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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사별 펀드성과 극과 극… 투자자 생존 전략 `좀비펀드를 몰아내라`
입력 : 2013.12.12 13:4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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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평균적으로 주식형 펀드는 올해 괜찮은 성과를 거뒀다. 주가가 사실상 게걸음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지난해 이전에 상장된 1258개 국내주식형 펀드 가운데 77%인 967개 펀드가 10월말 현재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보통 벤치마크 이상의 성과만 거두면 운용을 잘했다고 보는 주식형 펀드 운용에서 주가가 완전히 횡보한 올해 291개 펀드만이 적자를 냈으니 평균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고 할 수 있다. 투자자들이 조금만 신경을 쓰면 괜찮은 펀드를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개별 주식형 펀드의 10개월간 수익률을 비교해 보면 최고 41%가 넘는 수익률을 낸 펀드가 있는 반면에 마이너스 23%나 되는 손실을 기록한 펀드까지 있어 우량펀드와 저조한 펀드의 수익률 차가 최대 65%까지 벌어지고 있다. 펀드라고 아무거나 가입하지 말라는 얘기다.
실제로 클래스 기준으로 39개 주식형 펀드를 운용하는 신영자산운용의 경우 최고 26.42%, 최저 8.09%의 수익률로 올해 전 펀드 플러스 수익을 냈다. 13개 주식형 펀드가 있는 한국밸류자산운용도 최고 21.95%에서 최저 7.78%까지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올해 10개월간 전 펀드가 고르게 좋은 성과를 거뒀다. 트러스톤자산운용도 최고 9.8%에서 최저 3.72%에 이르는 수익률로 17개 주식형 펀드 모두 플러스 수익률을 지켰다.
신한BNP파리바는 수익률이 높지는 않았으나 63개나 되는 많은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을 모두 플러스로 지켰고 하이자산운용도 28개 주식형 펀드에서 전체 플러스의 성과를 거뒀다.
이외에도 칸서스자산운용이나 KTB, GS, HDC, 라자드코리아, 코스모, 베어링, 슈로더, 유진, 코스모, 키움, 플러스, 현대인베스트, 흥국 등의 운용사가 전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을 플러스로 마감했다.
회사별 평균 수익률에선 상위권인 에셋플러스(15.62%)와 신영(15.12%) 한국밸류(14.61%) 등이 두 자릿수 성과를 올린 반면 메리츠(-2.38%)나 KDB(-1.96%) JP모간(-1.10%) 등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해 회사 간 실력 차이가 극명했다.
혼합형 수익증권에서도 이런 현상은 그대로 나타나 트러스톤자산운용(7.83%)이나 한국밸류자산운용(6.16%) 등 선두권 회사와 하위권인 동부(-1.77%) 미래에셋(-0.16%) 등의 차이가 현격히 벌어졌다.
해외주식형에서도 같은 양상이 나타나 얼라이언스(27.75%)와 유리(27.56%) 에셋플러스(18.14%) 등이 매우 높은 수익률을 올린 반면에 블랙록(-13.72%)이나 현대(-8.15%)자산운용 등의 실적은 아주 저조했다.
이처럼 선두와 하위 펀드, 또 선두 운용사와 하위 운용사의 성적 차이가 현격할 정도로 시장 평균이 내 펀드의 성과를 말해주지 않는다는 게 명확히 드러났다. 또 같은 운용사라도 펀드 클래스에 따라 수익률 차이가 크게 벌어진 회사들이 많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며 운용사 입장에선 리스크 관리에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투자이론은 액티브 펀드가 시장평균(지수)을 넘어서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강조해 많은 운용사들이 그 동안 수동적 운용을 하는 인덱스펀드 비중을 크게 늘렸다.
그러나 지수가 장기간 횡보를 하고 있고, 특히 건설업종이나 녹색성장테마 등 특정 산업이나 섹터의 주가가 수년씩 하락하는 상황에선 투자자들의 인내심을 계속 기대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점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석원 하이자산운용 상무는 “시장이 저조하다고 수익률이 저조한 펀드는 더 이상 시장이 인정하지 않는다. 이제는 절대수익을 추구해야 한다. 한국에도 지난해부터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펀드가 대두하기 시작했는데 앞으로 벤치마크 플레이(지수를 따라 가는 펀드 운용)를 하는 펀드는 자산이 급격히 위축된다. 살아남더라도 아주 소규모만 살아남을 수 있다”며 이런 기류가 펀드 업계의 기회이자 리스크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펀드 하나(코리아리치투게더펀드)로 국내 전 주식형 펀드 수익률 1위를 차지한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은 일등기업 중심의 투자를 원칙으로 하면서 중국 소비 성장의 수혜를 받는 기업과 모바일디지털네트워크의 변화 바람을 타는 종목들을 편입해 좋은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1등 기업을 중심으로 하는 가치투자로 늘 선두권 수익률을 유지하면서 세상 변화의 흐름을 타는 운용전략을 가미해 플러스알파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에셋플러스자산운용 관계자는 “경기변화에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섹터와 중국과 부딪치는 B2B 산업보다는 B2C 산업 비중에 무게를 두었다”며 “결과적으로 업종선택이나 종목선정에서 고른 성과를 나타냈는데 특히 보유 중인 우선주가 큰 폭으로 뛰면서 초과수익을 냈다”고 소개했다.
에셋플러스는 앞으로 △중국, 고령화, 전기차 관련주처럼 새로운 변화 속에서 구조적으로 성장세를 이어갈 산업 △경쟁에서 과점적 이익을 누릴 일등기업 △미국과 유로존 소비회복 수혜주 등을 중점적으로 투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해외펀드 중엔 얼라이언스번스틴자산운용이 단연 주식형이나 채권형 모두 두드러진 성적을 보였다. 얼라이언스 관계자는 철저히 리서치에 입각한 투자를 하는 게 좋은 성과를 거둔 배경이라고 소개했다. 얼라이언스 펀드는 미국에서 운용하고 있는데 주식 84명, 채권 62명 등의 리서치 애널리스트들이 세부 정보를 빠르게 입수해 글로벌 투자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하면서 고수익을 창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성장주에 집중 투자하는 얼라이언스미국그로스펀드는 기술주 25% 소비재주 21% 헬스케어 17% 등을 담고 있는데 특히 리서치를 통해 과소평가된 이익성장 잠재력을 찾아내는 방식으로 지속적인 고수익을 추구하고 있다고 했다.
주식형펀드 63개 클래스를 모두 플러스로 관리한 신한BNP파리바는 철저히 프로세스 중심의 운용으로 수익률을 안정시켰다.
고준호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CIO는 “신한BNP파리바의 주식 투자체계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자산배분 전략을 수립하고, 개별종목은 리서치팀의 섹터 전담 애널리스트들이 발굴한 핵심 우량 종목을 중심으로 모델 포트폴리오 구성하며, 펀드 운용은 모델 포트폴리오를 근간으로 각 펀드매니저의 견해를 반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펀드매니저의 개인 의견을 최대한 억제해 평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한다는 얘기다.
그는 또 실제 투자는 지수전망보다 종목 선택에 집중하며 버텀업 방식에 의해 장기 유망주를 조기 발굴해 선제적으로 투자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소형주 펀드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IBK자산운용의 ‘IBK중소형주코리아’의 초강세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펀드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올해 장에서 40%가 넘는 좋은 성적을 냈다. 지난해 10월 설정된 이 펀드는 최근 1년 수익률에선 54%대의 성적을 내고 있다. 특히 상반기 중소형주 장에서 하반기 대형주 장세로 돌아섰는데도 이 펀드의 성과는 계속 양호하다. 회사 측은 “상반기 17.79%, 하반기 19.26%(10월 29일 기준)로 흔들리지 않는 꾸준한 성과”라고 자랑했다.
회사의 전체 주식형 펀드 성적은 상위권이 아니나 이 펀드가 유독 부각되는 이유는 회사 차원에서 ‘중소형주’에 강한 곳이라는 점을 내세우려 집중하고 있는데다 펀드 규모가 아직 크지 않아 운신이 자유롭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회사 관계자는 “무엇보다 철저한 기업분석에 입각해 지속적으로 저평가 종목을 발굴하고 투자판단을 한 게 주효했다”며 앞으로도 계속 저평가종목 발굴에 나설 것을 밝혔다.
[정진건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9호(2013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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