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 ‘비욘드 코로나’ 트렌드 5제] Zero Economy 脫탄소·친환경 | ‘지속가능한 지구’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 환경·사회 고려한 비즈니스 의사결정은 기본
입력 : 2021.12.31 13:53:51
-
2022년 우리 사회를 관통할 트렌드 중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탄소중립 흐름이다. 탄소 배출 문제는 현재 우리 삶의 터전인 지구의 생명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탄소 배출로 지구의 온도가 높아지면서 전례 없던 이상 기후 현상이 속출하고 있다. 눈이 오지 않는 지역에 눈이 내리고, 극지방의 얼음은 계속 녹아서 사라지고 있다. 세계 도서 국가들은 계속 오르는 해수면으로 인해 국가 자체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 지구촌은 현재 머리를 맞대며 해법을 고민하고 있지만, 각국의 이해관계가 얽혀 쉽지 않다.
의미 있는 합의가 기대됐던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의 결과가 단적인 예다. 글로벌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핵심적인 화석연료의 사용 금지 문제를 놓고 인도, 중국 등 개도국과 선진국 간의 이해관계가 얽혀 결국 ‘사용 축소’ 수준에 그치고 말았다. 석탄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이지 않고서는 금세기말까지 지구의 온도 상승을 1.5도 이내로 막겠다는 국제사회의 목표 달성은 사실상 어렵다. 물론 글래스고 합의가 기대에 못 미쳤다고 해도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 탄소중립은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는 글로벌 공감대는 여전하다.
2021년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막을 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석탄발전 단계적 감축 등을 포함해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대책인 ‘글래스고 기후 조약’에 합의했다.
패러다임 변화의 주체격인 기업들의 체질 변화도 뒤따라야 한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기업도 탄소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책임 있는 경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2020년부터 기업계를 휩쓸고 있는 화두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ESG가 기업들에게 중요해진 것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이 톡톡히 한몫했다. 2020년 주요 기업 CEO에게 보낸 연례서한에서 투자의 기준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중시하겠다고 한 이후부터 기업들이 ESG를 의식한 경영을 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래리 핑크 회장의 연례서한 요지도 지속가능한 지구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화석연료 사용을 빨리 끝내자는 것이었다. 이에 동참하지 않으면 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말이다. 이후 ESG는 대부분의 기업 경영에서 고려해야 할 첫 번째 우선순위가 돼버렸다.
이후 산업군을 가릴 것 없이 글로벌 굵직한 기업들은 너도나도 탄소중립 목표를 내세웠다. 애플은 2030년까지 자사가 만드는 기기의 제조 전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 제로’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넷플릭스도 2022년 말까지 탄소 순배출 제로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커피 브랜드인 네스프레소는 커피 재배부터 생산, 소비하는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줄여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중국의 알리바바그룹도 탈탄소 흐름에 동참했다. 2035년까지 1.5기가톤(Gt) 규모의 탄소를 줄이며, 그룹의 자회사 및 관계사, 심지어 벤더사까지 탄소 저감 노력에 동참시킨다는 계획을 밝혔다.
국내 기업도 뒤질세라 속속 이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LG전자가 2030년을, SK㈜와 SK텔레콤이 각각 2040년과 2050년을 탄소중립 목표 연도를 제시했고, 현대·기아차는 2045년에 넷제로를 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네이버는 한걸음 더 나아가 카본 네거티브를 2040년에 달성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카본 네거티브는 탄소제로를 넘어선 마이너스 상태를 말한다.
물론 모든 기업들이 이렇게 발 빠르게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다수의 기업들에게 탄소중립 요구는 상당한 경영상 압박이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 기업 체질을 바꿔야 하는데 이게 만만치 않은 작업이기 때문이다.
블랙록은 기후 문제를 외면하는 기업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등 ESG 투자방침을 맨 앞에 내걸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와 관련해 “우리의 경우 제조업 비중이 높고 특히 철강·화학·정유·시멘트 등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업종의 비중이 주요 5개국(G5) 대비 2배나 된다”면서 “이들 기업이 단기간에 획기적인 탄소 감축 기술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문제제기를 했다. 전경련은 그러면서 “정부의 목표치를 달성하려면 선진국에 비해 20년 이상 짧은 기간 안에 목표된 탄소 감축을 해야 되는 실정”이라면서 “해외로 사업장을 이전하는 방법도 있긴 하지만 이는 국내 일자리 감소와도 연계돼 쉽지 않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재 탄소 감축을 위해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정책이 신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다. 신재생에너지 보급이 확대되면 그만큼 탄소제로 시기도 빨라질 수 있지만 기술적 여건이 따라주지 않는 것은 여전히 숙제다. 글로벌과 국내에서 기업들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공급받겠다는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는데, 참여 기업 수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글로벌 차원에서의 압박도 거세다. 탄소 규제가 강화되면서 일종의 무역장벽으로 변하고 있는데, 기업들에겐 없던 짐이 되고 있다. 국회미래연구원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이 탄소국경 조정제도를 도입하게 되면 석유화학, 석유정제, 운송장비, 철강, 자동차, 전기·전자·정밀 등 국내 6대 주요 산업군의 추가 부담액이 약 8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이처럼 기업 활동에 부담이 된다고 해서 탄소중립 흐름에 뒤처지게 되면 더 큰 실기를 할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될 대목이다. 이에 차라리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몸을 맡기며 ‘그린’으로 대변되는 신재생에너지 등의 분야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역량을 우리 기업들이 먼저 키울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번 기후 관련 산업 패러다임은 시차를 두고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글로벌 사회를 덮치고 있기 때문에 위기인 동시에 기회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각국의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은 치열하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연간 6500억달러(약 770조원)를 투입해 모든 연방 정부 차량의 전기차 교체 등 친환경 인프라 확충에 나섰다. EU도 자체 탄소중립 계획인 그린딜에 2250억유로(약 303조원)를 배정하는 등 관련 산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일본은 그린 성장전략을 통해 에너지 구조를 개편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2025년까지 민관 합동으로 94조원 이상을 에너지 탄소중립에 투자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ESG 분야로 몰려드는 자금도 막대하다. 글로벌지속가능투자연합(GSIA)에 따르면 글로벌 ESG 투자 규모는 2020년 35조3000억달러로 2016년 22조8000억달러 대비 54% 성장했다. 국내에서는 민간 기업들이 올해 처음으로 ESG 채권을 발행했다.
[문수인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6호 (2022년 1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