경희대) 강성진 김진일 신관호(이상 고려대) 강명헌(단국대) 송병호 이성량(이상 동국대) 최창규(명지대) 강호상 조장옥(이상 서강대) 김소영 이근 최경욱 표학길(이상 서울대) 곽태운 원용걸(이상 서울시립대) 이준행(서울여대) 김경수 김인철(이상 성균관대) 장범식(숭실대) 박영준(아주대) 김정식 박태규 신동엽 양준모 연강흠(이상 연세대) 김영용 박상철 이승준(이상 전남대) 송수영 장지인(이상 중앙대) 조대우(충남대) 양준석(가톨릭대) 이상빈(한양대) 백승관(홍익대) (이상 대학 가나다순)

    [정진건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1호(2014년 0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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