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욘드 코로나 서비스 로봇 시대 열렸다] Part Ⅲ 로봇 산업 과제는 무엇 | 자동화 가장 빠른 대한민국 로봇 기술은 미국과 2~3년 격차

    입력 : 2022.01.27 11:12:05

  • SF 영화에 등장하던 로봇은 더 이상 인간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오브제가 아니다. 2022년 현재, 로봇은 인간의 상상력에서 태동해 기술의 진화를 거쳐 제품과 서비스로 거듭났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로봇기술, 드론, 자율주행차, 가상현실(VR), 5세대 이동통신(5G) 등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은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융합하며 로봇을 미래 산업의 핵심으로 끌어올렸다.

    앞서 나열한 4차 산업혁명의 기반 기술을 예로 들어보자. 사물인터넷이 데이터를 수집하면 이 데이터를 인공지능이 분석한다. 이 정보를 5세대 이동통신(5G)이 실시간으로 전달하게 되는데, 이러한 정보가 바탕이 된 명령과 판단을 로봇이 실행하게 된다. 향후 로봇 산업이 미래 산업의 핵심으로 떠오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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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속화되는 로봇 사용… 산업현장 로봇 밀도, 한국이 1위 로봇 산업은 매년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국제로봇연맹(IFR)이 발표한 보고서를 살펴보면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에도 전 세계 공장에서 산업용 로봇 사용이 가속화되고 있다. 산업현장의 로봇 밀도를 살펴볼 수 있는 직원 1만 명당 로봇 사용 대수는 2020년 전 세계 평균 126대로 집계됐다. 5년 전인 2015년(66대)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지역별로 나열하면 아시아·호주가 134대, 유럽이 123대, 미주지역이 111대로 조사됐다. 그런가 하면 전 세계에서 가장 자동화된 상위 5개국으로 한국, 싱가포르, 일본, 독일, 스웨덴이 이름을 올렸다.

    밀턴 게리 IFR 회장은 “로봇 밀도는 전 세계 제조업의 자동화 도입 정도를 추적하는 바로미터”라며 성장 속도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시장조사기관 모도 인텔리전스는 전 세계 로봇 시장 규모가 2020년 277억3000만달러(약 32조원)에서 2026년 741억달러(약 87조원)로 성장한다고 예측했다. 2021~2026년 로봇 산업의 연평균 성장률은 17.45%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해 12월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로봇산업진흥원·한국로봇산업협회가 발표한 ‘2020년 로봇산업 실태조사 결과보고서’를 살펴보면 2020년 국내 산업용 로봇 시장 규모는 2조8658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2조9443억원) 대비 2.7% 감소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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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전체 로봇 시장에서 산업용 로봇이 차지하는 비중은 77%로 2018년 83.7%, 2019년 82.2%에 비하면 감소세지만 전 세계 로봇 시장(56.5%)과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비중이 높은 편이다. 서비스 로봇에 대한 수요와 전망도 밝다. 전문 서비스 로봇은 전년 대비 12%, 개인 서비스 로봇은 16%나 성장했다.

    IFR의 발표 자료를 살펴보면 2020년 세계 서비스 로봇 시장 규모는 111억달러(약 13조2146억원)로 전체 로봇 시장에서 43.5%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서비스 로봇 시장 규모는 약 8577억원(2020년 로봇산업 실태조사 결과보고서 기준)으로 전년(6358억원) 대비 34.9% 늘었다. 특히 개인 서비스 로봇보다 전문 서비스 로봇의 성장세가 도드라진다. 2020년 전문 서비스 로봇 시장 규모는 4611억원으로 전년(3199억원) 대비 44% 늘었고, 개인 서비스 로봇 시장 역시 25.5%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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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로봇 산업 매출은 줄고 관련 기업은 늘어 그렇다면 국내 로봇 산업의 전체적인 매출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2020년 로봇산업 실태조사 결과보고서’에는 5조4736억원으로 집계됐다. 2019년에 비해 2.6% 늘었지만 2018년(5조8019억원)과 비교하면 3000억원 이상 감소한 수치다. 반면 로봇 관련 기업은 2427개로 전년 대비 8.8% 늘었다.

    2020년 국내 로봇 생산 규모는 전년 대비 1.3% 증가한 5조280억원, 수출은 4.5% 증가한 1조1290억원을 기록했다. 품목별 지표를 살펴보면 ‘제조업용 로봇’의 매출은 2조8658억원(전년 대비 2.7% 감소), 수출은 8756억원(전년 대비 4.8% 증가), 수입은 3947억원(전년 대비 2.0% 감소)으로 집계됐다. ‘서비스용 로봇’의 매출은 8577억원(전년 대비 34.9% 증가), 수출은 1041억원(전년 대비 1.0% 증가), 수입은 375억원(전년 대비 162.2% 증가)으로 모두 2019년보다 증가했다. ‘로봇 부품 및 소프트웨어’의 매출은 전년 대비 0.3% 감소한 1조7501억원, 수출은 5.1% 증가한 1491억원, 수입은 1270억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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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기준 국내 로봇 산업 관련 기업은 2427개. 그중 98.5%가 중소기업으로 매출 10억원 미만 사업체가 69.0%나 됐다. 주요 업종별로는 ‘로봇 부품 및 소프트웨어’가 1411개사로 58.2%, ‘제조업용 로봇’이 558개사로 23.0%를 차지했다. 전체 기업 중 로봇 관련 부설 연구소를 보유하거나 운영하고 있는 곳은 758개사로 31.2%를 차지해 R&D 부문의 투자가 시급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 해 매출이 10억원도 안 되는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은 R&D에 매진하다보면 인력을 놓칠 수밖에 없다”며 “안정적인 연구개발을 위한 정부 지원이나 규제 해소, 인력 수급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로봇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인력은 2020년 기준 총 3만786명으로 전년 대비 0.8% 감소했지만 ‘개인 서비스용 로봇’ 인력은 전년 대비 21.2% 늘어 증가폭이 가장 컸다. 분야별로는 ‘로봇 부품 및 소프트웨어’가 1만3718명, ‘제조업용 로봇’이 1만1425명, ‘전문 서비스용 로봇’ 3467명, ‘개인 서비스용 로봇’이 2176명 순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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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는 로봇 산업 성장을 위한 진검승부의 해 “로봇 산업은 미국, 일본, 중국 등 로봇 강국을 중심으로 국가와 기업의 미래를 좌우할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주목받아왔습니다. 아세안·신흥국까지 로봇 시장 경쟁에 뛰어들고 있는 만큼 지금이 로봇 산업 진흥을 위한 굳건한 토대를 만들 매우 중요한 시기입니다.”

    지난해 10월에 열린 ‘2021 로보월드’ 개회식에서 강귀덕 한국로봇산업협회장은 “바로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여러 번 강조했다.

    그럼 현재 국내 로봇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 업계에선 미국과 EU가 최고 수준의 로봇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산업용 로봇과 로봇 부품 분야에선 일본을 선두주자로 꼽고 있다. 세계 로봇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후발주자였던 중국은 영상과 AI 등의 분야에 공격적인 투자를 지속하며 이미 한국을 앞선 상황이다.

    두산로보틱스의 모듈러 로봇카페
    두산로보틱스의 모듈러 로봇카페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120개 중점과학기술별 주요 5개국(한국, 중국, 일본, EU, 미국)의 기술 수준과 기술 격차를 평가한 ‘2020년 기술수준평가’를 살펴보면 이러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적응형 서비스 로봇 기술(인간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봇 기술)’, ‘재난 구조 및 극한 탐사 로봇 기술(재난 진압 및 피해 확산 방지, 극한 탐사 작업을 하는 로봇)’, ‘스마트 제조 로봇 기술(극한 작업 등 노동력 제공을 위한 로봇 기술)’ 등 세 분야로 나눠 평가가 진행된 보고서에는 국내 기술 수준이 미국에 비해 2~3년 뒤처진 것으로 조사됐다.(표 참조)

    로봇 분야 중소기업의 한 임원은 “최근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서비스 로봇 분야의 경우 정부의 규제 혁신이 성장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며 “K-푸드와 콘텐츠가 세계 중심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지금, 로봇 산업에 대한 규제 샌드박스 등 다양한 정책을 적용해 한국이 테스트베드가 된 다양한 로봇 서비스 구현이 가능하다면 2~3년의 기술 격차는 빠른 시일 내에 역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7호 (2022년 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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