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art 9] 親가상자산 정권이라는데 제도권 유입 앞당길 크립토 3대 정책 ‘기대감’

    입력 : 2025.07.01 16:52:19

  • 친 크립토 정책을 내세운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미 국내 증시에서는 가상자산 관련주들이 높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내세우는 가상자산 정책은 크게 3가지가 꼽힌다.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토큰증권(STO), 원화 스테이블코인 등이다.

    이는 미국의 제도화 흐름과 맞닿아 있다. 미국은 지난해 1월 비트코인 현물 ETF를 출시했다.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스테이블코인을 달러 패권 확장의 무기로 재해석했다. 스테이블코인이 크게 확장된 뒤 이제는 미국 금융가를 중심으로 토큰증권을 통한 자본시장 패권도 확대하자는 얘기가 나온다. 따라서 이재명 정부가 ETF, STO, 스테이블코인를 3대 정책으로 삼은 건 미국 주도의 가상자산 흐름을 따라가는 선택인 셈이다.

    이재명 정부의 가상자산 정책을 살펴보기 위해 우선 인사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선 당시 민주당은 선대위 산하 디지털자산위원회를 뒀다. 지난 5월 출범한 디지털자산위는 전당대회 이후 디지털자산특별위원회로 격상될 예정이다. 디지털자산의 제도권 편입 및 성장을 위해 출범한 디지털자산위는 민병덕 민주당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데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을 위해 힘써왔다.

    민 의원이 지난 6월 10일 발의한 가상자산 2단계 입법인 ‘디지털자산기본법’에는 스테이블코인 인가제를 비롯한 디지털자산업 정의 및 육성, 디지털자산위원회 설립, 발행신고서 제도, 발행·유통 공시 분리 규율 등 명확한 산업 규제와 진흥을 위한 조항들이 담겼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이 통과돼 대통령 직속 디지털자산위원회가 설립되면 선대위 디지털자산위 인사들이 이재명 정부의 가상자산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한주(왼쪽) 국정기획위원회 위원장이 6월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열린 출범식에서 부위원장을 맡은 대통령실 김용범 정책실장에게 위촉장을 수여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한주(왼쪽) 국정기획위원회 위원장이 6월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열린 출범식에서 부위원장을 맡은 대통령실 김용범 정책실장에게 위촉장을 수여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새 정부 초대 정책실장에 김용범 해시드 오픈리서치 대표이사가 임명된 것도 상징적이다. 해시드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가상자산 벤처캐피탈(VC)이다.

    김 실장은 관료 시절 가상자산을 편견없이 바라봐왔다. 지난 2018년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이 “가상자산 거래소 폐쇄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자 김 실장은 이를 반대하며 ‘은행 실명계좌’라는 대안을 제시한 일이 유명하다. 혁신의 부작용은 막되, 싹은 자르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가상자산 거래 생태계의 제도적 정비에 관여했다.

    가장 빠르게 현실화될 수 있는 정책은 단연코 STO다. 비트코인 ETF나 스테이블 코인과 달리 업계와 정치권에서 이견이 없어 정치적 혼란만 없다면 신속한 법제화가 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STO 합법화는 이미 지난 21대 국회 때 여야 합의가 성사됐지만 국회 공전이라는 악재에 통과가 불발됐다. 22대 국회에서도 여야 논의가 완료됐지만 계엄·탄핵 사태의 여파로 법안 처리가 또 지연됐다. 현재는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 등이 발의한 전자증권법 개정안이 있다.

    STO는 블록체인 플랫폼에서 자산을 토큰화한 뒤 발행·유통이 가능한 증권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STO를 통해 수십억원대 부동산과 수억원대 미술품 등을 1만원 처럼 소액으로 쪼개 투자할 수 있다.

    다만 국내 STO 정책에는 아쉬움도 많다. 미국은 이미 주식 자체를 토큰화하는 단계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비트코인 2025’ 행사에 참여한 블라디미르 테네브 로빈후드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주식 및 상장지수펀드(ETF)를 토큰화하면 전 세계 자본을 미국으로 더 끌어들일 수 있다”면서 “토큰화 증권은 미국의 ‘자본 패권’ 유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 게 대표적이다.

    투자자들이 기대를 갖고 있는 또 다른 증권 상품은 가상자산 ETF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비트코인 현물 ETF 발행은 물론 해외 비트코인 현물 ETF를 중개하는 것도 금지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청년의 자산 형성’ 일환으로 가상자산 현물 ETF을 지목한 만큼 자본시장과 가상자산 시너지가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을 개정하지 않아도 비트코인을 현행법상 기초자산으로 포함하는 내용의 금융위 유권해석만 이뤄지면 현물 ETF를 발행 및 중개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다만 ETF를 위해선 인프라가 중요하다. 비트코인 가격은 어느 것을 추종할 것이며, 펀드가 구매한 비트코인은 누가 보관(커스터디)할 것이며, ETF의 원할한 거래를 위한 LP는 어떻게 할 것인지, ETF에 담기 위한 코인 구매는 어디서 할 것인지 모든 부분에서 제도 마련 등이 필요하다.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분야지만, 여전히 논의가 많이 필요한 분야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대선 국면에서 크게 화두가 됐다. 대선 후보자 TV토론회에도 언급됐다. 이는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달러패권 확대기조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논의는 한국 결제 체계가 달러 스테이블코인에 잠식 당한다면 원화 가치 폭락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에서 온다. 원화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일단 원화스테이블코인 기반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스테이블코인의 거래 규모도 매우 커졌다. 지난해 12월엔 하루 거래 대금 1조 222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민병덕 의원이 대표 발의한 ‘디지털자산 기본법’은 자본금 5억원 이상의 국내 법인이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법인 형태 제한이 없어 핀테크나 비영리법인 등도 금융위원회 인가만 받으면 발행이 가능하다.

    다만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부처 간 이견이 아직 크다.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한국은행은 규제가 쉽지 않은 핀테크 등 민간업체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보다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크고, 관리가 용이한 시중은행권부터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한 후 단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소 규모의 비은행권 발행 코인이 남발될 경우 발행사의 운용 실패나 외부 충격 시 코인런(Coinrun)에 따른 금융 불안정 문제도 우려되는 요소다. 단기채권 등으로 단단하게 지급준비를 해놓는다고 해도 인출이 몰릴 땐 스테이블코인의 가격 고정이 깨지는 ‘디패깅’이 나타날 수 있다. 지난 2023년 실리콘밸리은행(SVB)사태 때 은행에 인출이 몰리면서 SVB에 예치금을 맡겼던 서클의 스테이블코인 USDC가 일시적으로 디패깅됐던 게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도 기자]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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