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art 4] 미국 플랫폼·중국 완성체·한국 밸류체인 … 휴머노이드 투자지도 三國志

    입력 : 2026.09.08 11:20:15

  • 현대차그룹의 로봇 계열사 보스턴다이나믹스는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처하며 작업하는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했다.
    현대차그룹의 로봇 계열사 보스턴다이나믹스는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처하며 작업하는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했다.

    생성형 AI의 첫 번째 투자 붐은 비교적 이해하기 쉬웠다. 더 많은 연산을 처리할 반도체가 필요했고 데이터센터가 늘었으며, 거대한 AI 모델을 가진 기업으로 자금이 몰렸다. 차기라 불리는 피지컬 AI(Physical AI)는 지도를 훨씬 복잡하게 만든다. 인공지능이 화면 밖으로 나오는 순간 투자 대상은 GPU와 소프트웨어를 넘어 모터와 감속기, 센서, 배터리, 로봇 운영체제, 자동차 공장과 물류센터까지 넓어진다.

    뉴욕과 상하이, 서울의 증시는 이미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이 변화를 가격에 담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로봇의 지능을 만드는 AI와 컴퓨팅 플랫폼이 앞서 있고, 중국에서는 가격을 낮춘 완성체 제조사들이 대규모 양산과 기업공개(IPO)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에서는 현대차, 삼성전자를 필두로 대기업의 실제 제조 라인과 로봇 플랫폼, 핵심 부품 기업이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되고 있다. 휴머노이드라는 하나의 산업 안에서도 자본시장이 평가하는 경쟁력은 서로 다르다. 앞으로의 투자전략 역시 완성체 기업 하나를 고르는 방식보다 AI와 플랫폼, 완성체와 양산, 핵심 부품과 제조 실증을 나눠 살피는 쪽으로 빠르게 복잡해질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현재의 로봇 열풍과 실제 산업 규모 사이에는 상당한 시간차가 남아 있다.

    모건스탠리의 글로벌 자동차·모빌리티 리서치를 이끄는 애덤 조너스(Adam Jonas)는 휴머노이드 보급이 “2030년대 중반까지는 비교적 더디다가 후반과 2040년대에 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모건스탠리는 2050년 휴머노이드 로봇 보급이 10억 대를 넘어설 가능성을 제시하면서도 이 가운데 약 90%가 산업·상업용일 것으로 봤다. 지금 필요한 것은 먼 미래의 숫자에 올라타는 것보다 그 시장이 열리는 과정에서 어느 기업이 먼저 매출과 이익을 만들어낼지를 가려내는 작업이다.

    미국, 완성체 한 종목보다 ‘로봇의 지능’을 넓게 산다

    미국에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휴머노이드 기대주가 모여 있지만 상장시장의 모습은 의외로 단순하지 않다. 피규어AI(Figure AI), 앱트로닉(Apptronik), 1X 등 대표적인 휴머노이드 스타트업은 아직 비상장 상태이고, 애질리티 로보틱스(Agility Robotics)가 2026년 6월 약 25억 달러 가치의 SPAC 합병을 통한 증시 입성을 추진하고 있다.

    공개시장에서 가장 직접적인 선택지는 옵티머스(Optimus)를 개발하는 테슬라이지만, 미국의 투자 지형을 테슬라 한 종목으로 좁히면 피지컬 AI의 핵심을 놓치기 쉽다. 휴머노이드의 성능을 결정하는 것은 몸체만이 아니라 환경을 이해하는 AI 모델, 실제 행동으로 명령을 바꾸는 비전-언어-행동(Vision-Language-Action·VLA) 기술, 시뮬레이션과 학습 데이터, 이를 처리하는 컴퓨팅 인프라다. 엔비디아처럼 여러 로봇 제조사에 컴퓨팅과 AI 생태계를 공급할 수 있는 기업이 주목받는 이유다.

    모건스탠리 역시 휴머노이드 투자 기회를 완성체 업체뿐 아니라 AI, 기계 부품, 배터리 등 상용화를 가능하게 만드는 ‘인에이블러(Enabler)’ 전반에서 찾아야 한다고 분석한다. 미국 비상장기업의 움직임을 보면 이 경쟁이 얼마나 자본집약적으로 변하고 있는지도 드러난다. 앱트로닉은 시리즈 A(Series A) 누적 조달액을 9억3500만 달러 이상으로 늘렸고, 자금을 아폴로(Apollo)의 생산 확대와 고객 배치에 투입하고 있다. 산업용 휴머노이드 시장이 커질수록 승부는 멋진 시제품보다 로봇을 얼마나 오래 안정적으로 작동시키고, 학습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게 다시 소프트웨어 성능 개선으로 돌려보낼 수 있는지에서 갈릴 가능성이 높다. 미국 투자에서는 테슬라와 같은 완성체의 상승 여력만 볼 것이 아니라 AI 컴퓨팅과 로봇 소프트웨어까지 포트폴리오의 범위를 넓히는 접근이 필요한 이유다.

    사진설명

    중국, 가장 빠른 양산이 가장 비싼 기대를 만났다

    한국의 강점은 휴머노이드 산업이 기존 제조업과 만나는 접점이 넓다는데 있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나믹스(Boston Dynamics)의 아틀라스(Atlas)를 2028년부터 제조 현장의 부품 순차 작업에 투입하고, 2030년에는 부품 조립으로 활용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2028년까지 연간 3만 대 규모의 로봇 생산체계도 목표로 제시했다. 중요한 것은 단순한 생산 계획보다 로봇이 실제 작업장을 통해 데이터를 축적하는 구조다. 현대차그룹은 제조·물류에서 확보한 현실 데이터를 AI 학습에 다시 투입하고 개발, 검증, 양산, 서비스까지 연결하는 밸류체인을 구상하고 있다. 휴머노이드가 시연장에서 공장으로 이동할수록 자동차를 대량으로 생산해온 제조 노하우가 오히려 새로운 기술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가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을 35%까지 늘려 최대주주가 된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삼성은 자사의 AI·소프트웨어 기술과 레인보우로보틱스의 로봇 기술을 결합해 지능형 휴머노이드 개발을 가속한다는 계획이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는 완성체 기업만 좇는 전략보다 로봇 플랫폼과 액추에이터, 감속기, 제어·소프트웨어까지 밸류체인을 분해하는 접근이 더 현실적이다.

    레인보우로보틱스와 두산로보틱스 같은 로봇 기업에서 로보티즈 등 핵심 구동계 기업으로 투자 대상이 넓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 HANARO K휴머노이드테마TOP10 ETF 역시 휴머노이드 제작뿐 아니라 제어와 핵심 부품을 아우르는 국내 10개 기업에 집중하는 구조다. 한국 기업의 투자 매력은 휴머노이드 한 대를 얼마나 싸게 만드는지보다는 반도체·자동차·전자 산업에서 확보한 제조 경험을 로봇의 학습과 양산으로 얼마나 빠르게 연결하는지에서 판가름 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대기업의 거대한 매출 가운데 로봇 사업이 의미 있는 실적으로 자리 잡기까지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점은 함께 감안해야 한다.

    이름에 ‘휴머노이드’가 붙었다고 같은 ETF는 아니다
    사진설명

    개별 종목 선별이 부담스럽다면 ETF가 가장 손쉬운 접근 수단이지만, 로봇 투자에서는 ETF의 이름보다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대표적인 글로벌 로봇 ETF인 글로벌X 로보틱스&인공지능 ETF(BOTZ)는 산업용 자동화에서 비산업용 로봇, 자율주행, AI까지 폭넓게 투자한다. 피지컬 AI 시장이 커질수록 수혜 가능성이 있지만 휴머노이드 완성체에 집중하는 상품은 아니다. 운용사 역시 BOTZ의 투자 범위를 산업용 로봇과 자동화, 무인 이동체, 비산업용 로봇, 휴머노이드 기술, AI 전반으로 설명한다. 반면 국내의 HANARO K휴머노이드테마TOP10은 10개 국내 종목에 압축적으로 투자한다. 특정 로봇·부품주의 상승이 수익률에 강하게 반영될 수 있는 대신 하락기의 충격도 커질 수 있다. 실제 이 ETF는 2026년 8월 17일 기준 최근 1개월 수익률이 28.25%인 반면 최근 3개월 수익률은 -22.18%를 기록했다. 휴머노이드 테마의 높은 변동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숫자다. ETF를 고를 때는 완성체 비중, 액추에이터·감속기 등 핵심 부품 비중, 엔비디아·테슬라 같은 대형 기술주의 비중, 상위 종목 집중도를 따져보는 것이 우선이다. 상품명에 같은 ‘휴머노이드’가 적혀 있어도 실제 수익률을 만드는 엔진은 전혀 다를 수 있다.

    세 개의 성장 동력을 나눠 담는다

    세 시장을 한 포트폴리오에 담을 때는 같은 산업에 투자하면서도 서로 다른 성장 동력을 조합할 수 있다는 점을 활용할 만하다. 예컨대 미국 45%, 한국 30%, 중국 25%로 비중을 나누면 미국에서는 AI 컴퓨팅과 소프트웨어 플랫폼의 확장성을 중심에 두고, 한국에서는 제조 실증과 핵심 부품의 성장을 더하며, 중국에서는 완성체 양산과 순수 로봇주의 높은 성장 탄력을 가져가는 구조가 된다. 미국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현재 상장시장에서 AI 인프라와 로봇 플랫폼에 접근할 수 있는 대형 기업이 많고 여러 휴머노이드 업체의 성장을 동시에 흡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완성체부터 구동 부품, 제조 소프트웨어까지 밸류체인이 넓다는 점이 강점이고, 중국은 가장 직접적인 휴머노이드 제조 기업에 투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성장형 자산의 성격이 강하다. 다만 중국 비중을 높일수록 IPO 고평가와 미·중 규제, 가격경쟁에 따른 변동성이 커질 수 있고, 한국 비중을 높일수록 테마 종목의 집중도와 실제 실적 전환 속도를 더 세심하게 봐야 한다. 미국 역시 로봇 사업이 대형 기술 기업 전체 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직 작거나 비상장 선두 업체를 직접 담을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세 시장을 섞는 이유는 단순히 국가를 나누는 데 있지 않다. AI 플랫폼에서 먼저 이익이 발생할지, 중국의 대량생산이 먼저 원가를 무너뜨릴지, 한국 제조업이 실제 로봇 수요를 빠르게 만들어낼지 아직 순서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포트폴리오를 다시 들여다봐야 할 시점도 주가 그래프보다 산업 현장에서 먼저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 모건스탠리는 휴머노이드의 본격적인 보급이 2030년대 후반 이후에 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 긴 시간을 견딜 기업은 로봇을 가장 빨리 걷게 한 회사와 반드시 같지는 않을 것이다. 기술을 안정적인 생산성으로 바꾸고, 그 생산성을 반복 매출과 현금흐름으로 전환하는 기업이 나타날수록 휴머노이드 투자의 무게중심도 ‘미래의 가능성’에서 ‘현재의 숫자’로 조금씩 이동하게 된다.

    [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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