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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전무 | 아들이 월급 주나, 배당주 투자하면 월급 나와
입력 : 2013.12.12 13:4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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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펀드가 나오고 있고 ETF도 매우 다양하다. 펀드만 해도 주식형부터 혼합형 롱숏펀드까지 있다. 감당할 리스크에 따라 업종별 펀드나 가치주펀드 성장주펀드 등으로 적절히 분산해 간접투자 포트폴리오를 짜면 직접투자를 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 뉴스 따라서 하는 현재형 투자는 실패한다. 간접투자가 그 리스크를 줄여줄 것이다.”
적어도 포트폴리오 구성 차원에서라도 펀드 투자를 하라는 게 그의 주문이다.
“저성장 국면에선 가치주펀드나 성장주펀드와 직접투자 등에 적극적으로 분산해 포트폴리오를 짜서 수익을 추구할 수 있다. 저금리 시대에 지속적으로 수익을 추구하려면 주식 투자는 필수다. 예금과 달리 주식 투자는 동종업계 내에서 우위에 있는 기업들을 골라 투자한다. 그처럼 경쟁력이 있는 기업들은 성장하면서 계속 가치를 창출한다. 이렇게 성장 기업에 업혀가는 것이 가치투자이며 갈수록 가치투자는 필요하다.”
허 전무는 특히 내년엔 온라인 펀드시장까지 열리게 돼 간접투자 비용이 줄어드는 만큼 펀드투자에 훨씬 좋은 기회가 오고 있다고 했다. 해외펀드나 원자재펀드까지 HTS로 투자할 수 있는 상황이라 투자자들의 선택 폭이 넓어졌다는 것이다. 코스피의 밸류에이션이 여전히 높지 않은 만큼 주식형 펀드에 계속 투자하라고 했다. 특히 주식은 금융소득 종합과세에서도 자유로운데다 주가가 낮기 때문에 더 매력적이란 것이다.
“지금 주가는 2006년 수준 밖에 안 된다. 그 동안 경제는 30~40% 성장했는데 주가는 그대로다. 게다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 증시에 나타났던 유동성 효과가 한국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미국은 그 효과로 S&P500의 PER가 16배까지 갔다. 내년에 미국과 유럽 경기가 회복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우리도 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저금리 효과까지 반영되면 주가 수준이 전반적으로 한 단계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일례로 경기민감주는 최근 50~60% 상승한 뒤 조정 중인데 이 조정이 끝나면 다시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 게다가 요즘처럼 저금리 국면이 지속될 경우 고배당주가 효자보다 낫다고 덧붙였다.
“아들이 월급을 주지 않지만 배당주는 월급을 준다. 월급 주는 종목을 10개 단위로 묶어서 투자하거나 펀드에 맡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만 어떤 경우든 과욕은 금물이라고 했다. 10년 전 설정한 마라톤펀드에서 440%의 수익을 낸 것도 과욕 부리지 않고 일관성을 유지한 덕분이란 설명이다.
“욕심 부리지 않고 원래의 투자 목적을 일관성 있게 유지하고 있다. 우리 펀드는 종목만 바뀌었을 뿐 투자의 맥은 그대로다. 그 동안 어려운 국면이 두세 번 있었지만 내가 믿은 기업에 투자한 게 맞았다. 연 15%의 수익률을 지속적으로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시장이 어려운 때도 이 정도를 유지하려 하고, 시장이 폭등하더라도 역시 이 정도에서 수익률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 전략을 유지할 것이다. 금리 대비 2~3배의 성과를 노리는 투자는 보수적 성향의 투자자에겐 계속 매력적일 것이다.”
욕심을 줄여 리스크를 관리한다는 얘기다. 허 전무는 최근 글로벌 경제상황이 불투명하지만 이런 때가 투자의 적기라고 강조했다.
“상황이 불안정해 미래가 보이지 않고 개인들의 투자비용이 올라가고 펀드의 잔고는 줄어들고 있다. 지금처럼 주가가 낮고 여건이 좋지 않을 때가 투자의 적기다. 앞으로 높은 수익이 날 것만 기대한다.”
펀드를 보수적으로 운용하는 그 역시 시장의 큰 변화에 따라 가치가 변해 융통성을 보이고 있다.
“우리 펀드는 크게 가치주 펀드와 배당주 펀드로 양분된다. 기본 전략은 같으나 배당주 펀드가 더 보수적이다. 배당주 펀드는 배당수익률을 바탕으로 하기에 자산가치나 수익가치 대비 훨씬 저평가된 종목을 많이 편입한다. 올해 시장에선 변동성만 있었지 방향성은 없었기에 보수적 기업들의 주가 상승폭이 높았다. 다만 실적이 높게 나타난 것은 2·4분기에 경기관련주를 적극 편입했기 때문이다. 하반기 이후 경기회복을 예상해 경기민감주를 늘렸다. 중소형주와 가치주가 상반기에 많이 올라 분할매도하고 비중을 바꿨다.”
회사 전체적으로 배당주를 많이 들고 있던 게 올해 성적에 기여했다고 했다.
“우선주에 5년간 계속 투자했는데 올해 들어 우선주 주가가 보통주의 2~3배나 상승했다. 배당주 펀드에 20% 정도, 가치주 펀드엔 15%를 편입하고 있었는데 이들 종목이 올라 수익률이 높게 나왔다.”
실제 이 회사의 펀드는 전반적으로 수익률이 높았다. 전체가 가치주와 배당주 펀드 운용전략을 따르기에 자산의 95%가 같은 성격이란 것. 운용 풀에 400여 종목이 있는데 매니저 재량으로 30~40%를 하고 60~70%를 성격별로 편입하기에 유사 포트폴리오를 갖게 되고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전체 펀드가 단일 펀드처럼 움직이므로 편차가 크지 않다.
허 전무는 주식형 펀드 클래스가 39개나 되고 혼합형도 34개 클래스나 있지만 운용전략은 거의 동일하다고 했다. 전체가 가치주에 투자하는 전략적 동일성은 계속 유지될 것이란 얘기다. 다만 펀드가 장기적으로 고수익을 내려면 고객과의 신뢰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며, 고객들이 회사를 믿고 맡겨야 한다고 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신뢰다. 위험자산 운용하는데 과정이나 결과에 고객의 신뢰가 있어야 한다. 신뢰 없으면 주가 바닥에서 팔고 올라갈 때 사게 된다. 단기 수익률이 낮더라도 믿고 따라줘야 한다. 운용사나 고객 모두가 일관성이 있어야 수익률을 낼 수 있다.”
그는 8조원에 육박하는 투자자산 중 2조원 정도가 기관이 맡긴 것이라고 했다. 국민연금이 맡긴 것만도 1조2000억원에 달한다고. 기관들이 많은 자산을 맡긴 것은 그만큼 그를 믿기 때문이란 것. 거기에 덧붙여 그는 특히 잃지 않는 투자를 하려면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자에 KS마크는 없다. 내가 돈 버는 방법이 맞으면 그것으로 된다. 중요한 것은 일관성이다. 데이트레이딩만 제대로 해도 이익을 낼 수 있다. 이때 데이트레이딩만 해야 손해를 보지 않는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9호(2013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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