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art 2 | INTERVIEW] 데니스 홍 UCLA 교수 “한국은 AI보다 차세대 로봇 몸에 승부 걸어야…”

    입력 : 2026.09.07 17: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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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니스 홍 UCLA 교수
    한국계 미국인으로 미국 로스 앤젤레스에서 태어나 위스콘신대 매디슨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퍼듀대에서 기계공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휴머노이드 로봇 ARTEMIS, 세 다리로 몸을 뒤집으며 걷는 로봇 STriDER, 긴 팔과 자석을 이용해 벽과 구조물을 오르는 로봇 EEWOC 등 다양한 로봇을 개발했다. 현재 미국 UCLA 기계항공공학과 교수이자 로봇·메커니즘 연구소(RoMeLa) 소장을 맡고 있다.

    미국 휴머노이드 기업들은 이미 로봇의 두뇌를 공장과 물류 현장에 투입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산업계가 속도를 높일수록 더 근본적인 질문도 커진다. “AI는 물리 세계에서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가.”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한 로봇의 행동 원리를 인간은 이해할 수 있는가.” “소프트웨어 강국 미국은 중국에 의존하지 않고 로봇의 ‘몸’까지 확보할 수 있을까?”

    데니스 홍 UCLA 교수는 이 질문들에 조금 다른 각도에서 답한다. 그는 AI와 데이터 기반 접근의 잠재력을 인정하면서도, 휴머노이드의 미래는 알고리즘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물리 법칙과 하드웨어, 데이터, 안전성, 신뢰성까지 함께 봐야 한다는 것이다.

    Q 로멜라 연구소는 로봇 축구나 예술, 영화 처럼 산업과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는 분야에도 로봇 기술을 적용해왔습니다. 이런 연구를 이어가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A 제조나 물류처럼 실제 산업에 적용되는 로봇 기술도 폭넓게 연구하고 있습니다. 다만 축구나 예술처럼 조금 독특해 보이는 분야를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검증하는 연구의 장으로 적극 활용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로봇 축구입니다. 저희 연구실은 국제 로봇 축구대회인 ‘로보컵(RoboCup)’에서 여섯 차례 세계 챔피언을 차지했습니다. 로보컵의 장기 목표는 2050년까지 완전 자율형 휴머노이드 로봇팀이 인간 월드컵 우승팀을 이기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동적 이족보행뿐 아니라 비전, 위치 추정, 상황 인식, 행동 계획, 의사결정, 자율제어까지 휴머노이드의 핵심 기술을 종합적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예술 연구에는 창의성이라는 또 다른 가치가 있습니다. 산업에서는 비용과 생산성, 시장성을 고려해야 하지만 대학에서는 ‘로봇이 꼭 이렇게 움직여야 하는가’ 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기업이 기술을 제품과 산업으로 연결한다면 대학은 아직 경제성이 증명되지 않은, 조금은 ‘미친’ 아이디어까지 시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자유로운 시도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기술적 돌파구가 나올 수 있습니다.

    Q 최근 산업계의 관심이 AI 휴머노이드에 쏠린 상황에서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면.

    A AI와 데이터 기반 접근은 굉장히 강력한 도구입니다. 기존 모델 기반 제어로 구현하기 어려웠던 움직임을 가능하게 하고, 정확한 모델링이 어려운 비정형 환경에서도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로봇이 어떤 행동을 ‘할 수 있게 되는 것’과 인간 연구자가 그 행동의 원리를 ‘이해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저는 농담처럼 “기계학습(Machine Learning)은 있는데 인간학습(Human Learning)은 없다”고 말합니다. AI 모델의 ‘블랙박스’ 문제 때문에 기계는 학습했는데 인간이 작동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면 문제가 생겼을 때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 알기 어렵고, 얻은 지식을 다른 로봇이나 의족, 웨어러블 로봇 등에 일반화하기도 어렵습니다. 안전성도 중요합니다. 높은 성공률과 특정 조건에서 반드시 안전하게 작동한다고 보장하는 것은 다릅니다. 특히 사람과 직접 상호작용하는 휴머노이드에서는 작은 실패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모델 기반과 데이터 기반을 경쟁 관계로 볼 필요는 없습니다. 물리 법칙과 로봇의 구조처럼 이미 알고 있는 것은 활용하고, 모델링하기 어려운 영역에 AI를 적용해야 합니다.

    Q 그렇다면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도 언어모델과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A 그렇습니다. 언어모델에서 발전한 기술이 로봇에도 큰 도움이 되겠지만 언어를 다루는 AI와 물리 세계에서 행동하는 로봇은 근본적으로 다른 문제입니다. 언어모델은 잘못된 답을 다시 수정할 수 있지만 로봇은 계단에서 발을 잘못 디디면 넘어지고, 물건을 너무 세게 잡으면 깨뜨리고, 사람을 다치게 할 수도 있습니다. 데이터 문제도 있습니다. 인터넷에는 방대한 텍스트와 이미지가 있지만 실제 로봇이 물체를 만지고 움직이면서 얻는 양질의 물리적 상호작용 데이터는 매우 부족합니다. 수집 비용도 큽니다. 언어모델처럼 단순히 막대한 데이터를 모아 학습시키는 방법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습니다. 피지컬 AI(Physical AI)의 핵심은 AI에 단순히 ‘몸을 붙이는 것’이 아닙니다. 몸을 가지고 실제 세계와 상호작용한다는 사실을 학습과 제어 구조에 어떻게 반영할지가 중요합니다.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에는 물리 세계의 특성을 반영한 새로운 아키텍처와 접근법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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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로봇 AI의 데이터 부족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A 테슬라처럼 실제 사용할 로봇과 작업 환경에서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축적하는 방법과 여러 종류의 로봇 데이터를 모아 일반적인 능력을 학습하는 Open X-Embodiment 방식은 각각 장점이 있습니다. 결국 장기적으로는 여러 로봇과 환경에서 얻은 데이터를 통해 기본 능력을 익힌 뒤 실제 사용할 로봇과 환경의 고품질 데이터로 특화하는 방향으로 결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로멜라에서 개발한 웨어러블 외 골격 ‘덱스엑소(DexEXO)’도 이 데이터 병목을 해결하기 위한 시도입니다. 사람이 착용하면 손가락 움직임과 손의 위치·자세, 손목 카메라 영상 등을 동시에 기록할 수 있습니다. 이를 오픈소스로 공개해 많은 연구자가 서로 다른 로봇 손과 작업, 센서에 적용하고 더 큰 데이터 생태계를 이루길 바랍니다. 실제 물리 세계의 데이터를 어떻게 쉽고 다양하게 모을 것인가라는 문제를 풀기 위한 출발점입니다.

    Q 미국이 중국산 로봇과 부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 미국의 연구개발에도 악영향을 미치지 않겠습니까.

    A 휴머노이드와 사족보행 로봇은 카메라 등 다양한 센서를 갖추고 실제 공간을 돌아다니기 때문에 민감한 시설에서는 적절한 규제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연구개발 측면에서 부작용도 있습니다. 현재 중국은 연구자가 구매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상당한 성능의 휴머노이드를 대량 공급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국가입니다. 모든 연구실이 로봇을 처음부터 직접 설계하면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합니다. 중국산 플랫폼에 대한 접근이 크게 제한되면 단기적으로 미국 로봇 연구의 속도가 느려질 가능성이 있으며, 특히 대학 연구실이나 작은 스타트업이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미국 내 공급망과 하드웨어 산업에 대한 투자를 촉진할 가능성은 있습니다. 하지만 생태계는 규제를 만든다고 하루아침에 구축되지 않습니다. 무엇을 막을 것인가만큼 그 자리를 무엇으로 대체할 것인가가 중요합니다.

    Q 한국은 휴머노이드 경쟁에서 어디에 집중해야 할까요.

    A 딱 하나를 고른다면 ‘차세대 로봇 하드웨어 원천기술’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과 AI 소프트웨어의 규모로 경쟁하거나 가격과 생산량으로 중국과 정면승부하는 것은 한국에 유리한 싸움이 아닐 수 있습니다. 한국은 정밀기계, 전자, 소재, 배터리, 모터, 제조 등 로봇의 몸을 만드는 산업 기반을 갖추고 있습니다. 감속기, 액추에이터, 로봇 손, 센서처럼 세계 시장에 반드시 필요한 핵심 부품을 선점하는 것도 좋은 전략입니다. 다만 현재의 제품을 조금 개선하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대학에서는 현재 잘 팔리는 휴머노이드를 따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액추에이터와 센서, 소재, 메커니즘, 전혀 다른 형태의 로봇까지 연구해야 합니다. 한국은 ‘5년, 10년 뒤 휴머노이드의 몸을 만드는 원천기술을 확보해야 합니다.

    Q 한국 로봇 생태계가 지금보다 개방적이어야 한다고 보시나요.

    A 휴머노이드에는 메커니즘과 액추에이터, 센서, 제어, 비전, AI, 조작, 학습 데이터까지 수많은 기술이 필요합니다. 한 기업이나 연구실이 모든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특히 미국이나 중국처럼 막대한 자본과 데이터로 경쟁하기 어렵다면 한국은 여러 대학과 기업이 가진 데이터와 플랫폼을 연결하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오픈소스의 가장 큰 힘은 한 조직의 연구를 여러 사람의 출발점으로 만드는 데 있습니다. 물론 지식재산권과 국가적으로 보호해야 할 기술도 있습니다. 하지만 각자가 모든 것을 움켜쥐고 처음부터 다시 만드는 방식으로는 발전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습니다. 한국에는 협력과 개방성이 오히려 중요한 경쟁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Q 현재 휴머노이드 하드웨어의 결정적인 한계는 무엇입니까?

    A 배터리와 액추에이터, 로봇 손 모두 중요한 문제입니다. 하지만 제가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신뢰성과 강인성(Reliability and Robustness)’입니다. 연구실에서 멋진 동작을 한 번 성공하는 것과 실제 현장에서 매일 수천 번 작업하면서 충격을 받고 넘어져도 계속 작동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사람은 손가락을 조금 다쳐도 몸 전체가 멈추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 회복합니다. 반면 현재 휴머노이드는 작은 전선 하나가 끊어지거나 센서 하나가 고장 나는 것만으로 전체 시스템이 멈출 수 있습니다. 아무리 잘 뛰고 춤추고 정교한 작업을 해도 자주 고장 나고 넘어질 때마다 수리해야 한다면 실제 산업이나 가정에서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좋은 데모를 만드는 것과 신뢰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 사이에는 아직 상당한 거리가 있습니다. 휴머노이드의 과제는 단순히 더 오래 움직이는 로봇을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더 효율적이고 정교하고 저렴하면서, 무엇보다 고장 나지 않고 실제 세계의 충격과 예외 상황을 견딜 수 있어야 합니다. 휴머노이드가 일상에서 믿고 사용할 수 있는 기계가 되려면 결국 이 ‘신뢰성과 강인성의 벽’을 넘어야 합니다.

    [박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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