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증시 연말까지 달릴까? 9월 FOMC 이후 서학개미 투자전략

    입력 : 2025.10.14 15:3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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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준이 9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5bp 인하해 연4.00~4.25%로 낮추면서 시장에는 분명한 메시지가 남았다. 방향은 완화지만 속도는 데이터가 결정한다는 점이다. 성명서에는 노동시장 둔화가 전면에 등장했고, “고용의 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다”라는 경고가 반복됐다. 동시에 국채와 MBS 보유 축소는 계속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혀 완화와 긴축의 페달을 동시에 밟는 리스크 관리형 스탠스를 드러냈다.

    발표 직후 뉴욕증시는 혼조세로 마감했다. 선물시장은 연내 추가 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두었지만, 주식시장은 “인하가 랠리의 충분조건은 아니다”라는 현실을 곧장 확인했다. 파이낸셜 타임즈(FT)에 따르면 “연준의 관심이 인플레이션에서 고용으로 옮겨가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완화는 속도가 아니라 경로의 문제이며, 그 경로는 앞으로 고용 지표에 더욱 민감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엇갈린 월가 “긍정적이지만 변동성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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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만 월가 IB들의 전망은 뚜렷하게 갈라졌다. 낙관적인 진영은 인하 전환과 견조한 이익 흐름을 근거로 지수 목표치를 상향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S&P500 연말 목표치를 기존 6600에서 6800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 변화의 배경으로는 연준이 최근 완화적 스탠스를 확실히 취하고 있다는 신호, 기업 실적이 생각보다 견고하다는 관찰, 그리고 기존의 무역장벽 우려가 완화될 가능성 등이 언급되었다. 또한 골드만삭스는 6개월·12개월 수익률 전망도 각각 약 +5%, +8%대로 재설정해, 연말 이후에도 상승 여력이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반면 모건스탠리나 도이치뱅크 등은 조심스러운 목소리를 낸다. 이들은 연준이 2025년 남은 회의(9월·10월·12월)를 중심으로 25bp 인하를 이어갈 것으로 보지만, 추가 인하의 폭이 크진 않을 것으로 본다. 임금 상승 압력이나 공급망 물가의 불확실성, 혹은 소비와 고용 둔화가 인하 기대치를 낮추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모건스탠리는 보고서를 통해 “노동시장 둔화 가능성이 커졌지만, 인플레이션이 2% 목표로 완벽히 수렴한다는 보장은 없다”라며, 이익 전망이 본격적으로 반전되지 않는 한 멀티플(expansion)의 여지는 제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망치에 대한 분석이 엇갈리는 포인트는 크게 3가지다.

    첫째, 이익 성장의 지속성 여부다. 골드만삭스는 기업 실적이 지금의 매크로 압박 속에서도 탄탄하게 유지될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AI·인프라 투자, 기술주의 선도적 위치, 그리고 소비 쪽에서도 여전히 버텨주는 부분들이 있다는 판단이 나온다. 반면 신중파는 경기 둔화가 이익 추정치 하향 쪽으로 먼저 영향을 줄 것이며, 특히 소비자 수요와 원자재 가격, 운송비 같은 공급 측면의 비용 상승이 이윤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본다.

    둘째, 금리 인하의 경로(속도와 폭)다. 골드만삭스는 연내 두 번의 인하 가능성, 나아가 점도표상 제시된 대로 6~12개월 동안의 추가 인하 여지를 계산에 넣고 있다. 반면 모건스탠리는 인하 자체는 예상하지만, 시장이 기대하는 ‘빨리·많이’ 인하 시나리오는 조건부라고 본다. 고용 통계가 계속 허약하거나 물가가 다시 상승하기 시작하면 인하 속도가 늦춰질 수 있고, 금리·달러 경로가 예상보다 덜 우호적일 수 있다.

    셋째, 변동성과 위험 요인의 반영 여부이다. 골드만삭스 쪽은 무역정책 완화, 글로벌 공급망 회복, 기업 지출 회복 등을 긍정 요소로 본다. 하지만 그들은 또한 밸류에이션 부담과 지연된 물가 압력, 원자재·에너지 조정 가능성을 리스크로 꼽는다. 모건스탠리·다른 신중파들은 이 리스크 요소들이 단순한 말 잔치가 아니라고 경고하고, 실제 금융 여건이 풀리는 속도가 느리거나 시장이 완전히 기대치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판단이 나오면 랠리가 잠시 고갈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이처럼 월가의 전망은 목표치는 상향 추세라도, 그 높이에 도달하는 경로와 중간의 굴곡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혼재돼 있다. 골드만삭스처럼 낙관적 시나리오에 베팅한 하우스들도, 랠리가 이어질 수 있는 조건을 꽤 엄격히 보고, 위험 요인을 열거한다. 반대로 신중한 하우스들은 단기적 반등 가능성을 인정하되, 지속 가능성에는 의문을 가진다.

    신용시장을 보며 얻는 힌트

    정책 신호가 가장 먼저 반영된 곳은 신용시장이다. 인하 직후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 발행이 급증했고, AT&T를 비롯한 대기업들이 대규모 발행을 쏟아냈다. 스프레드는 사상 최저권에 머물렀고, 발행과 수요가 동시에 살아나면서 차입 여건 정상화가 즉시 확인됐다. 완화의 경사가 얕더라도, 신용시장의 수도관은 가장 먼저 열린다는 경험칙이 다시 한번 증명된 셈이다.

    주식시장은 한 박자 늦게 호흡을 맞췄다. 발표 당일의 혼조세는 기대치가 이미 반영된 상태에서 점도표의 신중한 경로와 충돌한 결과였다. 이후 방향성은 기업 이익 모멘텀, 달러와 금리의 경로에 달려 있다.

    로이터는 “완화적 정책은 차입을 촉진하는 역할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81호 (2025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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