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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고수에게 배우는 투자의 지혜…성과 좋은 펀드들 이것이 다르다
입력 : 2012.05.04 13:2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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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도 중반으로 접어드는 지금의 전망은 어떤가.
지난 연말부터 연초까지 올 하반기엔 경제가 살아나며 국내 주가가 강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외치던 증시 전문가들은 경제전망은 불투명한데 코스피가 2000선을 넘어서자 뚜렷한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간간이 강세장을 주장하는 전문가도 있지만 조정 가능성을 제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올해 시장 전문가들 전망 모조리 틀려 그러다 보니 투자자들은 어떤 쪽으로 움직여야 좋을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수익률을 생각한다면 주식에 묻어야 하는데 전망이 뚜렷하지 않고, 주식 이외 상품으로 눈길을 돌리자니 수익률이 눈에 차지 않는다. 부동산은 한번 들어가면 언제 빠질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렵고 저축성 예금은 금리가 인플레이션이나 커버할지 모를 정도다.
그렇다고 무조건 펀드에 맡기는 것도 불안하다.
코스피가 횡보를 한 최근 1년간 실적을 보면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마이너스 7.98%로 코스피 성과보다도 못하다. 주가가 오를 때마다 투자자들이 펀드에서 돈을 빼는 게 이해가 갈 정도다.
실제로 최근 주가가 조금만 반짝하면 투자자들은 여지없이 펀드에서 돈을 빼내고 있다. 올해 들어 주식형 펀드에서 순수하게 빠져나간 돈만 6조원이 훨씬 넘는다. 지난 3월 29일엔 하루에 빠져나간 돈이 1조1768억원이나 됐다. 이 때문에 한때 20여개에 달하던 자산 1조원 이상 초대형 펀드가 지금은 10여개에 불과할 만큼 줄었다.
그 돈은 모두 금융기관으로 몰리고 있다.
전나영 하나UBS자산운용 펀드매니저는 “최근 국내 자금시장은 금융기관 내엔 자금이 지나치게 남아도는 상태다. 예금도 크게 늘었다. 그러나 대출시장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로 주요 금융기관들은 지금 남는 돈을 처치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그래서 돈을 굴리느라 저금리 상품이라도 찾으려고 머리를 싸매고 덤벼들고 있다. 3조원 정도를 팔려고 예정했던 지난 4월 13일 한국은행의 환매조건부채권(RP) 13일물 매각엔 7조2500억원어치 신청이 들어왔고, 6일물 RP 매각엔 16조9900억원이 몰렸다. 금융기관들이 3%대 초반 금융상품이라도 편입하자고 몰린 것이다. 사정이 이러니 퇴직연금이나 변액보험 등 노후대비 투자 상품의 성과가 저조한 것은 당연하다.
장기 성과 좋은 펀드 여전히 많다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상장지수펀드(ETF)의 하나인 ‘삼성KODEX자동차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의 3년 수익률은 301.6%에 달한다. 코스피가 4% 이상 하락한 최근 1년간도 이 펀드는 4.47%의 수익률을 보이는 등 지난 3년 동안 계속 성과가 좋았다.
테마펀드인 ‘한국투자현대차그룹리딩플러스증권투자신탁 1(주식)(A)’의 3년 수익률 역시 111.36%로 양호하다. 이 펀드 역시 최근 성과도 좋은 편이다. ‘동양하이플러스증권1호(채권)A’는 채권형 펀드인데 5년 수익률 36.9%로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 29.4%보다도 높게 나왔다. 채권형이니 당연히 최근 1년 수익률도 5%대를 유지해 정기예금보다 훨씬 양호하다.
‘한국투자네비게이터증권투자신탁 1(주식)(A)’은 운용자산 규모가 1조원이 넘는 대형 주식형 펀드이지만 3년 수익률이 88%에 달한다. 이 펀드는 주가가 하락하는 기간에도 코스피 평균보다는 월등히 나은 모습을 보였다.
최근 퇴직연금 수익률이 형편없이 나와 직장인들을 실망시키고 있지만 혼합형 펀드인 ‘KB퇴직연금배당40증권자투자신탁(채권혼합)C’는 1년(11.38%)은 물론 3년 수익률(57.42%)에서도 주식이나 채권 어느 것과 견주어도 월등히 좋은 성적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국내외 금리는 횡보 국면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전 세계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각국 중앙은행이 섣불리 긴축적 통화정책으로 회귀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손경수 동양자산운용 채권운용1본부장은 “각국 정부가 경기가 회복되거나 자산 가격이 안정을 찾았다고 확신할 때까지는 돈을 여유 있게 돌린다고 한다”며 상당기간 금융기관에 유동성이 넘치는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았다. 예금과 같은 금융상품으로 상당기간 높은 수익률을 내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이런 면에서 정기예금보다 높은 성과를 내는 펀드에 가입하는 게 투자의 정석인 것 같다. 그렇다면 그런 펀드는 어떻게 찾을까.
가장 좋은 것은 계속 높은 수익률을 내는 펀드를 만나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 이전에 각자의 자금사정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 주식형 펀드의 장기수익률이 좋다고 당장 몇 달 뒤 쓸 돈을 장기펀드에 묶어둘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은 Fn가이드의 협조를 얻어 투자자들의 성향이나 자금사정에 맞는 우수 펀드들을 골라냈다. Fn가이드는 우량 펀드인 파이브 스타(★★★★★) 등급 펀드 가운데서 특히 샤프지수가 높은 펀드들을 추천했다. 샤프지수는 위험 대비 초과수익률을 나타내는 지표로 높을수록 수익률 변동폭이 크지 않으면서 높은 수익을 올리는 펀드로 분류된다. 자동차 섹터에 성과 좋은 펀드 포진
채권혼합형 연금펀드의 희망 채권혼합형 펀드 가운데는 ‘KB퇴직연금배당40증권자투자신탁(채권혼합)C’와 ‘한국밸류10년투자퇴직연금증권투자신탁 1(채권혼합)’이 샤프지수 1, 2위에 수익률도 1,2위를 기록했다. 이들 펀드는 특히 안전성이 높을 뿐 아니라 단순 수익률로도 연 10%대의 고수익을 계속 유지하고 있어 노후를 걱정하는 투자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국내채권형 펀드 가운데는 단기로 운용하는 ‘하나UBS증권투자신탁 4[어음]’과 한시적으로 판매된 ‘동양분리과세고수익고위험증권투자신탁D 1- 1(채권)Class C- 1’이 위험대비 수익률이 높게 나왔다. 이들 펀드는 정기예금 대용으로 유용할 뿐 아니라 이제까지 수익률도 정기예금보다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외펀드 가운데는 ‘피델리티아세안증권자투자신탁(주식)종류A’와 ‘JP모간아세안증권자투자신탁(주식)A’ ‘미래에셋아시아퍼시픽컨슈머어드밴티지증권투자신탁 1(주식)’ 등의 성과가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고, 운용자산 1000억원이 넘는 중대형 펀드 가운데는 ‘미래에셋솔로몬아시아퍼시픽컨슈머증권투자신탁 1(주식)종류A’의 성과가 양호했다. 피델리티펀드의 경우 싱가포르에서 운용하고 있는데 글로벌 경기에 민감하게 움직이기보다는 개별기업의 성장가능성과 리스크를 다면적으로 분석해 투자함으로써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고 밝혔다.
국외 혼합형 펀드 중엔 ‘미래에셋친디아업종대표30증권자투자신탁 1(채권혼합)’이 유일하게 파이브 스타 중 샤프지수가 양호한 펀드로 꼽혔다.
이연주 Fn가이드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성과를 원한다면 단기 수익률만 보지 말고 위험 대비 장기 성과를 고려해야 한다”며 “평가회사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장기 성과가 좋은 펀드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유형별로 상위 10% 안에 드는 펀드 중 벤치마크 대비 초과수익률을 내고, 마켓 타이밍이나 원금보전능력 등이 모두 양호한 펀드에 파이브 스타를 준다고 밝혔다.
우수 펀드의 특징들 그렇다면 우수 펀드들은 어떤 특성을 갖고 있을까.
많은 투자자들이 주가가 쌀 때 샀다가 올랐을 때 재빨리 파는 게 운용을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이후 투자자문사들이 두각을 나타내면서 소위 ‘차·화·정’ 등 대형주가 주도하자 이런 종목을 빨리 따라가는 걸 정석처럼 여기고 있다.
그런데 성과 좋은 펀드들은 그런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유형은 다르지만 최고의 성과를 거둔 펀드매니저들 가운데 상당수는 시장을 보지 않고 기업의 가치를 보고 투자했다고 밝혔다. 주식을 사는 게 아니라 회사를 사야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전략은 특히 연금형 상품에서 더 두드러졌다. 대부분의 펀드매니저들이 대규모 자금을 굴리는 연금형 상품은 주가지수를 따라가게 운용하지만 고수들은 이런 상품일수록 가치주에 묻었다.
특히 고수는 운용자산이 1조원이 넘더라도 스몰캡을 버리지 않았다. 진짜 고수익은 중소형주에서 나온다는 방증이다. 일부 랩어카운트의 주도로 대형주 주도의 장세가 이어지며 중소형주가 소외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움직임이다.
이것이 고수들의 펀드가 투자자에게 주는 교훈이다.
[정진건 기자 ,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0호(2012년 0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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