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년 펀드 성과 분석…가치주 펀드는 올해도 날았다

    입력 : 2013.12.12 13:41:40

  • 가치주 펀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대박을 치며 2년 연속 날아올랐다. 주식을 위험자산이라며 폄하하고 안전자산에 집중하라며 케케묵은 교과서 같은 얘기만 하던 소위 ‘경제전문가’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주식형 펀드는 올해도 전반적으로 양호한 성적을 냈다. 다만 자산운용사나 펀드 클래스에 따라 운용성과의 차이가 지속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만큼 투자자들이 잘 하는 회사, 좋은 펀드를 골라서 투자해야 할 필요성은 더욱 명확해졌다. 올해 펀드시장 성과를 압축한 키워드다.
    사진설명
    신영·한국밸류·에셋플러스 등 은행이자 7배 벌어 많은 투자전문가들이 지난해 말부터 올해 중반까지 포트폴리오에서 한국 주식 비중을 축소하라고 권했지만 그게 옳았을까. 현대증권의 경우 지난 4월에도 자신들의 모델을 내세워 한국 주식의 기대수익률이 떨어졌다며 비중을 더 축소하라고 했다. 세계적 투자회사인 뱅가드는 아예 벤치마크를 바꾸면서 들고 있던 한국 주식을 모두 내던지기까지 했다. 그런데 결과는 어떻게 나타났을까.

    신영자산운용이나 한국밸류자산운용 에셋플러스자산운용 등 가치투자에 주력하고 있는 운용사들은 올해 10개월 동안 각 사의 전체 주식형 펀드에서 평균 15% 전후의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 이는 매일경제 LUXMEN이 Fn가이드에 의뢰해 집계한 10월말 기준 국내 펀드의 운용 성과에 따른 것이다. 은행 정기예금 이자나 채권투자 수익률을 10개월간 계산할 경우 2%대 초반에 머무는 것에 비하면 7배나 되는 높은 수익이다.

    이들 세 회사는 올해 열 달간 뿐 아니라 최근 1년이나 2년간 주식형 펀드 수익률에서도 모두 높은 성적을 기록했다. 1~3위 내에서 세 회사가 순위다툼만 할 뿐 계속 후위 그룹과 큰 격차를 내며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 뒤로 올해 들어 부쩍 성적이 향상된 하이자산운용이 평균 9.07%의 수익률을 냈고 이어 베어링자산운용이나 칸서스, KB, 현대, 트러스톤, 프랭클린자산운용 등이 주식형 펀드 수익률 상위그룹 대열에 들었다.

    이들만 좋은 성과를 올린 게 아니다. 국내 주식형 펀드는 전체 평균을 보더라도 양호하게 나왔다. 전체 국내 주식형 펀드의 올 10개월간 평균수익률은 2.81%이며 그 중에서도 중소형주 펀드의 경우 평균 수익률이 11.07%(클래스 평균 기준)에 달했고 배당주 펀드의 평균 수익률도 9.34%나 됐다.

    사진설명
    투자여건 나쁜 가운데 선전 지수 움직임만을 볼 때 올해 국내 주식시장의 상황이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 지난 연말 1997.05을 기록했던 코스피는 올해 10월말 2030.09로 마감해 사실상 횡보를 지속했다. 특히 6월엔 벤 버냉키 미국 FRB 의장이 양적완화 기조를 조기에 끝낼 수도 있다고 암시하는 발언을 해 그달 25일 코스피가 종가 기준으로 1780.63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후 외국인이 줄기차게 국내 주식을 사들이면서 지수가 현재 수준까지 올라왔지만 많은 투자자들이 가슴을 쓸어내려야 하는 시기가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게다가 국내 주식형 펀드의 자금이 지속적으로 빠져나간 것도 펀드매니저들이 운용하는데 어려움으로 작용했다. 그래서인지 펀드 중도해지가 속출했다.

    한 주부는 15개월 동안 부었던 적립식 펀드를 2만원 손해 보고 해약하고도 잘 했다며 블로그에 글을 올리기도 했다. 또 다른 주부는 펀드 손실이 더 커질 수도 있을 것 같아 국내펀드 하나와 해외펀드 하나를 30만원 손해 보고 ‘쿨하게’ 해지했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투자자들이 이처럼 펀드를 중도에 해지하는 데엔 이를 만류해야 할 금융기관 상담창구 직원들이 오히려 부추긴 면도 적지 않다. 신상품 팔기에 급급한 나머지 투자자들이 찾아오면 기존 펀드를 해지하라고 권했던 것이다. KB경영연구소는 최근 연구에서 펀드를 중도해지한 사람들의 28.5%가 ‘금융기관 상담창구 또는 직원’들이 해지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이처럼 펀드가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한 데는 신규자금을 끌어들이는데 혈안이 돼 되지도 않을 펀드를 밀어내기식으로 쏟아낸 일부 운용사의 책임이 작지 않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펀드 수는 2012년 말 9864개였던 게 올해 10월말에는 1만834개로 970개나 늘었다.

    그러다보니 일부 기관들이 펀드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투자자들의 불신을 초래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석원 하이자산운용 상무는 “그동안 일반인들이 엄청나게 환매했다. 몇 년 동안 속았기 때문에 주가가 조금 오르자 앞뒤 가리지 않고 환매했다”고 지적했다.

    어쨌든 지난해 연말 94조5508억원이었던 국내 주식형 펀드 잔액은 지난 10월말엔 85조4432억원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혼합형 펀드 판매가 소폭 늘었다지만 그쪽으로 옮겨간 것은 그리 크지 않다. 올 하반기엔 국내 투자자들은 주식형 펀드에서 돈을 빼내 주가에 악영향까지 미칠 정도였다. 이처럼 개미들이 떠나면서 리만 브라더스 사태 직전 80%대에 달했던 공모펀드의 개인투자자 자금 비중은 현재 50%대 중반 수준으로 내려왔다.

    사진설명
    아직은 주식의 기대수익이 가장 커 그렇게 주식을 떠난 투자자금은 대부분 은행 예금이나 MMF처럼 이자도 별로 주지 않는 단기성 금융상품으로 옮겨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총예금은 지난 연말 990조원에서 올해는 9월말까지 1004조원으로 14조원 이상 늘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연말 63조1380억원이던 MMF 잔고는 10월말 74조5879억원으로 증가했다.

    많은 투자자들이 혹시나 주가가 떨어져 손해보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을 이겨내지 못하고 이자도 별로 나오지 않는 상품에 돈을 쌓아놓고 있는 것이다. 손해를 보지 않았으니 그러면 된 게 아니냐고도 할 수 있으나 그 정도 수익률로는 실질물가상승률조차 따라가기 쉽지 않다. 게다가 안전(?)을 생각해 펀드를 해지한 일부 투자자들은 그 자금을 지난 연말 30년물 국고채나 올해 동양그룹채권 등에 넣었다가 물리기도 했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지금은 주식시장에서 멀어져선 곤란할 때다”며 주식시장을 떠나지 말라고 당부했다.

    “지금 각 자산의 일드(수익률)를 보자. 부동산은 3~5%이며, 채권은 2.8~2.9% 수준이다. 은행 정기예금은 2%대에 묶여 있다. 그렇다면 주식의 기대수익률은 얼마나 되겠나. 올해 상장사의 세후 순이익은 93조원 정도로 추정된다. 코스피가 1970일 때 시가총액이 1159조원이었으니 이를 감안하면 국내 주식의 기대수익률은 8%나 된다. 펀드는 평균 8%대 수익률이 기대되는 주식 중에서도 잘 하는 기업들만 골라서 투자하니 수익률은 더 올라간다. 그러니 전혀 디스카운트해 볼 이유가 없다. 지금으로선 가장 유망한 투자대상이다.”

    현재 수준의 저금리 국면에선 주식을 떠나면 자산가치를 지키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이석원 하이자산운용 상무도 “그 동안 일부 투자자들이 열 받아서 펀드를 환매하기까지 했지만 현금 들고 있다면 빨리 돌아오고 기존의 펀드에 가입한 사람이라면 꼭 유지하라고 권하고 싶다. 지금 외국인이 계속 사고 있는데 잘못하면 코스피 2300에서 2400대에 외국인 물량을 받아줘야 할 가능성이 크다”며 주식평 펀드 투자를 권했다.

    사진설명
    ETF 142개에 17조원 설정 국내 펀드시장에서 또 하나 눈여겨볼 대상은 상장지수펀드(ETF)다. 증시에 상장돼 매일 거래되기 때문에 주식과 같아 보이는 이 펀드는 11월 14일 현재 142개에 설정액은 17조636억원이나 된다.

    지수를 따라가도록 설계된 이 상품은 거래비용이 적은데다 워낙 다양한 종류의 지수와 연동돼서 움직이기 때문에 간접적인 방법으로 분산투자를 하는 데 제격이다. 또 주식의 배당금 형태로 매년 1~2회의 분배금을 지급하는 펀드도 많기 때문에 플러스알파의 수익률까지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주가가 떨어져야 이익이 생기는 리버스ETF를 제외하고는 주가가 올라야 이익이 발생하는 상품이라서 ETF 역시 수익률이 플러스로 유지하는 게 투자자 입장에선 반갑다.

    삼성자산운용과 함께 국내 ETF시장의 주축을 형성하고 있는 미래에셋자산운용에 따르면 국내 ETF시장은 펀드시장에 비해 4배정도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상품 구성은 시장 대표 ETF가 51.80%를 차지하고 있고 이어 레버리지 ETF가 17.3%, 채권형이 13.1%, 인버스형이 3.0%, 해외주식형이 2.3% 등이다.

    최근엔 합성 ETF나 베타플러스 등 기존에 없던 전략을 구사하는 다양한 상품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경우 해외주식형 ETF가 상품수(403개)나 시장점유율(23.5)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한국도 비슷한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란 게 미래에셋의 전망이다.

    이 회사는 대표 상품인 TIGER ETF에 대해 기존의 시장 ETF는 물론이고 향후 합성 ETF나 중국A주 ETF 등을 내놓을 계획이다. 특히 높은 복제율로 지수와 비교적 유사하게 움직이도록 하는 한편 보수율을 낮게 유지해 투자자에게 추가이익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실제 이 회사의 타이거200ETF는 2년 연속으로 업계 최고 수준의 분배금을 지급한 바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ETF 투자와 관련해 유동성과 운용사의 전문성, 펀드기준가를 고려해 매매에 나설 것을 주문하고 있다. 우선 유동성이 풍부해야 팔고 싶을 때 팔고 나올 수 있다는 것. 또 운용사의 전문성이 있어야 지수를 제대로 추적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펀드기준가는 ETF 매매의 타이밍을 잡는 데 중요하다고 한다.

    수치로 본 펀드 성과 주식형 펀드가 대체로 양호한 성적을 거둔 것처럼 채권을 일부 섞어 수익률의 안정성을 높인 상품인 혼합형 펀드 역시 전체 수익률 평균이 2.72%로 나와 역시 올 10개월간 은행 예금이나 채권의 수익률을 넘어섰다.

    해외펀드의 성과는 투자대상 국가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미국 경기가 회복된 덕에 미국 기업 주식을 주로 편입한 북미펀드들은 평균 27.24%나 되는 수익률을 냈고 일본기업 주식을 많이 담고 있는 글로벌 주식펀드도 24.25%의 수익률을 올렸다. 이들 펀드는 10개월 동안 요즘 10년 치 은행 이자에 버금가는 성과를 낸 셈이다. 유럽 주식형 펀드도 평균 17.55%의 수익률을 올렸다. 다만 브라질 등의 저조로 중남미 주식형 펀드는 평균 8.47% 손실을 기록해 글로벌 주식펀드 중 유일하게 저조한 모습을 보였다.

    저금리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는 시점에서 앞뒤로 어려움을 맞은 채권형 펀드들은 대체로 미미한 성적을 기록했다. 국내채권형이 평균 2.11%, 해외채권형이 평균 1.76%의 수익률을 기록했고 한때 상당한 성과를 냈던 신흥국 채권은 올해 평균 4.41%의 손실을 기록했다.

    개별 펀드를 볼 때 올해 주식형 펀드 가운데 최고 성적을 낸 IBK중소형주 펀드는 최고 41.56%의 수익률을 올렸다. 혼합형펀드에선 신영의 마라톤적립식펀드가 14.48%를 올렸다. 해외주식형에선 알파에셋투머로우에너지펀드가 60.12%, 해외혼합형에선 동양베트남민영화펀드가 29.66%를 올렸다.

    주식평 펀드를 유형별로 볼 때 신영밸류고배당펀드가 20.51%로 배당주 펀드 가운데 수익률 선두를 달렸으며, 일반주식형에선 한국밸류10년투자100년행복펀드가 21.9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또 테마 펀드에선 신영밸류우선주펀드가 26.42%를 냈다.

    일반인덱스 펀드에선 K스타코스닥펀드가 22.90%를 달성했고 인덱스섹터 펀드에선 미래에셋타이거소프트웨어ETF가 35.03%, Kospi200연계형에선 트러스톤인덱스알파펀드가 4.54%를 올렸다.

    채권형에선 국내채권형의 흥국멀티플레이펀드가 3.02%, 해외채권형의 한국투자베어링하이일드월지급식펀드가 7.27%로 각각 수위를 차지했다.

    [정진건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9호(2013년 12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일경제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