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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폴트옵션 시대 내 퇴직연금 전략은] 말 그대로 ‘옵션’… 자신에 맞는 상품 찾아야
입력 : 2022.08.01 14:2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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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폴트옵션 도입으로 가입자들이 가장 기대하는 것은 수익률이다. 최근 10년간 퇴직연금 수익률은 연 3%를 넘어선 적이 거의 없다. 지난해 퇴직연금 운용 수익률은 2%로, 전년보다 0.58%포인트 낮아졌다. 코로나19 이후 지속된 초저금리와 증시 부진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장준호 삼성자산운용 연금WM마케팅본부장은 “디폴트옵션은 먼저 도입한 미국, 호주 등 많은 나라에서 효과가 이미 검증됐다”며 “퇴직연금을 스스로 운용해야 하지만 투자 지식이나 경험을 쌓기 힘든 근로자들의 연금 수급권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식, 가상화폐 투자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준 MZ세대(1982~1996년생)의 특징도 디폴트옵션 시장의 활성화에 기대감을 준다. 미래에셋 투자와 연금센터가 지난해 11월 8일부터 24일까지 MZ세대 직장인 DC형 퇴직연금 가입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MZ세대는 평균(21.8%) 대비 높은 실적배당상품 비중(37.6%)을 보여줬다. 최근 2년 이내 실적배당상품 위주로 자산 배분을 변경한 이도 28%에 달하며, 변경 후 수익률 개선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디폴트옵션이 도입되더라도 즉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DC형의 경우 디폴트옵션을 도입하려면 노사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금융사가 주식형 펀드처럼 변동성이 큰 상품에 퇴직연금을 임의로 ‘몰빵’하는 식의 투자가 가능한 것도 아니다.
디폴트옵션 상품은 고용노동부 소속 심의위원회 심의와 고용노동부 장관 승인을 거쳐 안정성 등이 평가된 상품 중 노사가 합의한 소수 상품으로 구성된다. 펀드로만 구성된 해외 디폴트옵션과 달리, 국내 디폴트옵션은 정기예금 같은 원리금보장형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재직 중인 회사가 DB형 제도를 도입했다면 원칙적으로는 디폴트옵션을 택할 수 없지만 퇴직연금 가입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회사가 근로자에게 DC형으로 변경할 의사가 있는지 물을 수 있다.
금융권의 준비도 착착 진행 중이다. 원리금보장형 중심의 상품을 취급하던 금융사들은 실적배당형 상품 취급을 확대하고,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전략 마련에 부심 중이다. 시장에선 디폴트옵션 시행으로 연금 시장에서 실적배당형 상품의 투자 활성화와 함께 장기적으로 운용이 가능한 펀드가 주목받을 것으로 분석한다. 고객 모집을 위한 컨설팅 서비스 등도 경쟁적으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반면, 40~50대라면 임금 인상률이 1~2% 수준에 불과하므로 퇴직을 대비해 적극적인 운용이 가능한 디폴트옵션이 적용되는 DC형을 고르는 것이 낫다. 손수진 미래에셋자산운용 WM연금마케팅부문 상무는 “임금 인상률과 투자 수익률을 비교해 전자가 높으면 DB형을, 후자가 높으면 DC형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디폴트옵션 도입으로 가입자 관점에서 따져볼 포인트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어떤 퇴직연금 사업자를 고르느냐다. 무엇보다 중장기 수익률이 빼어난 상품을 제안할 수 있는 퇴직연금 사업자를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퇴직연금은 생애주기에 따라 긴 호흡을 갖고 투자가 이뤄져야 하므로 단기 수익률만 보는 것보다는 종합적인 자산관리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 사업자를 골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두 번째는 금융상품이다. 금융상품을 고르기에 앞서 본인 투자 성향에 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 안정형 투자자라면 안전자산 비중을 50~60%가량, 공격적인 투자자라면 위험자산 비중을 60~70% 정도 가져가라는 게 전문가 조언이다.
단 퇴직연금은 장기간 운용되는 금융상품이므로 무조건 안정 지향적인 상품을 고집하는 것은 현명한 투자 전략이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직장인이라면 TDF가 비교적 편안한 선택이 될 수 있다. TDF는 투자자의 은퇴시점을 ‘타깃데이트(목표시점)’로 설정하고 연령대별로 맞춤형 자산관리를 해주는 펀드다.
디폴트옵션 도입은 획기적인 수익률 제고로 이어지며 국내 퇴직연금 시장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앞서 이를 도입한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디폴트옵션 적격 상품에 예·적금 등 원리금보장상품이 포함된 것은 한계로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퇴직연금이 원리금보장형으로 쏠림이 이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자산운용사들은 투자자에 유리한 퇴직연금 상품을 적극 개발해 매력을 끌어올려야 하고, 개인들은 투자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진단했다. 강창희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대표는 “제도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주인의식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병수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3호 (2022년 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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