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현덕의 한국기업 탈각의 순간들] 코스맥스 | ② 프랑스 로레알 미국 공장 인수

    입력 : 2025.03.29 12:43:14

  • ▶ 손현덕의 <한국기업 탈각(脫殼)의 순간들>
    성공한 기업들은 보면 결코 우연이란 건 없습니다. 운이 따랐다 한들 그 운을 기회로 만든 결정적 순간이 있습니다. 마치 뱀이나 매미가 껍질을 벗듯, 탈각(脫殼) 이전의 기업과 이후의 기업은 전혀 다릅니다. 담대한 변신으로 위대한 성공을 이끈 기업가의 여정을 기록합니다.
    경기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코스맥스 본사 사옥 전경
    경기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코스맥스 본사 사옥 전경

    이렇게 기술을 바탕으로 한 연구와 혁신이 코스맥스를 세계로 뻗게 했다.

    판교 R&I 센터가 그 시발점이었다. 그가 보스라고 하는 그의 배우자이자 공동 창업자인 서성석 회장과 같이 받은 액자에 나오는 세 개의 사과는 코스맥스의 로고로 원래 바름, 다름, 아름을 뜻하는 것이지만 직원들은 거기에 한국 인도네시아 중국을 넣어 세계화를 열자는 희망을 적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코스맥스의 시야는 아시아권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채 2년이 안돼 화장품 업계의 역사를 새로 쓴 사건이 하나 발생한다. 그건 화장품의 종주국인 프랑스의 명품 브랜드 로레알을 품은 사건이었다. 동양 변방의 이름도 잘 알려지지 않은 하청업체의 부상이었다.

    2013년 4월 26일.

    코스멕스는 미국 오하이오주 쿠야호가 카운티에 소재한 로레알 솔론 공장을 우리나라 돈으로 약 120억원 주고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로레알이 적합한 인수자를 찾던 중 10여 년간 긴밀한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던 코스맥스가 구원투수로 나선 것이다.

    이경수 회장은 당시를 이렇게 회고한다.

    “로레알 측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당신이 우리 솔론 공장을 사겠느냐고 말이죠. 말은 안해도 경영에 부담을 느꼈던 모양입니다. 장부상 잔존가치로 팔겠다고 한 걸 보면 말이죠. 공장 규모(대지 2만평, 건평 9000평)에 비하면 가격조건이 괜찮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단숨에 우리가 사겠다고 한 것입니다.”

    사실 코스맥스는 언젠가는 미국에 공장을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미국 진출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떻게든 세계1위 화장품 회사인 로레알과 좀 더 가까워져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었다.

    “로레알이 어떤 회사입니까? 글로벌 1등인데 어떻게 코스맥스를 믿고 제조를 맡기냐는 반론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 로레알의 ODM 전략파트너는 이탈리아 인터코스와 일본의 시세이도, 토키와(현재는 일본콜마에 인수되어TOA라는 회사에 합병) 같은 회사였습니다.”

    이 회장은 이 점에서는 자신이 있었다. 그는 그동안 로레알 측과 일하면서 코스맥스의 품질에 대한 만족을 표시하는 칭찬을 숱하게도 들어왔다. 첫 인연은 2002년 홍콩 코스모프로. 거기서 로레알과 만나 2년 간의 준비 끝에 어렵사리 ‘메이블린’ 아이쉐도우와 아이라이너 펜슬을 공급했다. 그후 한번도 로레알을 실망시킨 적이 없다. 2012년 인도네시아 공장 준공식 때의 일이다. 그 때도 로레알 공장을 인수한 것인데 3년 동안 논의 끝에 성사됐다. 그동안 인도네시아 부동산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했는데 로레알이 3년 전 제안한 가격을 유지해 성사된 계약이었다.

    이 회장은 벽에 걸린 액자를 가리키며 “저건 로레알과 코스맥스가 ‘녹색과학 및 피부 마이크로바이옴 기술 기반의 혁신 뷰티 솔루션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전달받은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 협약을 통해 코스맥스와 로레알은 현재 피부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용한 친환경 화장품 생산 공정 및 신제품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마지막 회의를 마친 후 떠나기 전날 저녁 회식 자리에서 로레알의 방한 시간표를 공유 받았다. 중요 회사들 중 코스맥스도 우선순위에 선정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연구와 혁신, 그것이 만들어내는 차별화된 기술이었다. 그 중 코스맥스가 우선적으로 선정됐다. 그리고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연구와 혁신, 그것이 만들어내는 차별화된 기술이었다

    오너가 주재하는 연구혁신회의

    기업 오너가 직접 나서지 않고 연구와 혁신이 제대로 돌아갈 리가 없다. 회장이 힘을 실어줘야 하고 어떨 때는 직접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이경수 회장은 적어도 매달 한번은 직접 연구 혁신회의를 주관한다. 약 30여 명의 연구원이 모여 2시간 정도 진행되는 ‘신제품 전략회의’다. 이 신제품 전략회의에서 15명의 연구원들은 각자 1건씩 신제품 제안서를 갖고 나와 프리젠테이션을 한다. 기술이 뛰어나고, 시장에 먹힐 것 같고, 기존 제품과 차별화된 것들이다. 그러고 나면 마케팅 부서에 토스를 해서 시장 조사를 하게 된다.

    이 회장은 “나머지 아이디어가 사장되는 건 아니다”며 “매월 30 여개 이상의 혁신제품 제안을 통해, 연간 약 400여개의 새로운 제품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연구소에는 매일 1개씩의 제형(제품)이 쏟아져 나온다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연구소의 제형 개발 연구원이 약 200 명. 연구원 1인당 연간 2개씩의 혁신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는 셈이다.

    R&I센터를 맡고 있는 박천호 R&I 유닛장(부원장)은 “이 회장은 연구원들이 제안한 혁신 제형에 대해 보다 더 좋은 제품으로 고객사에 제안될 수 있도록, 많은 의견과 아이디어를 제안한다”며 “그러면 전략마케팅, 국내마케팅, 해외마케팅의 MZ 직원들이 참석해 젊은 세대들이 선호하는 제형에 대해서 다양한 아이디어가 탄생한다”고 말한다.

    이 회장의 디테일이 돋보이는 사례가 하나 있다.

    최근 새로운 화장품 제형 발표가 있었는데 원래 모양으로 잘 복원되는 특성을 가진 제품이었다. 연구원들은 이를 ‘용수철 크림’이라는 명칭을 붙였는데, 이 회장은 ‘용수철’ 이라고 하면 차갑고 딱딱한 느낌을 주니 제품의 특성에 대해 잘 느끼지 못할 것 같다며 이름을 바꿔보자고 했다. 이 회장은 “화장품은 감성적인 부분이 중요하니 스프링으로 하면 어떻겠느냐”며 “스프링 크림으로 바꾸면 용수철의 복원력과 봄의 화사함을 모두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제안했다.

    이 회장은 발표하는 연구원들의 입사년차를 보면 우리 회사의 미래를 알 수 있다고 한다. 그는 “예전에는 5~10년 정도 된 연구원들이 발표했다면 지금은 2~3년 된 연구원들이 주축”이라며 “그만큼 짧은 근무 기간에 제품 개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스템이 내재화 되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고 자신한다. 그래서 그는 가능한 한 회의 시간에는 젊은 랩장(연구소 리더)들이 대화하도록 열린 토론을 장려한다. 그야말로 전부서가 혁신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회의가 된다는 것.

    (다음 회차에서 이어집니다.)

    [손현덕 대표]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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