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보는 그룹 랭킹] 삼성의 머니파워, 현대차·SK·LG 합한 수준

    입력 : 2011.09.29 10:4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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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상반기 현대자동차그룹 상장사의 순이익이 삼성그룹 상장사의 순이익을 추월했다는 보도가 9월 초 나왔다. 일부 전문가들은 IT 부문의 성장이 정체되고 있는 반면 자동차 수요는 신흥국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이어져 당분간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진짜 현대차그룹이 상반기에 삼성그룹보다 더 많은 이익을 냈고, 또 삼성그룹이 긴장할 정도로 현대차그룹은 충분히 힘을 키웠을까. 한 상장사 자금담당 임원은 “요즘 기업 자금담당자나 재무담당자 모임에 삼성그룹 계열사 임원이 참석하는 것은 거의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몇 년 전만해도 그렇지 않았는데 최근 이런 양상이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Luxmen'은 이런 궁금증을 풀기 위해 국내 주요 그룹의 자금력을 분석했다. 겉으로 드러난 것과는 전혀 다른 진짜 그룹의 힘을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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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rt 1 자본총계 비교
    롯데그룹 자본총계 기준으론 서열 3위
    위기 시엔 자본의 힘을 봐야 한다 불과 2~3년 전만해도 M&A를 통해 급부상하던 세계 최대 철강기업 아르셀로 미탈의 시가총액이 최근 포스코 수준으로 줄었다. 자산 규모가 포스코의 세 배 정도인 아르셀로 미탈이 미끄러진 까닭을 전문가들은 설비 노후화와 유럽 지역 공장의 취약한 경쟁력에서 찾는다. 그러나 재무적으로도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아르셀로 미탈의 2010년 매출액은 780억 달러, 부채총계는 685억 달러다. 단순계산으로 매출 1달러로 부채 0.88달러의 부담을 안아야 한다. 반면 매출액 60조6379억원, 부채총계 30조7445억원인 포스코는 매출 1원으로 0.5원만 감당하면 된다. 현금이 많은 포스코의 상거래부채(매입채무)는 연간 매출액의 4% 정도에 불과하다. 반면 아르셀로미탈은 이 비율이 26.4%에 달한다. 기술을 따지기 전에 원자재를 현금으로 사는 포스코가 더 싸게 살 가능성이 높으니 그만큼 경쟁력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부채가 많으면 힘들다는 얘기는 금융위기 와중에 도산한 GM의 도산 가능성이 이미 2000년대 초 나타났다거나 대우그룹의 도산 가능성이 외환위기 훨씬 전에 불거졌다는 데서도 잘 나타난다.

    이런 점에 착안해 각 그룹의 실질 자산인 자본총계를 기준으로 서열을 매겨봤다. 자본총계는 자산에서 부채를 제외한 것으로 순자산이라고 할 수 있으며 청산가치 개념과 유사하다. 껍데기를 벗겨내고 기업의 진짜 실력을 보자는 것이다.

    자본총계 : 삼성그룹 ≒ 현대차그룹 + SK그룹 + LG그룹
    자본총계 증가 : 삼성그룹 > 현대차그룹 + SK그룹 + LG그룹
    공기업을 제외할 경우 공정위 서열 1위인 삼성그룹의 자본총계는 서열 2위 현대차그룹과 3위 SK그룹, 4위 LG그룹의 자본총계를 합한 것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2010년 말 기준 금융사를 포함한 삼성그룹의 자본총계는 160조원('Luxmen' 조사는 164.3조원)으로 현대차그룹과 SK그룹 LG그룹의 자본총계 합계 164조원과 비슷했다. 특히 2010년 한 해 동안 삼성그룹의 자본총계는 29조3940억원이 늘었는데 이는 같은 해 현대차그룹(17조3710억원)과 SK그룹(5조7580억원) LG그룹(3조4340억원)의 자본총계 증가액을 합한 26조5630억원보다 10% 정도 많은 것이다. 덩치가 훨씬 큰 삼성그룹의 자본총계 증가 규모가 2~4위 그룹의 자본총계 증가 규모보다 더 커 1위와 여타 그룹의 힘의 차이가 벌어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그해 삼성그룹의 자본총계 증가액은 자본총계 서열 7위인 현대중공업그룹에 서초동 삼성타운 5개 정도를 더한 수준이라고나 할까. 이러니 삼성의 임원들이 다른 그룹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반기지 않는지도 모를 일이다.

    공정위가 뽑은 상호출자제한 대상 상위 10개 기업집단의 순위는 지난 3년간 변화가 없다. 그러나 자본총계를 기준으로 한 서열은 상당한 변화가 나타났다. 부채를 포함한 가짜 순위는 유지할 수 있더라도 순자산을 기준으로 한 진짜 순위가 바뀌는 것은 막을 수 없음을 보여준 것이다. 투자에 앞서 그룹의 파워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알고 싶어 하는 투자자들에게 이는 중요한 시사점을 안겨준다고 할 수 있다.

    공기업을 제외한 그룹 서열 1, 2위는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이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상당기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아래에선 그룹 순위의 활발한 변화가 관측되고 있어 주목된다.

    공정위 서열 5위인 롯데그룹이 자본총계 기준으로는 SK와 LG그룹을 제치고 당당히 3위를 차지했다. 롯데그룹은 지난 2008년 말까지만해도 자본총계 기준으로도 LG나 SK그룹에 뒤졌는데 올해 조사에선 3위로 올라왔다. 그것도 50조원대로 46조원대인 LG그룹이나 SK그룹을 한참 앞서고 있다. 땅부자 롯데그룹은 2009년부터 2010년 사이에 8개 상장사의 자산재평가를 실시해 5조원에 육박하는 재평가차액을 올렸다. 같은 해 SK그룹도 자산재평가를 실시했지만 평가차액 규모에선 롯데그룹에 미치지 못했다.

    현대중공업그룹, GS그룹 추월 2009년 말 기준 GS그룹에 3조원 이상 뒤지며 자본총계 서열 8위였던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GS그룹을 4조원 정도 차이로 따돌리고 7위로 올라섰다. 여기엔 현대중공업의 자본총계가 4조원 이상 늘어난 것을 비롯해 현대미포조선이 1조6000억원 가량, 현대삼호중공업이 1조2000억원 이상 자본총계가 늘었고, 2조3000억원 규모의 현대오일뱅크를 인수한 게 큰 힘이 됐다. GS그룹도 GS칼텍스나 GS레테일 등 주력사의 영업이 호조를 보여 2조원 이상 자본총계를 늘렸지만 큰 건으로 체구를 키운 현대중공업그룹의 질주를 막지는 못했다.

    순위는 2010년에 이어 10위로 그대로지만 자본총계를 14조101억원대에서 17조9840억원으로 늘린 한화그룹도 눈여겨볼만 하다. 2009년까지만 해도 두산그룹이나 한진그룹 등과 비슷한 수준처럼 보였던 한화그룹은 지난 해 KT마저 5조원 이상 차이로 따돌리고 자본총계 기준으로 안정적인 서열 9위를 차지했다.

    공정위 기준으로는 공기업을 제외하고 한진그룹이 9위, 한화그룹이 10위인데 자본총계 기준으로는 한화가 KT와 두산·한진그룹 등보다 앞서고 있다. CJ그룹이나 신세계, KCC, 현대그룹 등도 선전하면서 자본총계 순위를 끌어올렸다. 반면 2009년까지만 해도 재계 서열 12위였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은 M&A 실패 등의 여파로 20위로 밀렸다. STX그룹이나 대림그룹 미래에셋그룹 등도 자본총계를 늘리기는 했지만 다른 그룹들이 선전함에 따라 순위는 오히려 떨어졌다. 중견그룹 가운데 또 하나 두드러진 그룹이 있는데 바로 부영이다. 공정위 서열 29위인 부영은 KT&G나 한국투자금융 등을 제치고 자본총계 기준 25위로 올라왔다. 부영은 2010년 회계연도에 1030억원의 적자를 냈다고 했는데 자본총계는 오히려 1조3020억원이나 늘어 5조971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보유 중인 임대주택과 토지 등을 재평가해 이익으로 잡은 게 크게 작용했다. 공정위 서열은 30위권 밖이지만 OCI는 자본총계 기준으로 당당히 29위에 들어서 내실 있는 회사임을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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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rt 2 가용현금 분석
    현대차그룹 현금동원력 돋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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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J그룹은 지난 6월 우선협상자로 선정돼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부터 대한통운 주식 859만주(37.62%)를 1조845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가격이 조정돼 납부할 금액은 다소 줄었지만 CJ그룹이 이 돈을 어떻게 마련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매각에 나선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과거 잇단 M&A에 성공해 쾌재를 불렀으나 곧바로 소위 ‘승자의 저주’에 휘말려 그룹이 풍전등화 지경에 빠진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 사례는 기업을 볼 때 겉 실력보다 속 실력을 보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 주고 있다. 역사적으로 금융위기를 비롯한 경제위기는 기업들의 서열을 바꾸는 기회가 됐다. 돈을 잘 굴리는 기업들은 위기를 호기로 삼아 사세를 대폭 확장한 반면 반대의 경우는 그룹 자체가 공중 분해되거나 대폭 쪼그라들기도 했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여파로 대우그룹을 비롯한 상당수 그룹들이 날아갔지만 그 와중에 미래에셋은 새로운 그룹으로 컸고 삼성그룹이나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강자로 부상할 계기를 만들었다.

    그렇다면 위기를 호기로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6월 계열사 대표들에게 위기에 대비한 전략적 대응과 유동성 확보를 주문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지난 8월 은행들에게 3번씩이나 속았다며 외화 유동성을 확보하도록 강조했다. 이는 기업이건 국가건 위기 시 현금 동원력이 중요함을 말해준다. 실제로 현금동원력은 해당 그룹의 안정성을 뒷받침해줄 뿐 아니라 투자자들에겐 향후 그룹의 발전 가능성을 가늠해보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이런 의미에서 'Luxmen'은 IBK투자증권의 협조를 받아 그룹의 자금동원력을 따져보는 작업을 했다. 조사엔 상장기업과 재무제표 입수가 가능한 비상장기업까지 포함했다. 다만 운전자금이나 가용현금 집계가 불가능한 금융기관은 제외했다. 건전한 금융기관을 갖고 있는 그룹이라면 플러스알파의 점수를 주고 반대로 부실금융기관을 보유했다면 그만큼 평가절하해 이해하면 된다.

    조사에서 삼성그룹은 2010년 말 기준 25조원 이상의 가용현금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상 시 보유현금으로 상거래 채무를 모두 상환하고도 각 계열사를 가동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가 있기에 그룹의 안정성이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다. 삼성그룹은 특히 자산규모 200조원대의 건실한 금융계열사(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카드·삼성증권 등)를 두고 있어 겉으로 드러난 가용현금을 제쳐두고도 엄청난 자금동원력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 금융 4사 자산 200조 현대차그룹도 가용현금이나 운전자금 규모 면에선 삼성그룹에 버금갈 정도의 실력을 유지하고 있다. 자본총계 규모에선 삼성그룹이 현대차그룹의 2배 이상을 유지할 만큼 앞서고 있지만 가용현금에선 현대차그룹이 삼성그룹의 72.2% 수준이고 금액 차이도 7조원 정도에 지나지 않을 정도여서 현대차그룹의 자금력이 상당히 탄탄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가용현금에서 운전자금을 뺀 금액 기준으로는 삼성그룹을 압도하고 있다. 2010년 말 기준 현대차그룹의 가용현금은 18조5000억원인데 운전자금은 6조9000억원에 불과해 보유현금으로 단기 상거래 부채를 모두 청산하고 기업을 돌리는 데 필요한 자금을 놓고도 10조원 이상의 여유가 있음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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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같은 자금 여력은 M&A처럼 그룹의 위상을 확 바꿀 수 있는 대형 거래에서 빛을 발하기도 하지만 평소 상거래에서 경쟁사를 압도할 수 있는 역량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올 상반기 현대차그룹이 삼성그룹을 놀라게 할 만큼 이익을 늘린 데는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연초부터 공격적 영업을 펼친 게 주효했다고도 볼 수 있다. 올 상반기 현대차그룹의 순이익은 9조2000억원으로 2010년 연간 순이익 12조6000억원의 73%에 달한다. 그런데 현대차그룹의 운전자금을 보면 지난 연말 6조9000억원에서 올 상반기 말엔 11조원대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였다는 얘기다. 여유 있게 외상 주고 재고 깔아가며 파는 데는 누구라도 당해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삼성그룹도 자금력을 바탕으로 올 상반기 비교적 적극적인 영업을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 상반기 매출채권이나 재고자산은 늘고 매입채무는 줄어 운전자금 부담이 증가했는데 글로벌 경기위축과 애플의 공격 속에서 나름대로 시장을 방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영업을 펼쳤다고 할 수 있다.

    SK·포스코 등 가용현금 바탕 M&A 나서
    김황식 총리와 함께한 전경련 회장단
    김황식 총리와 함께한 전경련 회장단
    SK그룹는 10조원대 가용현금을 바탕으로 하이닉스 인수를 시도하고 국제적으로도 LNG광구 인수를 시도하는 등 대규모 M&A를 통해 그룹의 규모를 키워갈 태세다. 반면 LG그룹은 가용현금이 8조원 대에 달했지만 인수합병 등 큰 판을 짜는 데는 소극적인 모습이란 게 시장 사람들의 판단이다. 과거 LG반도체를 잃었던 아픔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이닉스 M&A에 참가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후 대우엔텍을 인수하고 소프트웨어사를 저울질하는 등 소규모 M&A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도 6조원대 가용현금을 바탕으로 잇달아 M&A를 시도하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금호아시아나가 6조원에 육박하는 가용현금을 보유한 것으로 나왔는데 이는 매각대상 기업 지분을 단기매매증권으로 잡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GS나 롯데, KT 등 정상적으로 경영이 이뤄지고 있는 그룹들도 가용현금이 4~5조원대에 이르고 있어 역시 마음에 드는 매물이 나올 경우 공격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M&A를 통해 선두권 진입을 시도하는 STX는 현대중공업의 뒤를 이어 많은 가용현금을 준비한 것으로 나왔다.

    가용현금 1조3000억원대의 현대백화점이나 CJ그룹이 지난해부터 공격적인 확장을 해왔는데 이들 외에도 1조원 전후의 가용현금을 들고 있는 그룹들이 즐비하다는 점에서 현재의 위기상황이 진전될수록 국내에선 M&A 바람이 일 가능성도 예상해 볼 수 있다. 부영의 한 관계자는 “보유현금을 바탕으로 마땅한 매물, 특히 개발 가능성이 높은 토지 등을 물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 조사 어떻게 했나 'Luxmen'은 주요 그룹 상장사와 비상장사 등 800여사의 실적을 집계해 각 그룹의 자금력을 자본총계나 가용현금, 캐시카우 등으로 분석했다. 자본총계는 각 그룹이 공정위에 낸 자료를 그대로 사용했다. 일부 비상장사의 경우 공정위에 자료를 제출한 뒤 감사보고서를 내고 있으나 검증 결과 공정위 자료와의 오차는 미미했다. 삼성그룹 자본총계는 164조원으로 공정위 집계보다 많았다. 가용현금과 운전자금은 각 그룹의 현금과 현금성자산에 단기금융상품 매도가능단기금융자산 등을 더하는 방식으로 추산했다. 운전자금 역시 매출채권에다 재고자산을 더하고 매입채무를 빼는 전통 방식으로 산정했다.

    비상장사 중 반기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곳이 있어 자본총계나 가용현금 등은 2010년 말을 기준으로 삼았다. 순이익은 상반기를 기준으로 비교했는데 군소 비상장사의 실적이 포함되지 않았지만 이 오차는 IFRS 도입으로 인한 오차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데이터 집계는 곽현수·김순영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가 도와줬다.



    Part 3 각 그룹 캐시카우 분석
    정유·유통사 꾸준한 이익이 주요 그룹 돈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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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 중엔 벌 때는 많이 벌지만 나머지 기간엔 죽을 쑤는 곳이 있는 반면 한꺼번에 떼돈을 벌지는 않더라도 매년 꾸준히 이익을 내는 기업이 있는데 이를 캐시카우라고 한다. 캐시카우가 튼튼하면 그룹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기에 장기 투자자라면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IBK투자증권은 이와 관련 주요그룹의 캐시카우에 대해 전망했다. 캐시카우 가운데는 정유나 석유화학, 가스회사가 많은 것이 눈길을 끌었다. SK그룹의 SK이노베이션이나 GS그룹의 GS칼텍스, S오일 그룹의 S오일, 롯데그룹의 호남석유화학 등이 대표적이다. 삼성그룹의 간판이자 캐시카우인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LCD, 가전, 정보통신 등으로 사업포트폴리오를 짜서 이익의 급등락을 회피하고 있다. 부문별로 반도체는 D램 가격이 급락해 2분기보다 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LCD사업부 역시 패널가격이 바닥권에서 횡보중이라 이익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며 가전은 특별한 모멘텀 없이 무난한 이익을 내고, 정보통신사업부에선 갤럭시 S2의 호조로 2분기 수준의 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됐다.

    현대차그룹의 현대차는 세계시장 점유율을 높이며 그룹을 안정적으로 견인하고 있는 기업. 7,8월 자동차 판매가 부진했으나 신 모델 출시로 인한 단가상승 효과로 2분기와 비슷한 수준의 순이익을 내면서 연간 기준 8조원대 순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됐다.

    에너지 관련 캐시카우 가운데 SK이노베이션은 WTI가 고점 대비 20~30%가량 하락했지만 주원료인 두바이유가 고점 대비 10~15% 정도만 하락해 재고손실이 크지 않고 정제 마진이 여전히 높아 실적이 양호할 것으로 예상됐다. GS칼텍스 역시 재고손실 부담이 적은데다 국내업체 가운데 고도화율이 가장 높아 이익률이 양호하고 내년 연말 제4 고도화설비를 완공할 예정이어서 성장성까지 높게 평가됐다. 호남석유화학은 분기당 3~4천억원 규모의 이익을 낼 정도로 성장했고, 내년쯤 케이피케미칼과 합병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석유화학 업황은 파라자일렌(PX)이 강세이며 에틸렌글리콜(EG) 역시 내년에 강세가 예상돼 이익도 안정적으로 신장될 것으로 기대됐다.

    정유업종의 대표적 배당주인 S오일은 이익창출 능력이 돋보이는데다 PX 강세의 수혜가 기대돼 최근 부타디엔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전망이 양호한 것으로 평가됐다. LG그룹에선 전자를 제치고 LG화학이 캐시카우로 꼽히고 있는데 분기별 6000억원 내외의 영업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이 돋보인다. 석유화학 제품의 수급이 타이트해 양호한 이익이 기대되지만 IT 업황과 엮여있는 회사라 다른 석유화학 기업에 비해 매력도는 약간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태광은 최근 수주가 증가하고 있어 하반기는 물론이고 내년 이익률도 양호해질 것으로 예상됐다.

    대림산업의 경우 에틸렌 스프레드 하락으로 자회사인 여천NCC의 지분법 이익이 예상보다 저조할 것이지만 석유화학 플랜트 중심의 해외사업이 계속 성장하고 있어 이를 보완해줄 것으로 분석됐다.

    유통업도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데 신세계의 이마트는 추석 특수를 누렸으나 경기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은 잇단 점포 개설로 외형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하이마트는 연간 3000억원 이상의 EBITDA를 안정적으로 창출할 것으로 기대돼 차입금을 지속적으로 상환하면서 뚜렷한 강자가 없는 유진그룹의 새로운 리더로 부상했다.

    대규모 수주를 하는 중공업도 최근 캐시카우로 부상했는데 현대중공업은 주력인 조선업 외에도 전기전자나 풍력, 기계 등에서 안정적인 이익을 내고 있으며, 두산중공업은 원자력 관련 악재가 있으나 기술력이 높고 수주 잔고가 많아 향후 안정적으로 현금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평가됐다. 한진중공업은 건설부문이 34%나 차지하는데다 총파업 후유증이 컸지만 파업이 끝나고 신규수주가 가능해졌다는 게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금융위기 당시 저가 수주 물량이 남아 있지만 수주 잔고가 꾸준히 유지되고 최근 고수익선 수주가 늘어나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STX엔진은 이라크 전력부와 30억 달러 규모의 건설계약을 체결하는 등 높은 수익성을 가진 사업을 확보해 조선업황 부진을 상쇄하고 있다.

    오랫동안 투자자들에게 관심을 끌지 못했던 1차금속 업종에도 캐시카우가 많은데 분기별 편차가 크지 않게 이익을 내고 있는 포스코는 3분기 1조원대, 원료가 하락 효과가 있는 4분기엔 1조2000억원대 이익을 낼 것으로 기대됐다. 동국제강은 원자재 값은 오르는데 후판 출하는 부진해 3분기 실적이 전분기보다 60%나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세아베스틸은 자동차나 기계 등 전방산업 호조로 양호한 실적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영풍그룹의 고려아연은 금·은값 상승의 수혜를 입는데 3분기 2200억원대 영업이익이 기대되고 있다. LS그룹의 LS니꼬동제련은 분기별로 70억원 내외의 이익을 낼 것으로 기대됐다.

    세계 핵산시장 1위 업체가 된 CJ제일제당은 2013년까지 설비증설로 핵산을 핵심사업으로 굳히고 있는데 대한통운 인수자금 유출 우려에도 불구하고 음식료업에서 안정적 현금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평가됐다. KT&G는 7,8월 내수 담배시장 점유율이 60%를 넘을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해외 담배부문도 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됐다. 대한생명은 최근 매 분기 1000억원대의 순이익을 꾸준히 내면서 한화의 캐시카우로 떠올랐는데 기준 금리가 추가로 올라갈 경우 시장의 긍정적 평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동부그룹의 캐시카우로 신사업을 추진해 오던 동부화재는 최근 다우존스에서 장기 생존가능성이 가장 우수한 보험사로 평가받는 등 안정적인 실적 구현이 부각되고 있다. 보험제도 개선안이 부담이 되기는 하지만 장기적 영향은 제한적이란 게 업계의 평가다. 웅진코웨이는 분기당 400억원대 이익으로 그룹의 바탕이 되고 있는데 기존 생활가전 부문의 호조에 화장품 브랜드 출시 등으로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 그룹별 반기순이익 분석, 9개 그룹 2조원 이상 순이익 올 상반기에 9개 그룹이 2조원 이상의 순이익을 올렸다. 10위 그룹의 순이익이 1조원이므로 이들은 이하 그룹과 확실히 위상 차이가 난다고 할 수 있다.

    각 언론이 상장사 반기실적을 집계해 현대차그룹이 삼성을 추월했다고 보도했던 것과 달리 삼성은 굳건하게 1위를 지켰다. 다만 현대차그룹이 9조4000억원대 순이익으로 삼성그룹을 바짝 추격한 게 관심을 끌었다. 현대차는 개별 이익보다 연결 이익이 특히 컸는데 해외 주요 공장의 가동률이 120%에 달할 정도로 호조를 보인 게 크게 작용했다.

    SK그룹은 4조8000억원의 순이익으로 3위를 차지했지만 2위와의 격차는 상당히 컸다. SK이노베이션은 2010년까지 그룹 내 최대 이익을 내던 SK텔레콤을 제치고 그룹의 리더로 부상했다. 신세계는 3조6000억원대 순이익으로 4위에 올랐는데 이는 이마트를 분리하며 3조원이 넘는 일회성 이익을 잡은 때문이다.

    순이익 순위로 실질적 4위 5위는 현대중공업과 포스코가 약간의 차이로 차지했다. 두 그룹 모두 실적이 꾸준히 증가했다. 지난해 8조원대 순이익으로 SK보다 훨씬 앞섰던 LG그룹은 반기순이익 서열 7위로 밀렸다. 매년 1조원 이상 이익을 내던 LG전자가 간신히 흑자를 유지하는 수준에 머물렀고, 2010년 1조원이 넘는 이익을 냈던 LG디스플레이는 적자를 기록했다.

    GS그룹의 이익이 급증한 게 두드러졌는데 GS칼텍스의 이익증가가 크게 기여했고 GS홈쇼핑도 양호한 실적을 보였다. KT나 두산, S오일, 한화 등 다수의 그룹이 전반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올렸으나 하이닉스와 금호아시아나, KT&G 등의 실적은 전년에 비해 저조하게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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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건 기자 borane@mk.co.kr│사진 =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3호(2011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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