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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4] K-드론 어디까지 왔나, 완제품 기준 중국의존도 90% 넘어 공급망·인증·조달 삼중과제 시급
입력 : 2025.11.05 18: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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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드론산업의 성장 그래프는 수요가 끌고, 규제가 밀고 있는 모양새다. 공공 조달은 매년 늘고, 지방정부의 실증 프로젝트도 생활권으로 파고들었다. 그럼에도 공급망의 진실은 불편하다. 매일경제 자체 조사에 따르면 국내 드론 공급망은 완제품 기준 중국 의존도가 96%, 부품은 81.1%에 이른다. 국내 업체 수는 수천 곳으로 불어났지만, 공공 조달에서는 여전히 최저가 입찰의 영향력이 크고, 저가 수입 부품이 다시 가격 경쟁을 자극하는 구조가 확인된다.
아이러니하게 저가 드론의 대중화에 따라 산업 저변은 빠르게 넓어졌다. 항공안전기술원 집계로 사업자 수는 수천 곳을 넘고, 공공 낙찰 건수는 꾸준히 증가했다. 숫자가 말해주는 건 단순하다. 시장은 커졌지만 ‘신뢰 가능한 국산 공급망’과 ‘성과 중심의 조달’은 아직 제도화 중이다. 이런 배경에서 2025년 한국의 드론·UAM 정책은 실증을 규정으로 연결하고, 규정을 비즈니스로 번역하는 ‘현장성’이 승부처가 되고 있다.
핵심 부품 국내 공급망 구축 시급국내 드론 수요는 뚜렷하게 증가하고 있다. 재난 대응, 응급·혈액 배송, 도서지역 생활물류 등 공공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공공 낙찰 건수도 연간 기준으로 꾸준히 확대됐다. 그러나 하드웨어의 중국 의존도는 여전히 높다. 완제품 96%, 부품 81.1%라는 수치는 가격·가용성 측면에서 중국산이 ‘기본값’으로 작동해 왔음을 보여준다. 업계에서 지적하는 구조적 문제는 조달 방식이다. 최저가 중심의 낙찰관행은 국산 부품 채택 유인을 약화시키고, 결과적으로 성능보다 단가를 우선시키는 의사결정을 유도한다는 지적이 많다. 일부 현장에서는 중국 부품 조달–국내 조립–공공 납품으로 이어지는 ‘택갈이’ 관행도 문제로 지목된다.
박석종 한국드론산업협회 회장은 “드론 기체와 핵심 부품의 국산화 추진과 더불어, 정부 차원의 실증 확대와 연구개발 지원을 병행해 국내 공급망의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광안리 드론 라이트쇼 실증에서 제도화로 바뀐 방향성올해 들어 실증과 제도 사이의 연결 고리가 강화됐다. 국토교통부가 UAM 실증 사업자 지정 기준을 제정해, 누가 어떤 조건으로 도심 실증을 수행할 수 있는지—안전관리·보험·운항통제 책임과 요건을 포함해—법적으로 규정했다.
하반기에는 드론 특별자유화구역이 확장되어 비행 승인·특별비행승인·안전성 인증 등 절차가 시험 구간에서 간소화되었다. K-드론 배송은 특정 지역에서 전국 단위로 확대되며 성과 데이터가 보험료·계약 조건에 반영될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한편 국가정보원과 해군이 ‘드론안보 협력 플랫폼’을 출범시켜, 탐지·무력화·정보공유 체계를 공공영역의 상시 과제로 끌어올렸다. 산업 진흥과 안전·안보를 병행하는 투트랙이 정책의 기본값이 된 셈이다.
장용준 경희대 교수는 최근 한 포럼에서 “국내 실증이 시장 진입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려면 글로벌 밸류체인을 전제로 법·인증 간극을 메우는 작업이 병행돼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시장은 상용화 위한 인증 경쟁해외 주요국은 상용화를 가르는 핵심 변수를 선제적으로 정리하고 있는 모습이다. 미국은 eVTOL 운항을 겨냥한 조종·훈련·운영 규정과 특별 규정을 잇달아 확정해 인증 프레임을 정교화했다. 유럽 역시 SCVTOL 체계 아래 소음·진동·고장모드 등 ‘입증 방법’을 수용수단(MOC) 문서로 표준화하여 기업이 따라야 할 증거 요건을 명확히 했다. 이외에 UAE는 항공회랑과 버티포트 같은 인프라를 행정 속도로 구축하며 사회적 수용성을 끌어올리고, 중국은 형식증명(TC)–생산증명(PC)–운항증명(AOC) 축을 통해 관광·도심 노선의 초기 상업운항을 현실화했다.
한재진 법무법인 지평 글로벌리스크대응센터 전문위원은 2025 국제드론산업전략포럼에서 “국내는 인적자원과 산업 인프라의 준비 수준에서 경쟁국 대비 보완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라며 “해외 문서의 등가성·상호인정 원칙을 빠르게 번역하고 적용 범위를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자체의 상용화 실험과 확산여러 지자체는 다양한 실험을 통해 드론의 상용화 실험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인천은 섬 지역 드론 배송을 다년간 운영하며 도심 실증을 위한 정거장 조성까지 마무리했고, 제주는 대규모 자유화구역을 바탕으로 야간 포함 배송을 상시화하면서 관광·환경 모니터링을 접목했다.
이제는 대표적인 부산의 공연으로 자리잡은 드론라이트쇼도 드론 시대의 체감도를 높이고 있다. 또한 부산 수영구의 광안리 M 드론라이트쇼는 인근 관할 항공청의 특별비행 승인을 획득해 매주 토요일 저녁 상설 공연화되며 ‘드론×레이저쇼’라는 체류형 관광 콘텐츠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외에 울산은 항만 안티드론 시스템을 구축해 레이더·광학·RF·재머를 연동하는 통합 경계 체계를 도입했다.
각 지자체는 지역의 지형·수요·산업구조에 맞춘 로컬 루프를 선점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으며, 성과 지표(KPI)를 공개해 서로 경쟁하는 구조가 확산되는 추세다.
남명렬 고려대 연구교수는 “지자체 단위에서는 환경 모니터링과 농업 같은 민간 분야는 지자체 단위에서 실효성을 빠르게 입증할 수 있는 영역”이라며 “생활형 모델을 통해 사회적 수용성과 데이터가 동시에 축적된다”라고 평가했다.
조달·인증·데이터 ‘마지막 1마일’전문가들은 국내 드론 경쟁력 강화와 상용화를 가르는 마지막 관문이 조달·인증·데이터·보안의 네 축임에 의견을 같이한다.
먼저 조달은 최저가 중심에서 성과 기반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드론업체 관계자는 “현재 공공기관 조달방식은 저가수주 프레임에서 탈피해야 한다”라며 “다운타임, SLA(서비스 수준), 사고율, 보험료 등 결과 지표를 계약서에 반영하면, 가격이 아닌 성능으로 경쟁하는 회사가 R&D–실증–수출의 선순환을 형성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다음으로 인증분야는 국내 실증 기준과 FAA·EASA의 문서를 등가성·상호인정 원칙으로 연결해 국내 시험·검증 결과가 곧바로 보험·수출 조건에 반영되도록 설계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데이터 분야에서는 점검·물류·관제의 무결성·접근통제·감사 트레일을 표준화해 보험·리스·사고조사에서의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내 드론·UAM 산업은 수요 확대–제도 정비–지자체 실증이 동시에 진행되는 가운데, 글로벌 리딩 국가와 비교해 인증 프레임·검증 방법·행정 속도에서 보완 과제가 남아 있다. 공급망 다변화와 성과 기반 조달, 데이터 신뢰와 대드론 체계 고도화가 병행될 경우, 실증 결과가 조달·보험·수출 조건으로 빠르게 전환되는 선순환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82호 (2025년 11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