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 ‘비욘드 코로나’ 트렌드 5제] Avoid Synchronization 탈동조화 | 코로나로 인한 超개인화… 나노사회로 진입, 주류 떠오른 MZ세대 ‘남과 다른 소비’ 열중

    입력 : 2021.12.31 14:03:30

  • ‘파편화한 개인’이 행복을 ‘적극적으로 추구’한다. 전문가들이 잇따라 내놓은 2022 트렌드 중 하나다. 2009년부터 소비 트렌드를 예측해온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새해 트렌드를 만드는 근본은 나노사회”라며 “사회가 개개인, 나노 단위로 조각 난다”고 했다. 2015년부터 트렌드를 분석해온 온라인 리서치 전문가 최인수 씨도 새해의 키워드가 ‘슈퍼 개인’에서 시작한다고 봤다.

    전문가들이 보는 초개인화, 탈동조화의 배경은 스마트폰이다. 여기에 코로나19의 팬데믹이 이 파편화를 가속한다는 것이다. 드라마와 영화도 이젠 OTT나 스마트폰을 통해 각자 보는 시대다. 이미 사회적으로도 1인 가구가 전체의 30%를 넘었다. 2021년 넷플릭스의 히트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선 두 명씩 짝을 짓는 게임 장면이 나온다. 그중에 한 명은 반드시 죽는다. 우리 사회도 개개인이 쪼개져 스스로 살아남아야 하는 사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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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영 상명대 교수는 “인구 구조가 시장 트렌드를 바꾼다. 소비의 개인화가 진행됐고, 대면 소통이 어려워진 코로나19 팬데믹이 이 현상을 더욱 가속화시켰다”고 진단했다. 더욱이 새로운 주류 소비층으로 떠오른 MZ세대는 남들과 똑같은 옷, 의미 없는 디자인을 거부한다. 사람들의 취향이 세분화돼서 틈새시장이 열리고, 개인의 만족을 극대화하는 소비에 열광한다. 2021년을 강타한 ‘꾸미기’와 ‘한정판’ 열풍이 대표적이다.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소비자들은 ‘자신’만의 스토리를 담은 제품을 원한다. MZ세대가 시장의 주류로 부상한 만큼 2022년에도 ‘개인화’ ‘차별화’ 열풍은 계속될 전망이다.

    KT그룹의 디지털광고대행사 플레이디에 따르면 MZ세대는 깊은 오프라인 관계보다 공통의 관심사를 기반으로 한 가벼운 온라인 만남을 선호하고 서로 잘 몰라도 함께 공유할 수 있다면 연결과 소속감을 느낀다. 특히 Z세대가 크리에이터와 활발하게 소통하며 신뢰를 쌓는 정도가 M세대보다 비교적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더불어 Z세대는 본인이 크리에이터가 돼 보고 싶단 의향도 M세대보다 높았다. MZ세대는 또 ‘나’를 중시해 취향과 나만의 스타일을 추구하고, 개인의 행복을 중시해 본업과 부업 등 유연한 고용 형태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편적 상품·서비스 제공하던 시대 끝나가 기업입장에서도 소비자를 위한 보편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대는 끝났다. 개개인의 구체적인 성향을 초 단위 실시간으로 분석해 소비 활동에 이르게 하는, 프로세스 전반을 지배해야 살아남는 세상이 됐다.

    기업들은 새로운 소비자를 발굴하는 것보다 기존의 소비자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해 소비를 촉진시키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 특별한 경험과 서비스를 판매함으로써 고객 데이터를 모으고, 개인의 취향에 맞는 큐레이션 기능을 강화시킨다. 이를 통해 고객의 브랜드 충성심과 서비스 지속률을 높이고 유지하고자 한다.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 오프라인 리셀숍 ‘브그즈트 랩’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 오프라인 리셀숍 ‘브그즈트 랩’
    가장 대표적인 분야가 OTT(Over The Top: 온라인동영상서비스)다. 구독경제를 이끌어 가고 있는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 기업들은 알고리즘을 이용한 철저한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로 공중파 방송국 등 기존의 레거시 미디어의 장벽을 허물었다.

    황성진 흥국증권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TV로 대표되는 중앙집중적인 전통 매체가 쇠락하고 네트워크의 고도화와 IT 디바이스의 발전에 따라 미디어 소비의 다변화, 개인화 추세가 매우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콘텐츠 유통경로와 트래픽 역시 다변화되고 있다”며 “OTT 플랫폼의 득세는 영상 콘텐츠에 대한 접근성을 강화시켰고, K-콘텐츠에 대한 수요와 가치는 더욱 상승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야놀자가 바라본 코로나’ 보고서에 따르면 여행에 대한 관심은 코로나 이전 64.2%에서 19.2%로 45%p가량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혼자 즐길 수 있는 활동에 대한 관심은 크게 늘어났다. 코로나 이후 삶의 주된 관심사는 ▲재테크 ▲건강식품 ▲인테리어 등이었다. 혼여족(혼자 여가를 즐기는 사람)의 증가도 눈에 띄는 변화다. 보고서에 의하면 코로나 이전 여가 생활을 가족·친구·연인과 시간을 보내기 위함(58.4%)이라고 응답한 반면, 이후에는 ▲스트레스 해소 및 몸의 휴식(36.9%) ▲마음의 안정과 치유 목적(43.3%)이었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여가생활을 혼자 즐겼다는 응답은 코로나 이전 8.3%에서 41.4%로 나타났다.

    이러한 흐름은 ▲게임 ▲OTT 서비스 ▲모바일 교환권 등에 대한 수요 증가로 이어졌다. 특히 OTT 서비스 이용 빈도가 가장 크게 늘어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 중 60% 이상이 전체 여가 생활에서 OTT 서비스가 50% 이상을 차지한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앞두고 디지털 전환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이동통신,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를 융합한 기술의 혁신과 활용이 미래 사회를 지배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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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는 코로나로 인해 가정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는 추세를 고려해 개인별 맞춤이 가능한 비스포크 시리즈를 선보여 큰 성과를 냈다. 나이키는 고객들이 맞춤 버전을 주문할 수 있도록 했다. 구매자들은 소재, 신발 끈의 색상, 나이키 스우시 로고를 새겨 넣는 곳까지 미리 지정할 수 있다. 아디다스 안스바흐 공장의 핵심은 단순 자동화가 아닌, 소비자 대상의 ‘맞춤형 신발’의 스피드 생산이다. 신발끈부터 깔창, 뒷굽, 색깔까지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5시간 내 1개의 제품을 생산해 고객에게 배송한다. 이러한 초개인화 서비스의 해결사는 AI(인공지능)이다. AI는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소비자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개성을 지니는지 알게 된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도 개인의 취향을 고려하는 게 기본이 되고 있다. 기업들은 소비자가 새로운 취향에 쉽게 접근하기 위해 자사 제품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얻도록 한다. 스스로도 모르는 세밀한 취향까지 만들어 알 수 있게 함으로써 구매까지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최근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중고거래 사이트’ 역시 같은 맥락에 놓여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온라인 시장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물건을 적극적으로 찾고 구매하는 방식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특히 중고거래에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영역을 깊게 파고드는 ‘디깅 소비’가 큰 축으로 자리 잡았다. 캠핑·낚시와 같은 레저용품부터 키덜트, 스타 굿즈 등 취미 관련 용품을 찾는 ‘디깅족’들로 중고거래 시장이 2차 성장기에 접어든 것으로 해석된다.

    유통업계뿐 아니라 금융업 등 분야에서도 데이터 분석을 통한 고객 이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마이데이터 시대가 열리면서 다양한 곳에서 발생하는 많은 양의 데이터를 더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게 된 만큼 데이터의 영향력은 더 커질 것이다. 고객들은 ‘나도 몰랐던 내 마음’을 먼저 만족시켜주는 제품, 서비스를 먼저 찾을 수밖에 없다. 이준영 상명대 교수 는 “소비자의 감성에 초점을 맞추고 고객의 숨겨진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하이터치’ 전략이 중요하다”며 “단순한 상품 거래를 넘어서 의미와 감정을 공유하고, 대체할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을 연결하는 휴먼터치 커머스가 무엇보다 중요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초개인화 경향에 대한 사회적인 우려도 있다. 김난도 교수는 저서에서 “‘Nano Society(나노사회)’로 변화하면서 파편화돼 공동체는 개인으로 모래알처럼 흩어지고, 개인은 더 미세한 존재로 분해되며, 이름조차 모르는 섬으로 고립된다. 이로 인해 사회적 갈등이 증폭하기 쉬우며, 대통령 선거를 전후해 사회가 분열과 연대의 갈림길에 놓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김병수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6호 (2022년 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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