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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톱픽스] 적립식 ETF | ‘레버리지인 듯 레버리지 아닌’ 모멘텀 종목 주목
입력 : 2025.02.03 18: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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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식시장에서 한국 투자자들이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것은 빅테크 종목이다. 다만 이들 종목 중 일부는 연초부터 기술적 조정을 겪는 등 주가 흐름이 부진한 편이다. 일례로 전세계 시가 총액 1위 기업인 애플은 새해 첫 거래일 이후 2주도 안 된 시점에서 주가가 약 6.3% 떨어졌다. 지난해 12월 26일에 사상 최고가(259.02 달러)에 거래를 마친 후 올해 1월 14일(233.28달러) 기준 시세가 10% 하락해 기술적 조정 국면에 빠르게 진입한 바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투자 열풍을 이끌었던 엔비디아 역시 올해 1월 6일에 사상 최고가(149.43 달러)에 거래를 마쳤지만 같은 달 13일(133.23달러)을 기점으로 기술적 국면에 돌입하기도 했다.
일부 빅테크 기업들은 인력 관리에 나서는 분위기다. 메타플랫폼스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사내 이메일을 통해 “성과 관리 기준을 강화할 것이며 저성과자는 더 빨리 퇴출할 것”이라면서 성과 평가를 통해 직원의 약 5%를 해고한다고 1월 중순 밝히기도 했다. 앞서 마이크로소프트 경영진도 “직원들이 성과를 내지 못할 때 우리는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면서 전체 직원의 1% 남짓에 해당하는 규모로 저성과자 해고에 나설 것이라는 방침을 지난 1월 밝힌 바 있다.
월가 “아직도 괜찮다”미국 증시는 통상 1분기(1~3월)가 대체로 상승세라고 알려져 있다. 새해 첫 달인 1월은 각종 펀드 매수세, 2월은 기업들 호실적 발표에 힘입어 긍정적인 흐름이 대체로 3월까지 이어진다는 것이다.
다만 이는 과거 일부 경향에 불과하다. 올해 1분기는 초반부터 미국 증시 간판 역할을 하는 빅테크 기업들을 비롯해 주요 기술·반도체 기업들이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된 바 있다. 시중 장기 금리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는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5% 를 향하는 식으로 빠르게 뛰면서 기업들 부채 부담을 키운 데다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감이 매수 심리를 눌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미국 주식시장 강세론을 내놓았던 글로벌 증권가에서는 단기 조정 가능성을 경고한다. 미국 투자사 레이먼드제임스의 제이브드 미르자 연구원은 2024년 12월 투자 메모를 통해 “미국 주요 주가지수가 중기(1~3개월) 가량의 교정 단계에 접어든 것 같다”면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와 러셀2000 지수에서 매도 신호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올해 3월까지는 대형주 중심인 S&P500 지수와 중소형주 중심 러셀2000 지수 모두 변동성이 클 것이기 때문에 대규모 자금을 한꺼번에 투자하는 경우 손실 위험이 크다는 경고다.
다만 전반적으로 증권가에서는 올해 시장이 상승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본다. 일례로 캐나다계 글로벌 투자사 RBC캐피털의 로리 칼바시나 연구원은 지난달 말 고객 메모 등을 통해 “S&P 500 지수가 연말 6600선까지 오르겠지만 단기에 일시적으로 5~10%가량 하락하는 조정장이 펼쳐지는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서 “시장이 이 정도의 조정은 견딜 수 있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미국 금융사 네이션와이드파이낸셜의 마크 해켓 시장 담당 수석 전략가는 “올해 1분기 초에 관찰되는 증시 하락은 한 번은 겪어야 하는 조정이며 올해 경기 침체나 증시 약세장을 예상하진 않는다”면서 “기술적 조정은 시장 건전성과 안정성 측면에서 바람직하며 통상 18개월마다 한 번 꼴로 발생한다”고 말했다. 기술적 조정이란 특정 종목 주가나 주가 지수가 전고점 대비 10% 이상 떨어지는 것을 말한다.
결국 주가 오른다면 모멘텀 ETF미국 증시 올해 1분기 변동장세를 보이면서 S&P500 지수 등 주요 지수가 단기 하락했지만, 지수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중에서도 ‘모멘텀 ETF’ 는 방어력이 눈에 띈다. 주식 시장이 강세일 때는 수익률이 기초 지수보다 더 크게 오르는 반면, 레버리지 ETF처럼 손실이 2배, 3배로 불어나는 식의 리스크는 비교적 작다는 점이 모멘텀 ETF의 강점으로 꼽힌다.
뉴욕증권거래소 등에 따르면 ‘인베스코 S&P500 모멘텀 ETF’(SPMO)는 올해 첫 거래일부터 1월 중순까지를 기준으로 연중 약 0.2% 떨어지는 데 그쳤다. S&P500 지수와 해당 지수를 단순 추종하는 ‘SPDR S&P500 트러스트 ETF’(SPY)가 같은 기간 각각 약 1.0%, 1.2% 하락한 것에 비하면 낙폭이 현저히 작은 셈이다.
시간을 넓혀 보면 지난해의 경우 미국 주식시장이 강세를 보인 가운데 주가 지수 ETF 중에서도 ‘모멘텀 ETF’ 는 레버리지 상품 못지 않은 수익률을 냈다. 일례로 인베스코 S&P500 모멘텀 ETF(SPMO)는 지난해 약 46% 올랐다. S&P500 지수와 SPDR S&P500 트러스트 ETF(SPY)가 같은 기간 모두 약 24% 오른 것에 비하면 두 배에 달하는 수익률이다.
레버리지 상품인 ‘디렉시온 데일리 S&P500 2배 ETF’(SPUU)가 약 45% 오른 것에 비해서도 소폭 높은 상승률이다. 모멘텀 ETF 인 인베스코 S&P500 모멘텀 ETF 총 운용 수수료율은 0.13% 로, 레버리지 ETF 인 디렉시온 데일리 S&P500 2배 ETF(0.68%) 에 비해서 낮은 편이다. 수수료 비용이나 수익률 성과 측면에서 모멘텀 ETF 가 더 우위를 보인 셈이다.
모멘텀 ETF는 주가 상승세가 강력한 종목을 선별해 이를 추격 매매하는 투자 전략으로 수익을 낸다. 단순히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하지 않고 6개월~1년 주가 성과에 따라 구성 종목을 바꿔가면서 주도주 장세를 빠르게 반영하기 때문에 상승장에서 더 큰 수익률을 올리는 식이다.
SPMO의 경우 S&P500 지수 포함 기업 500곳 중 주가 성과가 좋은 100곳에 투자한다. 운용사인 인베스코 측에 따르면 올해 1월 중순 기준 해당 ETF에서 구성 비중이 높은 상위 10개 종목은 아마존(10.32%)과 엔비디아(9.41%), 브로드컴(7.34%), 버크셔해서웨이(5.64%), 일라이릴리(5.45%), JP모건(5.27%) 등의 순이다.
모멘텀 ETF 는 포트폴리오 매니저의 판단이 중요하게 개입하는 액티브 ETF 와 달리 단순히 주가 성과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운용 수수료도 비교적 낮은 편이다. SPMO의 운용 수수료는 0.13% 수준으로 단순 지수 추종 ETF인 SPY (0.1%)과 비숫하고 ‘JP모건 배당성장 액티브 ETF’(JEPI·0.35%)나 디렉시온 데일리 S&P500 2배 ETF(SPUU·0.68%)보다 낮은 수준이다. 다만 모멘텀 ETF 가 언제나 고수익을 내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올해처럼 시장 변동성이 커진 시기 매수에 나선다면 분할 매수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리스크 관리에 유리하다. 주식시장이 전반적으로 약세여서 주도 업종·종목을 찾기 힘든 경우에는 수익률이 낮아지기 때문에 향후 증시가 조정 혹은 하락장에 접어들 때는 모멘텀 ETF 도 시세가 하락할 수 있다. 올해 초가 대표적인 사례다.
한편 월가에서는 미국 주식시장이 올해에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 등 집계를 보면 주요 글로벌 투자사들은 S&P500 지수가 내년 6500~7000으로 현재 수준보다 10%가량 더 오를 것으로 봤다. 일례로 골드만삭스와 JP모건은 S&P500 지수가 내년 말 6500, 도이체방크는 7000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 조절론에도 불구하고 금리가 올해보다 더 내려가면 기업들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고, 설비투자와 인수·합병(M&A) 이 늘어나 증시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JP모건은 7대 대형 기술기업(애플·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아마존·메타·알파벳·테슬라)을 제외한 493개 기업의 내년 순이익이 11.4% 증가할 것으로 점쳤다.
반면 미국 주식시장이 급격한 조정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월가의 대표적인 강세론자 톰 리 펀드스트랫 공동 창업자는 “2025년 S&P500 지수가 7000까지 올랐다가 같은 해 연말에는 6600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인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