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폴트옵션 시대 내 퇴직연금 전략은] 296조 퇴직연금 머니무브 ‘안정성’과 ‘수익률’ 두 마리 토끼 잡을까

    입력 : 2022.08.01 14:06:14

  • “연금이 어느 정도 돼야 은퇴 생활이 가능한가요?”

    예비 은퇴자 혹은 직장인들이 늘 가지는 의문이다.

    통계만 놓고 본다면 아직 한국에선 공적연금만 갖고 노후 생활을 꾸리는 것은 어렵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국민연금 수급자들의 평균 연금 수령액은 월 57만5000원이었다. 올해 1인 가구 중위소득(194만4812원)에 한참 못 미친다. 사적연금과 자본소득을 비롯한 사적 이전소득도 22.1%로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고령화 시대를 맞아 공적연금인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개인연금이라는 3중의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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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직연금 수익률 1~2% 쥐꼬리 국민연금을 보완하는 퇴직연금의 역할이 주목받는 이유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은 총 295조600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원금이 보장되지만 수익률이 낮은 원리금 보장 상품에 투자돼있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퇴직연금 수익률이 너무 낮아 은퇴 후 대비에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퇴직연금 연간수익률(지난해 말 기준)은 2.00%로 전년(2.58%) 대비 0.58%포인트 감소했다. 전체 적립금 295조6000억원 중 원리금보장형이 86.4%(255조5000억원)인데, 해당 상품의 수익률이 1.35%에 그친 영향이다. 반면 실적배당형 상품 수익률은 7.34% 수준이었다.

    또한 퇴직연금 적립금이 300조원에 육박하지만 여전히 퇴직연금에 대해 잘 모르는 이가 대다수다. 지난해 미래에셋투자와 연금센터가 30~50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를 보면, 약 54%가 50점 미만 점수를 받았다. 30점 미만 점수를 받은 사람도 21%에 달했다. 설문조사는 퇴직연금의 유형과 세부 특징 등에 관해 물었는데, 직장인 절반 정도는 퇴직연금 유형도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퇴직연금 제도 손질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에 놓여있다. 당장 지난 7월 12일부터 퇴직연금 가입자가 운용 지시를 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선택한 상품으로 적립금을 자동 투자하도록 하는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가 시행됐다. 미국(2006년), 영국(2008년), 호주(2013년) 등은 일찌감치 해당 제도를 도입했다. 미국의 경우 디폴트옵션 도입 이후 TDF 시장은 연평균 25% 이상 성장했다.

    고용노동부가 상품심의위원회를 구성해 다양한 상품 가운데 디폴트옵션에 적합한 상품을 심의하고 승인, 10월 중 승인된 상품이 공시될 것으로 보인다. 이후 연말부터는 디폴트옵션 상품 판매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가령 디폴트옵션 상품에는 퇴직연금 사업자명, 위험등급, 상품유형 등이 이름에 들어갈 예정이다.

    조영석 한국금융공학회 회장은 “디폴트옵션 제도는 해외 선진국에서 퇴직연금 가입자의 자산 증식 수단으로 성과가 인정됐다”며 “국내 퇴직연금이 300조원 수준으로 성장했지만 연금 수익률 등 질적 성장은 미흡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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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직연금 키워드
    퇴직연금이 ‘1% 수익률’이란 꼬리표 떼기에 나선다. DC형·개인형(IRP) 가입자의 운용 지시가 없을 경우 사전에 미리 정한 방법으로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제도인 사전지정운용제도(이하 디폴트옵션)가 시행됐다. 금융투자업계는 퇴직연금 시장에 머니무브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디폴트옵션 시대 퇴직연금 키워드를 정리했다.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영제도) 사용자와 근로자가 사전 합의한 소수의 상품군 가운데 투자 성향 등에 따라 근로자가 포트폴리오를 선택할 수 있다. 운용 도중 가입자가 원하면 직접 운용 지시로 바꿀 수 있다. 확정기여(DC)형과 개인형 퇴직연금(IRP) 가입자가 주요 대상이다. 기존에 가입한 상품의 만기가 돌아오고 4주가 지나면 디폴트옵션에 투자한다는 운용 통지를 받고 이후에도 별도 운용 지시 없이 2주가 추가 경과할 경우 실제 디폴트옵션이 적용된다. 가령 기존 퇴직연금제도 가입자가 저축은행 예금에 가입했을 경우 지금까지는 만기가 자동으로 연장됐다. 이제는 만기 이후 6주까지 운용 지시가 없다면 해당 예금이 해지된다.

    ▷퇴직연금의 3가지 유형 DB·DC·IRP DB형은 퇴직하는 시점의 월급(퇴직 직전 3개월 평균)에 근속연수를 곱해 산정된 금액을 지급하는 형태다. 미리 정해진 퇴직급여를 받게 된다는 점에서 기존 퇴직금 제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 가령, 15년 근무한 A씨의 퇴직 당시 월급이 400만원이라면 퇴직금은 6000만원으로 결정되는 식이다. 회사가 임금 인상률이나 퇴직률, 운용 수익률 등 연금액 산정의 기초가 되는 모든 사항에 대해 책임을 지는 대신 근로자(가입자)는 선택권이 없다.

    DC형 퇴직연금은 개인이 직접 퇴직금을 운용하는 형태다. 회사는 매년 근로자 퇴직운용계좌에 연봉의 12분의 1 이상을 부담금으로 넣어주는 역할만 한다. 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을 통해 퇴직금을 불리는 것은 가입자 몫이다. 투자 성향에 따라 원금보장상품과 실적배당형 상품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로 구성할 수 있다. 개인이 특정 상품을 선택해 운용하므로 다소 위험성이 있지만, 투자 성과에 따라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IRP는 은행이나 증권·보험사 등 금융기관을 통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개인형 퇴직연금이다. 퇴직이나 이직 등으로 퇴직일시금을 수령한 사람은 IRP를 활용해 직장에 다니고 있지 않더라도 퇴직연금 가입 기간을 유지, 연장할 수 있다. 개인이 IRP에 추가 납입한 금액은 연간 700만원까지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TDF(타깃데이트펀드)와 TDF ETF(상장지수펀드) TDF는 퇴직연금 등 연금 투자에 특화된 펀드로, 투자자의 은퇴 계획 시점을 목표 시점(타깃 데이트·Target Date)으로 정해두면 남은 기간이 줄어들수록 주식 비율을 낮추고 채권 비율을 높인다. TDF ETF는 주식·채권을 혼합한 ETF에 TDF의 특성을 도입한 것으로, 구성 종목 중 주식과 채권 비율을 TDF처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조정한다.

    ▷ IPS(적립금운용계획서)와 OCIO(외부위탁운용관리) 펀드 지난 4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확정급여형(DB형) 퇴직연금 가입 기업은 적립금운용위원회 설치와 적립금운용계획서(IPS) 수립이 의무화됐다. 합리적인 DB 적립금 운용 프로세스를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다. IPS 제도 도입에 따라 기업이 퇴직연금 운용을 외부 전문운용사(금융회사)에 위탁하려는 경향을 보이면서 자연스럽게 OCIO 시장도 커지고 있다. 거액의 기관 자금을 운용사가 맡아서 굴려주는 외부위탁운용관리(OCIO) 방식을 접목한 공모형 OCIO펀드는 자산 배분을 통해 예금 이자보다 약간 높은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추구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김병수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3호 (2022년 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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