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빌 그로스 핌코 CIO가 보는 채권시장…그래도 저금리 국면 상당기간 이어질 것

    입력 : 2013.07.15 09:3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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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을 비롯한 세계 12개 주요국에 투자하고 있는 핌코(Pimco)는 지난 3월 말 기준 2조400억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는 세계 최대 규모 투자회사다. 채권을 비롯해 주식 부동산 대안상품 등 여러 자산에 투자하고 있으나 특히 채권에 강점을 가진 이 회사의 설립자이자 최고투자담당임원(CIO)인 빌 그로스는 세계 투자시장에서 채권왕이라고까지 불리고 있다. 그가 최근 양적완화 축소 또는 종료를 시사하는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의 발언 이후 요동을 치고 있는 시장 상황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미국적인 시각에서 밝힌 얘기지만 현재의 시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듯하다. 빌 그로스가 홈페이지를 통해 밝힌 네 가지 궁금증과 그에 대한 답변은 다음과 같다.

    1. 최근 채권시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나 1980년에 폴 볼커가 이끄는 연준은 두 자릿수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양적 올가미를 죄었다. (당시 볼커는 유례없는 고금리 정책으로 결국 인플레이션을 잡았다.) 이 때문에 당시 채권시장엔 전대미문의 후폭풍이 불었다.

    30년이 지난 뒤 우리는 또 다른 극단을 보고 있다. 중앙은행이 경기를 살리기 위해 수조 달러의 돈을 찍어내고 있다. 그런데도 인플레이션은 비정상적으로 낮은 상태다. 우리는 앞으로는 이와 같은 채권시장의 강세를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채권이 약세장으로 들어간다고 믿지도 않는다. 그보다 우리는 어떤 의미에서 부채축소 과정이 장기간 지속되고, 어떤 면에선 부채축소의 속도가 빨라지는 상황을 보게 될 것이다.

    그동안을 보면 연준이나 영란은행이나 일본은행이나 모두 성장률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그들의 양적완화 기조를 꺾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연준이 적어도 향후 몇 년간은 주목할 만한 정도로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다만 채권투자자뿐 아니라 다른 위험자산 투자자들 역시 주의를 기울일 필요는 있다. 중앙은행들은 아주 중요한 변곡점에 도달한 것 같다. 지금까지의 공격적인 양적완화 정책이 긍정적 측면을 넘어서 사실상 성장을 저해할 정도까지 이르렀다. 위기를 잠재우는 통화정책이 투자자들에게 점점 많은 리스크를 떠안게 한 반면에 수익률을 떨어뜨렸고 변동성은 확대시켰다.

    연준이 언제쯤 양적완화의 페달에서 발을 뗄 것 같은가. 금리상승을 우려하고 있나 연준은 금융정책에서 손을 떼는 시기와 관련해 실업률 6.5%를 언급해왔다. 동시에 버냉키 의장은 1930년대에 재앙을 일으켰던 것 같은 성급한 긴축정책의 실수를 피하고 싶은 것 같다. 사람들은 이러한 가정에는 동의하면서도 한편으론 오히려 0%대 저금리 자금의 부정적 측면이 늘어나고 동시에 연준의 양적완화가 내재하고 있는 자산가격의 왜곡과 자본의 잘못된 배분, 더 나아가 기업이나 투자자들이 잘못된 동기부여에 의해 리스크를 떠안는 것을 우려한다.

    연준 역시 이런 우려에 공감하고 있다. 연준의 일부 이사들이 양적완화(채권매입)를 줄이라고 하거나 점진적 축소를 요구하는 것도 그래서다.

    기술적 관점에서 연준 역시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가 줄어드는 것에 맞춰서 채권매입 프로그램을 점진적으로 축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완만한 감축과 연준이 채권매입 프로그램을 중단하는 결정을 내리는 것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경제는 아직도 저점 탈출에 필요한 속도를 얻지는 못했다. 실업률은 아직도 상당히 높고 당연히 구조적 문제도 있다.

    그래서 우리가 점진적 감축을 예상하더라도 아마 올해 연말까지는 어느 날 갑자기 (연준이)채권매입을 중단하거나 금리를 갑자기 올릴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금리는 단기에는 요동을 칠 것이다, 우리는 거기에 맞춰 고객 자산의 포트폴리오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것이다. 그게 지난 수십 년 동안 우리 같은 액티브 매니저들이 해온 일이다.

    3. 이런 부정적 상황에서 토탈리턴 펀드는 어떤 포지션을 취할 것인가 보다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투자전략의 성공 여부는 장기 비용을 주의 깊게 저울질해보고 거기에 맞춰 추구하는 잠재적 수익 수준에 달려 있다.

    우리는 통찰력을 활용해 엄격한 분석을 하면서 현장의 거시적 정보들을 수집한다. 오늘날 경제적 불확실성은 커졌고 (상품의) 시장 가격은 비싸졌다. 이런 조건에서 우리는 보다 매력적인 기회를 찾기 위해 엄청난 끈기를 갖고 기다릴 수 있는 능력이 가치 있는 자질이라고 믿고 있다. 토탈리턴 전략에서 우리의 목표는 우리가 들고 있는 드라이 파우더의 가치를 높이고 리스크를 줄이며 신중하게 알파를 추구하는 것이다. 리스크는 극적으로 줄이는 게 아니라 평균이거나 평균보다 약간 낮은 수준을 취하려고 한다.

    다행히 핌코는 이런 목표를 성취하기 위한 다양한 부류의 도구들을 갖고 있다. 여러 가지 전략이 있으나 우리는 롱 듀레이션을 피하고 있으며, 경제적으로 위험이 큰 회사나 섹터가 일으킬 수 있는 신용위험을 줄이고 있으며, 변동성을 관리하면서 미국이나 브라질 멕시코 호주처럼 자산구조가 아주 건전한 국가의 투자를 늘리려고 한다. 또 시장에서 나오는 좋은 기회도 잡으려고 한다. 예를 들어 미국의 중기 국채는 2% 언저리에서 매력적인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핌코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4반세기 전 토탈리턴 펀드를 론칭한 이후 그렇게 해왔듯이 우리 고객의 자본을 지키는 것이다. 우리가 현재 직면하고 있는 시장 상황에서 위험관리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은 진짜 기본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의 포트폴리오는 미래의 기회를 위해 배분돼 있는 상태다. 우리가 전망한 것처럼 전통적인 채권의 베타가 뚝 떨어진다면 우리가 가용할 수 있는 많은 경험을 가진 매니저들은 덜 전통적인 분야에서 알파를 만들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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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채권시장이 매우 불안정한 상태인데 투자자들은 자신들의 금융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하나 투자자들이 먼저 자기가 왜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기억해야 한다. 자본을 지키기 위해서인지 소득이나 성장을 위해서인지, 상대적으로 일정한 수준의 낮거나 아니면 음의 주식과의 상관관계 때문인지.

    채권에 대한 이러한 수요는 오늘날 시장이 어떻든 상관없이 장기적인 것이다. 향후 10년에서 15년 동안 은퇴할 예정인 수백만 베이비부머에겐 더욱 절실하다. 그런 만큼 채권은 포트폴리오 내에 들어 있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거기에 묶였다는 감정을 받지 않고 시장에 도전하면서 운신할 수 있는 길은 있다. 그중 하나는 투자유니버스를 글로벌로 확대하는 것이다.

    핌코의 매니저들이 좋아하는 말이 있다. “채권 시장은 없다. 채권들의 시장이 있을 뿐이다.” 투자자 입장에선 여러 채권펀드 매니저들과 채권전략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인내심을 가져라. 확신컨대 시간이 흐르면서 위기는 계속 올 것이다. 그러나 핌코는 40년 이상 성공적으로 투자를 해왔다. 마찬가지로 앞으로의 40년도 그렇게 할 것이다.

    [정진건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2호(2013년 0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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