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art 3] 시장 70% 점유한 중국, ‘저고도 경제’ 산업 집중육성 5년 뒤 400조원까지 커진다

    입력 : 2025.11.05 11:18:18

  • <사진 연합뉴스>
    <사진 연합뉴스>

    중국이 ‘저고도 경제’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저고도 경제는 지상에서부터 1㎞ 이내에서 드론과 같은 비행체로 이뤄지는 경제 활동을 뜻한다. 5년 뒤 약 4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인공지능(AI)·로봇 등과 함께 중국의 핵심 성장 산업으로 급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공업정보화부와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 중국의 저고도 경제 규모(2023년 기준)는 전년 동기보다 33.8% 증가한 5060억위안(약 101조원)으로 집계됐다. 올해는 8592억위안(약 171조원), 내년에는 1조 645억위안(약 212조원), 2030년에는 2조위안(약 4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추산된다.

    북미 수출 비중 높아

    중국의 저고도 경제 분야 신규 등록 기업 수도 약 8000개에(2023년 기준) 이른다. 이는 전년보다 50% 급증한 수치다. 이로써 저고도 경제 관련 기업 수는 5만 1527개(지난해 2월 기준)다.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선전에 본사를 둔 DJI, 광저우에 본사를 둔 이항·샤오펑후이톈 등이 있다.

    특히 저고도 경제의 핵심 축인 드론 산업에서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실제 전 세계 민간 드론 시장의 80% 이상을 중국 기업들이 점유하고 있다. 중국 드론 산업의 선두주자이자 세계 1위 드론 제조사인 DJI는 전 세계 100개국에 판매 중이며 민간 드론 시장의 70%를 점유 중이다.

    DJI는 2006년 설립된 이후 4년 만에 첫 번째 드론인 ‘에이스원’을 선보이며 드론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취미용 드론이 주를 이루던 포트폴리오는 어느새 산업용 드론으로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내수보다 수출이 훨씬 많고 그중에서도 북미 시장 비중이 높다.

    DJI의 드론은 건설 현장에서 토목 공사와 안전 점검에 쓰이거나 지진·홍수 등 재난 상황에서 구조 활동에 활용되고 있다. 또 물류·배달에 투입돼 배송 시간을 줄이거나 영화나 드라마를 촬영하는 등에도 쓰이고 있다. 이에 대해 DJI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드론의 활용 분야가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DJI는 카메라와 카메라 장비 시장에서도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DJI가 세계 드론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데는 연구개발(R&D)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연간 매출의 약 15% 이상을 R&D에 투자하고 있으며, 전체 직원의 30%가량이 R&D 인력인 것으로 알려졌다.

    eVTOL 상용화 앞둔 이항

    중국은 전기수직이착륙기(eVTOL) 분야에서도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중국은 전 세계 eVTOL 생산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업계 2위인 미국과 생산량에서 약 3배 차이를 보일 정도다. 현재 중국에는 40개 이상의 eVTOL 개발 업체가 있으며, 주요 업체로는 이항과 샤오펑후이톈 등이 있다.

    중국 대표 eVTOL 업체인 이항은 최근 2인승 고정익 eVTOL ‘VT-35’를 공개했다. 가격은 주력 제품 EH216-S의 2배가 넘는 650만위안(약 13억원)으로 책정됐다. 2023년 첫 승인을 받아 유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EH216-S는 상용운항을 앞두고 있다.

    또 이항은 최근 신형 모델 ‘VT-35’도 공개했다. VT-35는 항속거리를 200㎞까지 확장해 도시 간 이동이 가능하다. 16개의 프로펠러와 전기모터를 장착했으며, 완전 충전까지 120분이 걸린다. 승객 2명 또는 260㎏의 화물을 태우고 시속 130㎞로 25분간 비행할 수 있다.

    이항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압축형 기체 설계로 착륙 안정성을 높였고, 공원·옥상·야외 주차장 등에서도 이착륙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VT-35는 중국 내 승인된 공역에서 유료 여객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중국 전기차 기업 샤오펑의 자회사인 샤오펑후이톈도 최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자체 개발 분리형 플라잉카인 ‘육지항모’의 시험 비행을 선보였다. 이후 UAE의 알리 앤드 손스 그룹, 카타르의 알마나 그룹 등과 600대 주문 계약을 체결했다.

    샤오펑후이톈은 최근 개발 중인 고속 장거리 플라잉카인 ‘A868’도 공개했다. A868는 주행거리 500km 이상이며 속도도 시속 약 360km로 설계됐다. A868은 오는 11월 중국 광저우에서 정식 출시될 예정이다.

    두차오 샤오펑후이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와 관련해 “중동은 정책적으로 강력하게 지원하고 있다”며 “미래 이동 방식에 대한 소비자 인식도 열려 있다”고 말했다.

    ‘인재 부족’ 문제 해소 집중

    중국이 저고도 경제 산업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2010년이다. 당시 저고도 공역에 대한 개방을 발표하며 저고도 경제에 대한 기반을 마련했다. 이후 2021년 저고도 경제를 국가 계획에 포함시키고 내수 시장 확대 방안의 일환으로 삼으며 본격 육성하기 시작했다.

    2023년에는 저고도 경제를 전략적 신흥 산업으로 지정하고 지난해 3월에는 일반항공장비 혁신응용실시방안(2024~2030년)을 발표하며 신성장 동력으로 저고도 경제 활성화를 명시했다. 지방정부도 이에 발맞추고 있다. 지난해에만 중국 31개 성 중 27개 성에서 저고도 경제 발전 방안을 내놓고 관련 정책을 도입했다.

    최근에는 저고도 경제의 인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드론 비행 기획자’를 공식 직업으로 인정했다. 중국 당국 관계자는 “이를 통해 기술에 정통하고 창의적인 많은 젊은이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저고도 경제를 일자리 창출과 혁신 촉진 및 경제 성장을 위한 전략적 신흥 산업으로 분류하고 전담 부서를 설립했다. 그러나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저고도 경제의 빠른 발전 속도에도 불구하고 약 100만 명의 숙련 노동자 부족이라는 어려운 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설명해왔다.

    중국 민간항공국에 따르면, 2024년 말까지 중국에는 유효한 면허를 소지한 드론 운영자가 24만 7300명에 불과한 반면, 등록된 드론은 전년 대비 98.5% 급증한 217만 대 이상이다. 이러한 인재 격차가 커지면서 구직자들, 특히 젊은층이 드론 산업으로 유입되고 있다.

    [송광섭 베이징 특파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82호 (2025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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