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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성적 확 오른 하이자산운용 이석원 주식운용본부장 | 시스템 개혁해 펀드 명가 부활 바탕 다졌다
입력 : 2013.12.12 13:4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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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말 부임해 2012년 초부터 시스템 개혁에 나섰다. 와서 보니 한 펀드를 매니저 3명이 운용하고 있었다. 적극성이 떨어지고 책임의식이 결여될 수밖에 없었다. 그걸 책임운용 시스템으로 바꿨다. 운용역과 리서치가 분리됐던 것도 운용역이 리서치를 겸하도록 바꿨다. 이 과정에서 일부 펀드매니저를 교체하기도 했다. 포트폴리오도 대거 교체했다. 여럿이 운용하다 보니 펀드마다 종목이 과다해 인덱스 펀드처럼 움직였다. 당연히 보수만큼 지는 구조라 늘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포트폴리오를 교체하면서 매매비용이 급증해 지난해 성적이 낮았다.”
그 성과가 지난해 3분기 말부터 나타나 실적이 안정됐고 올해부터 개선된 수익률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상무는 이 과정에서 어려움도 많았다고 털어놨다.
“매매비용 때문에 지난해 1월 매우 고전했다. 그 영향이 상반기 내내 미쳤다. 주변에선 본부장 바꾼 게 잘못된 것 같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였다. 3분기가 돼서야 수익률이 살아나자 내 방침이 신뢰를 얻기 시작했다.”
그는 운용사들도 이젠 살아남으려면 적극적으로 운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벤치마크만 따라가는 운용으로는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없어 어떤 상황에서든 잃지 않는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 올해 전 펀드의 수익률을 플러스로 장식한 것도 그런 의지가 작용한 셈이다.
이 상무는 전 펀드의 성적이 고르게 향상된 데 대해 메가트렌드를 보고 적극적으로 포트폴리오를 교체한 덕이라고 설명했다.
“증시에선 절대적으로 수급이 펀더멘탈에 앞선다. 올 상반기엔 뱅가드 악재가 지배했다. 국내 기관이 6조원을 지출했다. 당연히 상반기엔 (성장주보다) 가치주가 부각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가치투자 펀드처럼 버텀업 방식으로 중소형주를 발굴해 수익률을 높였다. 뱅가드 이후 외국인이 한국 주식 매수에 나섰다. 지수가 상승하자 국내 기관엔 펀드 환매가 이어졌다. 그러다보니 개별중소형주 약세가 나타날 것 같아 대형주 중 밸류에이션이 낮은 종목을 중점 편입했다. 10월 이후에도 작은 트렌드가 하나 또 나타났다. 국내 경기가 바닥을 확인했고 중국이 하드랜딩 위기에서 벗어났다. 그래서 그 동안 배드 섹터라던 화학 은행주 등 경기민감주를 매수했다.”
이 상무는 하이자산운용 고유의 자산배분회의가 메가트렌드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사장부터 주식본부장 채권본부장 글로벌본부장이 한 자리에 모여 보름마다 자산배분회의를 한다. 그 과정에서 톱다운 의사결정을 한다. 주식만 했을 때는 간과하기 쉬웠던 글로벌 트렌드나 국내외 경제 흐름을 제대로 이해하게 돼 시장의 메가트렌드를 잡는데 도움이 된다.”
그는 올해 자산운용 명가의 부활을 위한 자리매김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이자산운용의 전신은 CJ자산운용이고 그 전신은 제일투신이다. 과거 명성에 비해 위축됐던 회사가 올해를 기점으로 급부상할 것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내년 이후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펀드를 대거 출시할 것이다. 이쪽에서 승부를 낼 것이며 아주 잘 할 것으로 본다.”
잃지 않는 투자로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각오다.
이 상무는 대내적으로 구조조정이 지속되고 있는데다 대외적으로 미국의 테이퍼링 이슈와 중국의 3중전회 이후 국가전략 수립, ECB의 양적완화 지속 여부 등 큰 변수들이 남아 있어 시장 방향을 내다보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중립적 위치에서 대외변수의 변화를 보고 신속 대응하겠다는 생각이다. 다만 한국을 제외하고 세계적으로 나타났던 증시의 멀티플 상승(PER 배수 상승)이 내년엔 한국에도 나타날 가능성이 있어 호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3분기에 한국과 중국이 경기저점을 확인했다. 밸류에이션이 싼 IT와 자동차를 기본으로 하고 화학 조선 은행주로 플러스 알파를 낼 생각이다. 삼성전자 현대차는 엄연한 글로벌 기업이다. 단순히 한국에 있다는 이유로 PER 7배에 머무는 것은 너무 싸다. 이들이 회복되면 코스피 2400도 가능하다.”
그는 일반투자자에겐 지금이라도 펀드에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그 동안 속았다고 환매했지만 은행에 넣어도 2% 밖에 안 되고 부동산도 돈이 안 된다. 채권도 마찬가지다. 돈 갈 데가 어디 있나. 매력 있는 것을 찾아봐라. 주식펀드로 돌아온다.”
리스크가 싫다면 안정성을 중시하는 펀드도 많은 만큼 펀드 내에서 대안을 찾으라고 했다.
“안정적으로 5% 내외의 수익률을 추구하는 펀드는 많다. 고배당주 펀드나 공모주에 채권형을 가미한 펀드 등이 그렇다. 이런 펀드는 연 5%는 무난히 낸다. 만약 경기가 상승할 것이란 전망에 동의한다면 일반 성장주 펀드에 접근해볼 때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9호(2013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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