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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 INTERVIEW] 이강욱 리얼월드 최고사업책임자(CBO) ― 경쟁의 본질은 ‘사람대신 일하는 로봇’
입력 : 2026.09.08 10:2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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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 is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매니징 디렉터파트너(MD & Partner)로서 테크, AI, 디지털 혁신 분야를 리딩했으며, 글로벌 애그테크(AgTech) 기업인 ‘트릿지(Tridge)’의 공동창업자(COO) 및 글로벌 뷰티 플랫폼 ‘미미박스(Memebox)’의 한국 대표를 역임했다. 현재는 리얼월드(RLWRLD)에서 사업전략과 글로벌 확장을 총괄하고 있다.Q 중국 휴머노이드 산업의 부상을 AI·소프트웨어 관점에서 어떻게 봅니까.
A 피지컬 AI의 본질은 실제 현장에서 일을 수행하게 만드는 ‘지능’입니다. 중국은 강한 제조 공급망과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휴머노이드 가격을 낮추고 양산 규모를 키웠고, 최근에는 로봇 학습 데이터와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RFM)에도 투자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다만 앞으로 경쟁의 핵심은 ‘실제 공장에서 휴머노이드가 사람을 대체할 수 있는가’로 수렴할 겁니다. 이 지점에서 한국과 일본에는 미국·중국과 다른 자산이 있습니다. 정밀 제조와 물류, 서비스 현장에 축적된 고난도 작업과 숙련 데이터입니다.
Q 휴머노이드 상용화의 핵심 병목으로 ‘손재주(Dexterity)’를 꼽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A 이동 능력은 빠르게 발전했지만 사람의 일을 실제로 대신하려면 마지막 까지 남는 문제가 손재주입니다. 제조 현장의 자동화율이 70~80% 수준이라고 보면 나머지 20~30%에는 물체를 돌리고 정렬하고 끼우거나, 힘을 조절하고 천처럼 형태가 변하는 물체를 다루는 작업이 남아 있습니다. 리얼월드는 사람의 손기술을 5지 로봇 손에 학습시키는 RFM ‘RLDX-1(리얼덱스원)’을 개발했습니다. 이는 글로벌 오픈 벤치마크 8종에서 기존 공개 모델 대비 최고 수준(SOTA)의 성능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로봇의 손재주를 평가하는 글로벌 공통 기준은 없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리얼월드 고객사 현장의 워크플로와 작업을 분석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18개 과제에서 로봇의 손재주를 평가하는 벤치마크인 ‘덱스벤치(DexBench)’를 만들었습니다. 실제 산업 현장에서 검증된 기준이라는 점이 가장 큰 차별점입니다.
Q 중국의 대규모 로봇 훈련센터가 휴머노이드의 학습 데이터 부족 문제를 먼저 풀 가능성은 없습니까.
A 자율주행은 차량을 도로에 투입하는 순간 데이터가 자연스럽게 쌓이지만, 휴머노이드는 배치가 적어 이런 ‘데이터 플라이휠’이 아직 형성되지 않았습니다. 훈련센터의 텔레오퍼레이션만으로 이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도 어렵습니다. 모사 환경에서 전문 텔레오퍼레이터가 수집한 데이터에는 실제 숙련 작업자의 노하우와 예외 대응이 충분히 담기지 않습니다. 산업적으로 가치 있는 ‘암묵지’를 확보해야 합니다. 고숙련자의 실제 작업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게 대규모로 확장하느냐가 경쟁력입니다.
<잠깐용어> 텔레오퍼레이션(teleoperation)
원격조작. 사람이 조이스틱이나 VR 장비, 모션 캡처 장치 등을 이용해 움직이면 로봇이 그 동작을 따라하며 카메라 영상, 관절 움직임, 힘·토크 정보 등을 데이터를 학습하는 방식.Q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의 피지컬 AI 경쟁력은 어디에 있다고 봅니까.
A 한국은 미국만큼 AI 자본이 크지 않고 중국처럼 압도적인 양산 능력을 갖고 있지도 않습니다. 대신 AI 연구 역량, 반도체, 로봇 하드웨어·부품, 제조·물류·서비스 현장이 밀집한 ‘AI 풀스택’을 갖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모델 규모 경쟁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를 얼마나 정확히 모델에 반영하느냐입니다. 동적 환경, 작업 기억, 접촉과 힘, 고자유도 손 조작 등이 대표적입니다. 기술과 산업 전략을 잘 선택하면 한국도 피지컬 AI의 핵심 영역에서 충분히 선도권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Q 중국과의 경쟁에서 오픈소스와 하드웨어 비종속 전략은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A 피지컬 AI는 한 기업이 모델·하드웨어·센서·시뮬레이션·데이터를 모두 독점하기 어려운 산업입니다. 중국의 애지봇도 데이터와 모델, 도구를 개방하며 생태계를 키우고 있습니다. 리얼월드 역시 RLDX-1의 모델 가중치와 학습 코드, 기술 문서를 공개했습니다. 하지만 오픈소스 시대의 경쟁력은 코드 자체가 아닙니다. 모델을 개선할 수 있는 현장 데이터, 데이터 수집 방식, 실제 배치 경험, 무엇을 측정할지를 정하는 벤치마크와 표준이 핵심 자산입니다. 리얼월드가 덱스벤치를 NVIDIA Isaac Lab-Arena와 연결하고 AWS, 다양한 로봇·센서 업체들과 협력하는 것도 우리가 제시한 표준 위에서 더 많은 개발자와 산업이 움직이는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하드웨어 비종속성 역시 중요합니다. 여러 제조사가 경쟁하면 휴머노이드 가격은 계속 떨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이때 특정 로봇에 묶이지 않고 공통 RFM을 기반으로 다양한 하드웨어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면, 한국이 모든 휴머노이드를 직접 생산하지 않고도 ‘로봇 지능의 공통 레이어’를 장악할 수 있습니다.
Q 중국의 방대한 데이터 규모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합니까. 결국 ‘질’과 ‘양’ 중 무엇이 중요합니까.
A 단순 반복 동작을 대량 수집한 데이터는 이미 세계 곳곳에서 빠르게 늘어나고 가격도 떨어지고 있습니다. 누구나 구매할 수 있는 데이터만으로는 차별화하기 어렵습니다. 저희가 보는 핵심은 현장 데이터의 ‘깊이’입니다. 객실 시트 교체만 해도 매트리스 모서리를 들고, 시트를 정렬하고, 변형되는 천을 다룰 때 힘을 조절하는 여러 행동이 숨어 있습니다. 여기에 숙련자의 예외 대응과 물리적 노하우가 들어갑니다. 이런 고숙련 휴먼 데이터는 시장에서 쉽게 살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질과 양을 이분법적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고품질의 실제 데이터를 ‘씨앗’으로 확보한 뒤 시뮬레이션과 합성 데이터를 통해 규모를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중국 휴머노이드가 아직 전시성 퍼포먼스에 치우쳤다는 평가에는 동의합니까.
A 중국의 실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됩니다. 애지봇, 유니트리, 유비테크 등은 제조 현장 적용과 양산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진짜 강점은 데모가 아니라 제품을 빠르게 만들고 생산 규모를 키우며 반복 개선할 수 있는 제조 역량과 공급망입니다. 다만 산업 현장에서는 한 두 번의 시연이 아니라 천 번째 반복과 만 번째 예외에서 성공이 결정됩니다. 한국은 중국과 물량 경쟁을 하기보다 더 어려운 산업 과제를 먼저 풀고 그 경험을 데이터와 모델에 축적해야 합니다.
[박수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