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art Ⅲ | 시너지에 집중하라 달라진 M&A 트렌드
입력 : 2014.01.03 14:12:48
-
사모펀드들 역시 비슷한 반응이다. 15년 만의 열린 최대 규모의 빅마켓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정작 인수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는 발표는 듣기 어렵다. 단지 국내 M&A 시장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을 뿐이다.
매물 홍수에도 대기업 신중모드 지난 12월 15일 금융권과 IB업계에 따르면 올 한 해에만 최소 40조원대의 M&A 매물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10조원대의 우리금융그룹을 비롯해 5조~6조원대의 대우조선해양, 1조~1조5000억원대의 KAI 등 대어급 매물이 M&A 시장에 잇따라 나오고 있어서다. 인수만 한다면 곧바로 재계서열을 뒤흔들 수 있는 조(兆) 단위 매물들이 새해부터 본격적인 새주인 찾기에 나서는 셈이다.
특히 금융권에는 그야말로 태풍이 불어 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금융그룹의 매각에 이어 자산규모 10대 증권사 중 4개사가 올해 중에 매물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LIG손해보험과 동양그룹의 금융계열사 등이 잇따라 매물로 나오면서 그야말로 폭풍의 계절을 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시장은 오히려 평온하다. 새주인을 찾는 기업들이 연이어 M&A 시장에 등장하고 있는데도, 정작 주인찾기에 성공한 기업은 찾아보기 어렵다. 매물은 봇물처럼 쌓여가고 있지만, 현금을 손에 쥔 대기업들이 인수합병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 지난 12월 18일 매일경제가 국내 주요기업 46개사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새해에 M&A에 나설 계획이 있다고 대답한 기업은 전체의 21.7%에 불과한 10개사에 그쳤다. 오히려 경기침체가 장기화할 가능성에 내실경영에 주력할 것이라고 답했다.
금융권과 IB업계는 달라진 M&A트렌드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과거 조 단위 매각기업이 등장하며 대기업들이 무리를 해가며 인수했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알짜배기 매물이 등장해도 인수 의지를 보이지 않거나 손익계산서를 꼼꼼히 따져보고 있어서다.
한 대기업 재무담당 임원은 이와 관련 “자산규모가가 5조원대 이상인 대기업집단들은 현재 인수합병보다는 내실경영 혹은 내부지분정리가 더 급한 상태”라며 “매력적인 매물들이 나오고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기업인수를 결정한 총수가 없거나, 인수 이후 추가부실 가능성 등 다양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인수합병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IB전문가들은 PEF들이 여러 매물 중 알짜배기 매물 찾기를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경영권 장악이 가능하면서 보유자산의 가치가 높고, 가격은 저평가된 매물을 찾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글로벌 PEF로 불리는 KKR, 어피니티, 칼라일 등은 대어급으로 불리는 조 단위 M&A 매물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런 이유로 산업계에서는 우려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증권사 임원은 “대기업들이 M&A에 무관심한 상황이기 때문에 대형매물의 새주인으로 PEF들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과거 론스타나 칼라일의 경우처럼 첨단 기술 및 국부유출은 물론 대규모의 구조조정이 발생할 수 있어 정부 차원의 대응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상당수 매물 M&A 어려울 듯 더 큰 문제는 헐값 매각이다. 15년 만에 대규모 M&A마켓이 들어섰지만, 대기업의 무관심과 PEF의 신중한 태도로 인해 분위기가 식어가고 있어서다.
한 증권사 IB담당자는 “메가딜 가능성이 높은 매물들이 등장하겠지만, 시장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어 높은 가격을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면서 “최악의 경우 매각무산이나 지연 등의 상황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유동성이 취약한 중견그룹들의 자금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재무구조개선안을 발표한 중견그룹들이 대부분 자산매각을 통해 자금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이미 시장에 나온 M&A 매물조차 외면당하고 있는 상황이라 제대로 된 값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대기업의 한 재무담당자는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빅딜은 총수라고 해도 결정하기 어렵다”면서 “정부가 막대한 자금을 풀어 경기지원에 나서거나, 뼈를 깎는 수준의 구조조정을 선택하지 않으면 연말에는 더욱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당부했다. 어느 쪽을 택하든 정부의 대승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서종열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0호(2014년 01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