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 | Individualization] 초개인화 알고리즘의 단골 메뉴 개성으로 똘똘 뭉친 ‘K-콘텐츠’

    입력 : 2025.10.20 11:29:57

  • 올해 트렌드 중 하나는 ‘개인’이다. 물론 근대 시민혁명 이후 불어닥친 개인의 시대와는 결이 다르다. 이른바 ‘초개인화 시대’의 소비와 문화의 파고가 만만치 않다. 출발점은 AI였다. 이젠 어느 분야나 AI를 빼고선 기승전결이 갖춰지지 않는다. AI의 움직임이 민첩해질수록 개인이 제공한 기본 정보가 빅데이터화되며 ‘나’만의 알고리즘으로 정리됐다. 넷플릭스나 유튜브 등 OTT 서비스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내가 좋아하는 무엇’을 추천받는 건 이제 당연한 일이 됐다. ‘초개인화 마케팅’의 완성이다. 성공 사례는 부지기수다. 유튜브나 스포티파이, 플로 등 동영상과 음원 플랫폼이 초개인화 전략을 적극 활용하고 있고, 뷰티와 푸드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그리고 바로 그 알고리즘을 타고 글로벌 시장의 중심에 K-콘텐츠가 자리하고 있다.

    장르가 된 K-콘텐츠

    ‘이 열풍은 스크린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사운드트랙에 수록된 ‘Golden’ ‘Your Idol’ ‘Soda Pop’ 등 여러 곡이 빌보드 차트 톱10에 올랐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인기는 특히 미국에서 K-팝 팬덤의 전세계적인 성장을 보여주는 최신 지표이자 한국 문화 수출의 성장을 증명한다. 지난해 한국 정부가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119개국에서 2억 명 이상이 한류 팬이라고 생각하며 이 중 68%의 팬클럽이 K팝에 집중되어 있었다. … 다른 훌륭한 대중문화 현상처럼 이 영화도 자체적으로 생명력을 얻었다. 밈, 밈, 그리고 더 많은 밈이 탄생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처음에는 비웃다가 완전히 빠져드는 부모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올렸다.’

    농심-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스페셜 제품 3종
    농심-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스페셜 제품 3종

    지난 8월 22일자 뉴욕타임스의 ‘케이팝 데몬 헌터스’ 관련 기사 중 한 대목이다. 아직 2025년이 끝난 시점은 아니지만 올해 가장 주목받은 콘텐츠는 단연 ‘케데헌’이다. 특히 밈이 또 다른 밈을 낳아 팬덤으로 확산된 건 주목할 만한 과정이자 사회적 현상이다.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K-팝이나 드라마, 영화가 밟아온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뉴욕타임스는 “K-팝을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관객도 끌어들이고 있다”며 “모두가 귀에 맴도는 음악을 좋아하기 때문이었다”라고 소개하고 있다.

    ‘넥스지’는 지난해 JYP와 일본 소니뮤직의 합동 오디션 프로그램 ‘니지 프로젝트’ 시즌2를 통해 탄생했다. <사진 연합뉴스>
    ‘넥스지’는 지난해 JYP와 일본 소니뮤직의 합동 오디션 프로그램 ‘니지 프로젝트’ 시즌2를 통해 탄생했다. <사진 연합뉴스>

    이미 글로벌 팝 시장의 장르가 된 K-팝은 올해 ‘5세대’ 신인 그룹들이 주목받고 있다. ‘넥스지’ ‘미야오’ ‘아르테미스’ 등의 그룹이 주인공이다. 그중 신인 그룹 넥스지는 JYP엔터테인먼트와 소니뮤직 재팬이 합작했다. 당연히 한국과 일본 시장을 동시에 겨냥한다. 멤버 전원이 일본인으로 구성됐지만 국내에선 한국어로, 일본에선 일본어 음원으로 승부한다. 어쩌면 한국계 캐나다인 매기 강 감독이 연출하고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이 제작사로 참여한 ‘케데헌’과 상황이 비슷하다. 천재 프로듀서라 불리는 테디의 더블랙레이블에 소속된 미야오도 한국과 일본에서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이미 지난해 정규 1집 ‘달’을 발표한 아르테미스는 미국 빌보드 글로벌 부문 7위에 오르며 북미와 유럽 무대를 순회하기도 했다. 올해는 미니앨범을 발표하며 팬덤을 단단하게 다지고 있다.

    폭군의 셰프
    폭군의 셰프

    K-드라마도 K-콘텐츠를 우뚝 서게 한 버팀목이다. 최근엔 tvN의 ‘폭군의 셰프’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이 드라마는 스타셰프 연지영(임윤아)이 조선시대로 타임 슬립해 최악의 폭군이자 미식가인 왕 이헌(이채민)을 만나 요리 능력을 펼치는 이야기다. 첫 방송 이후 2000년대 초반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대장금’과 비교되며 SNS 알고리즘을 ‘대장금’ ‘K-푸드’ ‘오나라’ 등으로 채웠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드라마의 진짜 주인공은 정교하게 차려진 음식”이라고 소개했고, 뉴욕타임스는 “드라마의 핵심은 음식이라는 언어로 사랑을 전하는 로맨틱 코미디”라고 평했다.

    전 세계 입맛 사로잡은 K-푸드

    음악과 드라마, 영화에 등장한 K-컬처는 곧 체험으로 이어졌다. 보고 듣고 동경했던 음식이 가장 먼저 타깃이 됐다. 지난 9월 중순, 서울 명동에서 만난 싱가포르 관광객 로이 씨는 “10대 딸 덕분에 넷플릭스로 ‘여신강림’ ‘폭싹 속았수다’를 보고 한국을 알게 됐다”며 “돌아가기 전에 생선회와 갈비를 꼭 먹어볼 생각”이라고 전했다. 인도네시아에서 왔다는 멜라티 씨는 “BTS의 유튜브 방송을 본 기억이 있는데, 그때 정국이 먹은 치킨 메뉴를 꼭 경험해 보고 싶다”며 “아이브의 원영이 좋아하는 ‘K-마카롱’도 리스트 중 하나”라고 손꼽았다. 비단 한국을 찾은 이들 외에 현지 팬들도 K-푸드의 타깃이 됐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K-푸드는 사상 최대 수출 기록이 예상된다. 올 1월 부터 8월까지 집계된 농식품 수출액은 67억1500만달러(약 9조 4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5.1% 늘었다. 역대 최고치다. 수출의 첨병은 라면이다. 같은 기간 라면의 수출액은 9억 7800만달러(약 1조 4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22.3%나 성장했다. ‘케데헌’에 등장했던 김밥과 컵라면, 떡볶이 등 국민 간식도 인지도를 높였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수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품목 다양화, 해외 유통망 확대, 현지화 전략 강화 등을 집중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양한 유통채널서 경쟁하는 K-뷰티, 이미 최고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5 서울국제화장품미용산업박람회 및 국제건강산업박람회를 찾은 외국인 관람객들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5 서울국제화장품미용산업박람회 및 국제건강산업박람회를 찾은 외국인 관람객들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K-컬처에서 출발한 한류열풍은 뷰티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올 상반기 국내 화장품의 해외 수출액은 55억 1000만달러(약 7조 4800억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화장품 수출국도 지난 172개국에서 176개국으로 늘었다. 제품 유형별로는 기초화장품(41억1000만달러)이 가장 많았다. 색조화장품(7억 5000만달러), 세정용품(2억 7000만달러)이 그 뒤를 이었다.

    지난 9월 19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아마존 뷰티 인 서울’에 참석한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은 ‘K-뷰티 화장품 브랜드의 성공, 화장품 제조업자 콜마 관점에서’란 주제 발표에서 “콜마가 연간 생산하는 제품의 가짓수는 2만 개 정도이며 그 중 50%가 신제품”이라고 전했다. 윤 부회장은 “K-뷰티가 세계 3대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여전히 에스티로더 ‘나이트 리페어’, 로레알 ‘랑콤’, 라메르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는 하이엔드 프리미엄 브랜드는 부재하다”며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지금 가장 사랑받는 뷰티 브랜드, 메디큐브의 성공 DNA’란 주제로 신화숙 아마존 글로벌셀링 대표와 대담을 진행한 김병훈 에이피알 대표는 “K-뷰티 생태계는 마치 하나의 유기체처럼 오랜 시간 진화해 왔고, 그만큼 제품 개발 속도도 빠르고 품질도 향상되고 있다”며 “여기에 K-콘텐츠까지 더해지니 마치 호랑이에 날개를 단 격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폭발적으로 퍼져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국내에선 올리브영, 다이소, 편의점 등 다양한 유통 채널에서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에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며 “이러한 환경을 뚫고 성장한 브랜드들은 글로벌 무대에서도 강한 생존력을 발휘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81호 (2025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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