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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리테일 시대 화두 중고거래 시장] Part Ⅳ 유통업체도 리셀 경쟁 | 백화점서도 중고명품 거래한다고?
입력 : 2022.05.04 10:3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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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소비층을 기반으로 한 중고거래가 늘어나면서 대형 유통업체들도 시장 선점에 나섰다. 불경기에 중고 물건을 사기 위한 거래뿐 아니라 쇼핑업계에서 유일하게 돈 되는 장사인 명품 소비와 이후 리셀까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는 롯데아울렛 광교점의 ‘프라이스홀릭’, 롯데프리미엄아울렛 광명점의 ‘리씽크’ 등으로 중고거래 사업에 발을 들인 바 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최근 중고 시장의 성장세를 고려하는 한편 친환경 등 ESG 경영 강화 차원에서 중고나라와의 협업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 중”이라며 “특히 롯데 유통사가 갖추고 있는 온·오프라인의 다양한 채널을 활용해 중고나라와 상호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설명했다. 신세계 역시 올 초 신세계그룹 벤처캐피털인 ‘시그나이트파트너스’를 통해 ‘번개장터’에 투자하면서 대형 유통사들의 ‘중고’ 전쟁이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AK플라자가 운영 중인 비대면 중고거래 서비스 ‘파라바라’
▶유통 대기업, 관련 업체 투자 대기업들은 자회사를 통해 플랫폼을 직접 만들고 중고거래 시장에 진출하기도 한다. 네이버의 한정판 리셀 플랫폼 크림은 지난해 3월 네이버 자회사인 스노우에서 독립했다. 스니커즈를 시작으로 스트리트웨어, 명품, 스마트폰 등 한정판 상품을 중심으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특히 전체 가입자의 80%가 2030세대일 정도로 젊은 층에게 사랑받고 있다. 소셜네트워크(SNS)라는 일상화된 노출 창구는 리셀 플랫폼이 뜰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됐다고 했다. 김민국 크림 비즈니스 리더는 “나만 갖고 있는 한정판 상품을 자랑하고 싶은 욕구가 누구에게나 있는데, 인스타그램 등 SNS가 그 욕구를 실현할 창구가 됐다”며 “내가 이 정도로 패션을 알고 있다는 식의 확고한 관심과 취향을 보이고 싶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KT의 자회사 KT알파가 운영하는 스니커즈 리셀 플랫폼 ‘리플’도 있다. 리플은 지난해 10월부터 KT 멤버십 포인트를 통한 할인 서비스도 도입했다.
중고명품 시장에서도 유통 대기업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국내 명품 시장이 16조원 규모로 커지면서 중고명품 시장(2조원)도 매년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쇼핑은 현재 롯데온을 통해 명품업계 스타트업과 손을 잡고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롯데온은 2020년부터 명품 플랫폼 ‘구하다’와 협업해 해외직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작년 8월부터는 한국명품감정원 등과 협업해 명품 인증 서비스인 ‘트러스트온’을 론칭했다. 최근에는 고이비토, 리본즈 등 업체가 롯데온에 입점해 중고명품을 판매하고 있다. 신세계도 SSG닷컴에서 관련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특히 SSG닷컴은 명품 구입부터 중고거래까지 이어지는 상품 사이클을 고려해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올해 목표다. 연내 중고거래 플랫폼과의 협업을 통해 명품 리셀 서비스를 제공하고, SSG닷컴 명품 주문 고객 간 중고거래를 연결하는 서비스도 선보인다.
한정판 리셀 플랫폼 ‘크림’
중고거래가 확산되면서 기존 유통업체들이 거래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해주고, 중고제품을 옮겨주기도 한다. 세븐일레븐은 중고나라와 전국 편의점 매장에서 중고물품을 거래할 수 있는 서비스를 하반기에 도입한다. 판매자가 편의점에서 물건을 맡겨놓으면 구매자가 편한 시간에 찾아가는 서비스다. 이마트24는 지난해 비대면 중고거래 서비스 업체 파라바라와 함께 일부 매장에 중고거래 보관함을 들여놨다. 파라바라 앱에 판매하고자 하는 물품을 올린 뒤 다른 이용자로부터 하트를 3개 이상 받으면 가까운 파라박스에 물건을 넣고 판매할 수 있다. 구매 희망자는 물건이 비치된 매장을 찾아가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마음에 들면 신용카드나 체크카드 등으로 결제한 뒤 가져가는 방식이다. GS리테일은 당근마켓과 ‘마감할인판매’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GS리테일은 지난해 7월부터 편의점 GS25, 슈퍼마켓 GS더프레시 등에서 유통기한 임박 상품을 당근마켓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SSG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MZ세대를 중심으로 중고거래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쓰던 물건을 싸게 사는 개념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명품부터 한정판 굿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을 찾아 만족감을 얻는 새로운 거래문화로 진화했다”며 “최근 오프라인 매장까지 중고거래 시장이 커지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수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0호 (2022년 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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