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얼리는 매력적인 가치투자 아이템

    입력 : 2013.09.03 09:16:48

  • 세계적으로 미술품 등과 함께 대체 투자처로 활기를 띠고 있는 럭셔리 주얼리 컬렉팅. 사치품보다 가치품의 개념으로 바라볼 때 주얼리는 더 없이 매력적인 아이템이다. 주얼리 컬렉팅에는 재화적 가치를 위한 투자와 정서적인 만족감을 위한 수집이 있다. 그런데 감성적인 아이템이자 환금성이 높은 원재료를 사용하는 주얼리의 특성상 둘 사이에 명확한 경계를 긋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주얼리 투자는 가치 있는 진품을 좋은 가격에 사서 더 좋은 가격에 파는 데 목적이 있다. 필자는 이 칼럼에서 주얼리 컬렉팅과 투자에 대한 보다 현실적인 접근을 제시하려고 한다.

    그러면 주얼리의 가치부터 따져 보자. 주얼리는 크게 ‘소장 가치’와 ‘착용 가치’로 나눌 수 있다. 소장 가치는 결국 투자 가치를 말하는 것으로 주얼리의 본질적 가치인 금, 다이아몬드, 플래티넘, 유색석 등의 원재료를 우선적으로 꼽게 된다.

    따라서 메인 보석의 재화적 가치 위주로 투자한다면 다이아몬드로는 최상급의 5캐럿 이상 또는 팬시 컬러 다이아몬드, 유색석에서는 전통적으로 원산지를 중요시 여겨 미얀마산 루비, 카슈미르산 사파이어, 콜롬비아산 에메랄드, 그리고 자연산 진주 시장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사람들은 남들이 갖지 못한 것을 갈망하며 이는 초럭셔리층으로 올라갈수록 더욱 심화된다. 오늘날 자연산 진주는 99% 고갈된 상태로 그 시장을 고품질의 양식 진주가 대체하고 있어 일반인들의 니즈는 거의 없다. 즉 자연산 진주는 구할 수 없다는 희소성 때문에 가치가 있는 것이고, 함께 언급한 유색 보석의 가치 또한 결국은 희소가치를 의미한다. 고품질의 진귀한 보석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더욱 상질의 광산이 발견되지 않는 이상 공급이 수요를 따라갈 리 만무하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보면 1캐럿 다이아몬드 위주의 단타 매매보다는 빅 캐럿의 희소성 있는 보석 투자의 전망이 밝다. 물론 원산지와 처리(Treatment)나 향상(Enhancement) 여부를 밝힌 공신력 있는 기관의 감정서나 감별서가 반드시 갖춰져야 한다.

    아르데코 시대 에메랄드(7.91캐럿 콜롬비아산, 무처리) 플래티넘과 다이아몬드 팔찌, Cartier c.1929(ⓒFD Gallery)
    아르데코 시대 에메랄드(7.91캐럿 콜롬비아산, 무처리) 플래티넘과 다이아몬드 팔찌, Cartier c.1929(ⓒFD Gallery)
    골드, 다이아몬드와 에나멜 세르펜티 팔찌 Bvlgari c.1960(ⓒFD Gallery)
    골드, 다이아몬드와 에나멜 세르펜티 팔찌 Bvlgari c.1960(ⓒFD Gallery)
    자연산 진주, 칼세도니와 다이아몬드 반지 Suzanne Belperron c.1932~1955(ⓒFD Gallery)
    자연산 진주, 칼세도니와 다이아몬드 반지 Suzanne Belperron c.1932~1955(ⓒFD Gallery)
    초보 수집가들의 첫걸음 ‘사인드 피스’

    주얼리의 또 다른 투자 가치로 특히 유명 브랜드나 디자이너의 마크가 있는 사인드 피스(Signed Piece)가 매우 중요하다. 제조사 마크, 홀마크, 공방 마크, 넘버링, 때로는 어느 나라에서 만들어졌는가까지도 가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한 예로 1929년에 제조된 까르띠에의 투티 푸르티(Tutti Frutti) 팔찌의 경우 브랜드 마크가 지워져 있던 제품과 마크가 남아있던 사인드 피스가 모두 같은 시기에 비슷한 상태로 경매에 나왔지만 낙찰가의 차이는 매우 컸다.

    따라서 원하던 제품을 발견했을 때 언사인드 피스라면 진품 증명서 같은 출처에 관한 자료들을 반드시 요청해야 한다. 월가 출신으로 럭셔리 주얼리 컬렉터이자 FD Gallery의 대표인 피오나 드러켄밀러(Fiona Druckenmiller)는 “지식이 부족한 초보 수집가들은 결국 이 사인드 피스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20세기 초중반에 제작된 까르띠에, 반클리프 아펠, 불가리, 부쉐론 등의 제품은 주요 경매에서 지속적으로 낙찰가를 갱신하고 있다.

    그러나 서명이 없더라도 최상급의 다이아몬드나 이미 고갈되어 버린 광산에서 채굴된 보석으로 만들어진 주얼리 또한 충분한 투자 가치가 있다. 그리고 누가 소유했었는가도 투자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자선사업가 릴리 사프라(Lily Safra), 윈저공 부인 등 유명인이 소유했던 컬렉션은 주요 경매에서 추정가의 몇 배 이상으로 낙찰되며 매번 신기록을 경신하였다. 사람들은 보석에 깃든 역사와 문화까지 소유할 수 있다는 감성적 이유로 스토리가 담긴 개인의 소장품에 더욱 열광하기 마련이다.

    패션 경향 또한 투자 가치에서 간과해서는 안 될 요소다. 예를 들면 브로치는 오늘날 다른 품목에 비해 그 인기가 많이 사그라진 상태이므로 재판매 시점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제품의 상태도 가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물론 대량생산인지 하나뿐인 제품인지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주얼리의 ‘착용 가치’ 측면으로 볼 때 수집가가 미학적으로 끌리는 쪽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주얼리는 다른 투자 상품들과는 달리 소유자에게 개인의 스토리 또는 지위 상징 등의 감성적인 쾌락을 제공하기 때문에 직접 착용하면서 즐기고 감상할 수 있는 아이템이다. 그 어떤 품목에서도 경험하기 힘든 주얼리만의 특장점이라고 해야겠다.

    그러면 이제 컬렉팅의 방향성을 살펴보자. 럭셔리 주얼리 컬렉팅은 브랜드의 과거 전통과 헤리티지, 장인정신에 가치를 두거나 컨템퍼러리 주얼리의 미래 가치를 내다보는 고급 취향의 투자 활동이다. 따라서 이 가치들에 컬렉터의 방향성을 더한다면 오늘날 가장 인기가 높은 아르데코 시대 같은 시대별 또는 모티브별, 아이템별 주얼리 등 테마가 형성될 수 있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베르투라(Verdura), 수잔 벨페론(Suzanne Belperron), 데이비드 웹(David Webb) 같은 20세기 디자이너들이나 JAR, 바갓(Bhagat), 타팽(Taffin) 등 컨템퍼러리 주얼리 디자이너의 제품을 추천한다. 가까운 중국 시장에서는 월러스 챈(Wallace Chan), 에드먼드 친(Edmond Chin), 미셸 옹(Michelle Ong) 등 아시안 컨템퍼러리 디자이너들의 제품이 경매 시장에서 큰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컨템퍼러리 주얼리는 볼륨감, 하나뿐인 디자인이라는 창조성과 수공예에 포커스를 맞추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들은 여기에다 최고급 재료와 전문적 기술에 포커스를 맞춘 엘리트들로 각광받고 있다. 게다가 극소량만 제작되는 이유로 더더욱 희소가치를 띠며 어느덧 컬렉터들이 가장 갈망하는 이름이 되었다.

    지난 여름 뉴욕 소더비에서의 ‘럭셔리’ 세미나 중 어느 교수의 첫마디가 기억에 남는다. “Stop being a Consumer, be a Collector.” 소비자와 컬렉터의 차이는 경험의 시간 동안 쌓아온 제품에 대한 심미안, 가치를 판단하는 능력과 본능적 감각에 있다. 주얼리를 구매하고, 선물하고, 착용할 때의 상황을 그려보면 사실 모든 주얼리에는 스토리가 담겨있다. 그리고 개인의 신념까지 더해졌을 때 그 주얼리는 한층 더 소중한 가치를 지니게 된다. 컬렉팅이란 어떤 목적과 방향을 가지고 모은다는 개념이다. 그 신념의 목적과 방향이 투자에 있다면 소비자가 아닌 컬렉터로서의 내공을 쌓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숙련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시작이 될 것이다.

    사진설명
    윤성원 주얼리 마케팅 컨설턴트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동 대학 언론홍보대학원에서 광고홍보학을 전공했다. 경기대에서 보석마케팅 및 디자인경영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잇 주얼리>가 있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6호(2013년 0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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