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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실물자산 투자 로드맵 | 성장세 여전한 금·반등 나선 은 장신구서 투자 자산으로
입력 : 2026.06.02 16:3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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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 간 전쟁, 달러 패권의 균열, 4%에 육박하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여러 거시 변수가 맞물리며 실물 자산 시장이 전례 없는 지각변동을 겪고 있다. 올 1월 금은 온스당 5589달러로 역대 최고가를 찍었고, 은은 지난 1년 사이 150% 넘게 급등했다. 크리스티 경매장에선 추정가의 10배에 달하는 유색 보석이 등장하며 새로운 컬렉터블 자산으로 부상했다. 단순한 가격 상승이 아니다. 구조적 재편이다. 세계 각국 중앙은행은 2026년 1분기에만 244t의 금을 순매수했고 태양광·전기차·AI 하드웨어가 은의 산업 수요를 견인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공급망 붕괴로 희귀 보석의 신규 채굴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졌다. 어쩌면 실물자산 투자의 황금기가 도래했다는 신호는 이미 울리고 있는 지도 모른다.
부동산에서 금융, 그리고 실물로국내 자산가들은 벌써부터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섰다. 지난해 12월 KB금융그룹 경영연구소가 발간한 ‘2025 한국 부자 보고서’를 살펴보면 이 같은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10억원 이상의 금융자산 또는 부동산자산을 보유한 ‘한국형 부자’ 47만6000명(2025년 기준)의 자산관리 관심사를 조사한 결과, ‘금·보석 등 실물 투자’가 33.3%로 3위에 올랐다. 2022년 7위, 2023년 4위, 2024년 2위에 이어 굳건한 상위권 정착이다. 하나금융연구소가 올 4월에 발표한 ‘2026 대한민국 웰스 리포트’는 최근 10년 내에 부자 반열에 오른 50대 이하 자산가를 ‘K-에밀리(K-EMILLI)’로 명명하고 이들의 공통된 특징을 ‘예·적금 활용은 줄이고, 금·은·예술품 투자와 개인투자조합·스타트업 투자 등 다양하고 적극적인 투자 방법을 활용한다’고 분석했다. 최근 5년간 이들의 포트폴리오에서 부동산 비중은 63%에서 52%로 줄었고, 금융자산 비중은 35%에서 46%로 늘었다. 부자들의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지수가 오르면 현금이 넘치고 넘친 현금은 더 많은 곳을 찾아 흐른다. 그리고 그 중 일부가 실물이라는 오래된, 그러나 결코 낡지 않은 투자처로 향한다. 지난해 12월 NH투자증권이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개최한 ‘2026 FX·원자재 전망 세미나’에서 황병진 NH투자증권 FICC 리서치 부장은 2026년 최선호 업종으로 금을 중심으로 한 귀금속과 비철금속을 꼽았다. 그는 “국제 금값은 온스당 300~400달러에서 4000달러를 넘겼고 원화 기준 금 한 돈 가격도 20여 년 사이 20배 가까이 올랐다”며 “지금이 비싸 보여도 10~20년을 보는 투자자에게는 아직 고점 구간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한 “예전에는 금 수요의 절반을 장신구가 차지했지만 최근에는 투자자·중앙은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며 “골드바·코인·ETF 같은 투자 수요와 외환 보유액 다변화를 노리는 중앙은행 매입이 금값을 밀어 올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시장 변수는 시간올 1월 29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선물가격은 종가 기준 온스(약 31.1g)당 5354.8달러(약 801만 원)까지 오르며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하지만 이란발 유가 급등이 촉발한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와 이에 따른 연방준비제도(Fed)의 매파 기조가 강화되며 급락했다. 연준이 지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동결하면서 올해 금리인하 횟수를 1회로 대폭 축소한다고 시사하자 달러 인덱스와 10년물 국채 금리가 동시에 반등한 탓이다. 이자를 전혀 지급하지 않는 자산인 금은 실질금리가 상승하면 보유에 따른 기회비용이 커져 단기 매도 압력이 높아진다. 좀 더 들여다보면 국제 유가 상승은 물가를 자극한다. 물가가 오르면 미국 연준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길어져 고유가가 지속되면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고금리 상황이 예상보다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다. 기준금리가 높아지면 은행이 지급하는 이자 수익이 커져 금 투자에 대한 매력이 떨어진다.
올 초 급등한 금 시세는 이후 조정을 거쳐 5월 현재 4600∼4750달러 선에서 등락하고 있다. 하지만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41%에 달한다. 올 1월 런던귀금속거래소(LBMA)가 제시한 2026년 금 가격 연평균 전망치는 4741.97달러. 현 시세는 전망치의 중간값 수준에서 균형을 찾고 있다. 연초 대비 약 16% 하락했다지만 시장은 기술적인 조정일 뿐 강세 구조 자체는 훼손되지 않았다고 평가한다. 휴전이나 종전 합의가 이뤄지면 국제 유가와 물가가 안정돼 기준금리 인상 전망이 줄어 금 투자 수요가 늘 것이란 분석도 있다. 실제로 월스트리트의 주요 투자은행들은 올초부터 경쟁적으로 금 목표가를 상향 조정해왔다. 지난 1월 골드만삭스는 연말 목표가를 4900달러에서 5400달러로 높였고, JP모건은 한발 더 나아가 4분기까지 6300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UBS는 6200달러를, 웰스파고는 6100∼6300달러를 제시했다. 모건스탠리도 하반기 강세 시나리오로 5700달러를 목표로 내걸었다. 월가 대형은행들의 전망은 단기적으로 금리, 달러, 유가 변수에 흔들리더라도 중장기적으로는 안전자산 선호와 중앙은행의 매입, 미국의 재정 부담이 금을 계속 지지할 것이란 판단에서 비롯됐다. 쉽게 말해 지금은 흔들릴 수 있지만 큰 그림에선 금이 더 강할 수 있다는 논리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 투자 선호 성향이 강해 가격이 앞으로 더 하락하진 않을 것이라는 심리도 있다. 세계금위원회(WGC)에 따르면 올 1분기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금 순매수량은 244t으로 전년 대비 3% 증가했다. 이전 5년 평균치를 상회하는 수치다. 중국인민은행(PBOC)이 2월에만 25t을 추가 매입해 총보유량을 2257t으로 끌어올렸고, 인도준비은행(RBI)도 18t을 더해 822t으로 보유량을 늘렸다. 새로운 중앙은행의 등장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말레이시아중앙은행(BNM)은 2018년 이후 처음으로 금 매입 대열에 합류했고, 한국은행은 올 1분기부터 해외 상장 실물 금 ETF를 외환보유액에 편입하기로 결정했다. 한 외국계 투자사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금 시장의 핵심 변수는 시간”이라며 “호르무즈해협의 긴장이 완화되며 국제 유가가 떨어지는 시점이 상대적으로 저가 매수에 나설 수 있는 기회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공급 불안 심리가 관건은은 올 들어 가장 극적인 조정을 겪고 있는 자산이다. 1월 초 온스당 121.64달러라는 역사적 고가를 기록한 이후 급격한 조정을 거쳐 지난 4월 70달러대 중반까지 밀렸다. 하지만 5월 11일 미·중 90일 관세 휴전 합의 소식이 나오자 단 하루 만에 6%나 오르며 극적인 반등을 보였다. 5월 현재 시세는 75∼90달러. 지난 1년간 가격상승률은 150%를 넘나든다. 최근 상승세에 대해 실물 수급에 대한 불안한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시장이 주목하는 변수는 뉴욕상품거래소와 런던 귀금속거래소가 최근 중국 은 브랜드 2곳에 대해 내린 적정 재고 유예 조치. 상품거래소는 거래 품목 표준화를 위해 일정한 규격을 정하고, 이 기준을 충족한 브랜드 제품만 인수·인도 또는 보관 대상으로 인정한다. 중국산 브랜드에 대한 조치의 표면적인 이유는 지난해 제출된 ‘은 책임 조달 준수 보고서’에 대해 감사법인이 한정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홍성기 LS증권 연구원은 “실제로는 미국의 관세 부과 가능성에 따른 인도 비용 발생, 중국 정부의 은 수출 통제에 따른 인도 불가능 리스크 등 지정학적 리스크를 내재하고 있다”며 “중국 은 시장 고립을 통한 진영 구축의 성격을 갖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그런 이유로 공급 여력이 줄어든 상황에 투자 수요까지 붙으면 은 가격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은 전 세계 제련 은 생산량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다이아몬드 가격은 하락세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는 금, 은과 달리 다이아몬드 가격은 뚝 떨어졌다. 최근 국제다이아몬드거래소(IDEX)의 다이아몬드 가격지수는 사상 최고치였던 2022년 3월(158.4)과 비교해 45%이상 떨어졌다. 랩그로운(Lab-Grown) 다이아몬드의 확산이 영향을 미쳤다. 실험실에서 단기간에 제조할 수 있는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는 천연 다이아몬드와 성분은 같지만 가격은 최대 20% 수준으로 저렴하다. 주얼리 연구기관인 월곡주얼리산업연구소가 집계하는 한국 다이아몬드 가격지수(KDPI)는 지난해 10월 59.6에서 올 4월 49.9로 6개월 만에 16.3% 떨어졌다. 같은 기간 국제 지수(60.9→52.8)보다 하락 폭이 더 크다. 윤성원 한양대 신소재공정공학과 겸임교수는 “랩그로운 다이아몬드가 젊은 층을 중심으로 대중화됐다지만 예물, 투자시장에선 통용되지 않는다”며 “랩그로운과 천연 다이아몬드 시장은 전혀 다른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말 뉴욕의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낙찰된 다이아몬드를 살펴보면 이러한 경향이 좀 더 뚜렷해진다. 당시 주얼리 경매에서 티파니앤코의 파라이바 투르말린(Paraiba tourmaline) 목걸이가 가장 낮은 추정가의 10배인 420만 달러에 낙찰됐다. 윤성원 교수는 “불과 5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며 “젊은 자산가와 컬렉터들을 중심으로 천연 보석이 투자자산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명 ‘보석테크’다. 이러한 움직임은 국내 다이아몬드 시장도 다르지 않다. 지난해 롯데, 신세계, 현대 등 국내 3대 백화점의 하이 주얼리 매출은 평균 30%나 성장했다. 윤 교수는 “보석은 주식이나 채권, 코인과 상관관계가 거의 없어 투자 분산 효과가 높다”며 “하지만 희소성 높고 확실한 기관이 인증한 보석에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