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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리테일 시대 화두 중고거래 시장] INTERVIEW 서용구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국내 플랫폼 해외서 성공 가능성 충분”
입력 : 2022.05.04 10:4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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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데믹 이후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중고거래 시장에 대해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술의 발전이 한 단계 점프한 뉴커머스로 이어졌다”며 “전 세계적으로 MZ세대의 인구가 탄탄한 상황이라 중고거래나 중고명품 시장의 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용구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국내 중고거래 시장은 당근마켓의 성장이 핵심이에요. 중고나라가 먼저 자리를 잡았지만 P2P(Peer to Peer·개인 간 거래)에 대한 관심이나 가능성을 높인 건 당근마켓입니다. 새로운 거래 커머스를 만들었거든요. 이전에는 B2B(기업과 기업 간 거래)나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 플랫폼이 친숙했는데,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 중심이 된 D2C (Direct to Consumer·고객과 직접 소통) 기업이 출현한 것이죠.
▶중고거래 플랫폼 기업에 대한 투자나 가치평가도 꾸준히 상향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상거래 모델을 제시한 건 어쨌거나 플랫폼이에요. 중고거래도 그중 하나죠. 하지만 당근마켓도 그렇고 아직은 적자 규모가 줄지 않는 상황이에요. 그런 가운데 기업가치가 3조원이나 된다는 건 좀 과잉이라고 생각됩니다.
▶중고품에 대한 MZ세대의 호감이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MZ세대를 이해하려면 그들의 상황을 이해해야 하는데 미래에 대한 암울한 전망, 그러니까 스스로 집을 사거나 차를 사는 게 쉽지 않다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어요. 차라리 똘똘한 중고품을 사서 쓰다 버리자는 것인데, 그건 노년층도 그렇습니다. 중고거래 시장을 뒷받침하는 두 축이죠. 두 세대가 다른 점은 명품에 대한 심리인데, MZ세대는 집이나 차 대신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명품엔 거리감이 덜합니다.
▶중고명품 시장이 성장하는 요인인가요.
▷그렇죠. 소유보다 경험을 선호하는 소비층이 늘어난 것도 도움이 됐어요. 물론 MZ세대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국내 명품 시장의 55%는 이미 MZ세대가 소비하고 있어요. 똘똘한 명품을 경험하고 되팔 수 있다는 자신감이 리셀 시장을 이끄는 원동력이죠. 명품 외에 자사 의류를 수집해 재판매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는데, ESG 경영의 일환이기도 하지만 고객을 놓치지 않겠다는 나름의 전략도 담겨 있습니다.
▶자사 중고품 판매가 전략이다?
▷고가의 제품을 파는 기업일수록 이런 판매 방식을 취하는 곳들이 많은데, 일례로 파타고니아가 대표적이죠. 자사 중고품을 사들여 수선한 후 가격을 확 낮춰 재판매하는데, 이렇게 되면 새로운 소비자까지 충성고객으로 만들 수 있는 겁니다. 브랜드에 친숙해지는 것이죠.
▶글로벌 시장 진출도 예고되고 있는데요.
▷중고거래에 대한 수요는 국내에만 국한된 게 아니에요. 미국은 이미 여러 관련 플랫폼이 있습니다. 명품 리셀도 활발하죠. 기술적인 면에선 이미 국내 플랫폼이 최고잖아요. 충분히 승산이 있습니다.
▶앞으로의 전망은 어떻게 보십니까.
▷한국은 MZ세대의 수가 베이비부머보다 많지 않지만 다른 나라는 그렇지 않습니다. 미국이나 중국만 봐도 베이비부머를 훌쩍 뛰어넘었어요. 수요가 많으면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잖아요. 특히 MZ세대가 주목하고 있는 중고명품 시장이 그럴 겁니다. 명품 브랜드가 하루가 멀다 하고 가격을 인상하는 이유도 바로 이들의 지속적인 관심에 기인하고 있습니다.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0호 (2022년 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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