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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톱픽스] 천연가스 | 美 에너지 패권 회복 시도 셰일가스 얼마나 늘릴지 관건
입력 : 2025.02.03 17:5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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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가스 가격이 새해 들어서도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원래 겨울철 수요라는 계절적 요인에 따라 연말연초 천연가스 가격이 오르는 것은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엔 지정학적 이유로 인한 공급 불안까지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경유 러시아 가스관 운영 중단, 미국의 러시아 제재가 공급 불안을 부채질하는 것이다. 여기에다 트럼프의 에너지 정책과 라니냐까지 천연가스 가격을 불안하게 할 요인은 많다.
1월 중순 헨리허브(HH)로 대표되는 미국 천연가스 가격은 백만Btu당 4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지난해 12월 초엔 3.08달러였지만 1월 중순엔 3.968까지 올라왔다. 두달이 안돼 30%가량 상승한 셈이다. 이에 따라 천연가스 선물 ETN 상승세 역시 가파르다. KB천연가스 선물 ETN(H)은 지난해 11월 초 3500원이었던 가격이 올 1월 중순엔 5200원까지 올랐다.
미국 천연가스의 경우 빅테크들의 데이터센터 관련 전력수요로 상승세가 보이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 신규 LNG 수출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통제를 즉각 해제할 것으로 밝히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정부 승인을 대기하고 있는 LNG수출사업 또한 허가할 방침이다. 유럽으로 LNG수출을 확대할 경우 헨리허브 가격의 상승이 전망된다.
이미 이러한 요인은 헨리허브 천연가스의 상승에 반영되고 있다. 플라크마인즈(Plaquemines) LNG 수출 플랜트가 시운전을 마치고 상업용 운영에 돌입하면서, 미국의 LNG 수출이 15Bcf/d(십억 입방피트/일)에 근접할 정도로 증가했다. 미국의 LNG 수출 설비 증대에 맞추어 글로벌 LNG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이영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EIA 전망에 따르면 미국의 LNG 수출 용량은 2026년에 20Bcf/d를 돌파하고, 2028년에는 24Bcf/d를 상회할 예정이다”라며 “이는 미국의 구조적인 천연가스 공급 과잉이 해소되는 환경으로 작용하여, 근월물 가격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는 콘탱고 폭을 낮추게 된다”고 말했다.
콘탱고란 선물가격이 현물가격보다 높거나 원월물 가격이 근월물보다 높은 현상으로 미래에 수급 차질이 예상될 때 발생한다. 콘탱고 폭이 낮아진다는 뜻은 근월물이 올라 원월물과 근월물의 차이가 적어진다는 것이다. 미국의 LNG 수출 설비가 늘어나는 것과 동시에 유럽과 아시아의 LNG 수입 또한 증가한다. 발전 수요 증가세가 지속되는 점도 수급 불안에 의한 구조적인 상승 요인이다. 특히, 에너지 믹스 차원에서 석탄 발전의 대체원으로 천연가스의 중요도가 부각되고 있기 때문에 중장기 추세는 지속될 수 있다.
라니냐 역시 천연가스 가격에 변수가 될 수 있다.
최진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라니냐발 천연가스 가격 상승은 원자재 시장에서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며 “천연가스가 이를 원료로 삼는 전력과 질소계 비료, 대체재인 난방유를 자극해 산업금속과 곡물, 그리고 유가를 후행적으로 상승(가격 전가)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올 7~9월 라니냐 발생 확률은 이전 전망치보다 5%포인트 상향됐으며 8~10월 확률은 35%로 추세상 재발할 수 있는 상황이다. 2021년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2021년 6월 라니냐가 재발할 것으로 확인되면서 천연가스 상승을 재개했으며 실제로 라니냐는 2023년 1월까지 이어졌다.
과거 패턴을 본다면 올해도 라니냐 재발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1950년부터 지금까지 18개월 이상 지속된 라니냐는 모두 7차례로 이 가운데 6차례가 슈퍼 엘니뇨 직후 발생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지난해 5월까지 발생했던 엘니뇨는 역대 5번째로 강한 슈퍼 엘니뇨에 속한다. 슈퍼 엘니뇨 이후에는 필연적으로 라니냐가 뒤따르기 마련이며 이번 역시 라니냐의 장기화를 예상할 수 있다.
천연가스 가격상승은 유럽에서도 더 두드러지고 있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인 TTF는 단기간 50유로로 2배 이상 급등했다. 특히 연초 들어 유럽의 가스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1월 본격화된 난방 시즌으로 높아진 계절적인 가스 수요에 더해 러-우 전쟁 여파로 공급 관련 불확실성이 높아진 점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4~9월 천연가스 비수기에도 올해는 다른 가격 흐름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말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파이프라인을 통해 유럽으로 수출하는 운송 계약을 갱신하지 않아 재고 상황이 평상시와는 다르다.
유럽은 2년 연속으로 비정상적으로 따뜻하고 습하고 바람이 많이 부는 겨울을 보냈다. 이는 난방 수요를 줄이고 가스 발전소에 대한 수요를 줄였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추운 겨울로 가스 수요가 증가했다. 이로 인해 겨울 말 재고 수준이 낮을수록 유럽은 다음 2025~2026년 겨울을 앞두고 봄과 여름에 더 많은 가스를 구매해야 한다. 지역 규정에 따라, 유럽 국가들은 11월 1일까지 재고를 최소 90% 이상으로 채워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을 통해 러-우 전쟁이 종식될 수 있다는 낮은 가능성만 바라보기엔 여전히 기후 상황은 좋지 않다.
러시아 비중 크게 줄어최근의 천연가스 가격 상승이 과도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은 “러-우 전쟁 이후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이미 크게 줄였고, 이에 우크라이나 경유 가스관 운영 중단이 실제 공급 여건에 미치는 영향은 2022년보다 약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유럽의 가스 수입량에서 러시아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40%에서 2023년 14%로 크게 줄어들었고, 우크라이나를 경유하여 유럽으로 보내지는 가스 또한 동기간 절반 이상 감소했다. 이에 천연가스 가격이 지난해 말 급등 이후 1월 초 이를 되돌리기도 했으나, 현재 재고 여건을 고려하면 천연가스는 당분간 공급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셰일 가스라는 대체재가 가격 조정을 이끌 여지도 있다. 트럼프 2기의 미국 정부는 에너지 관련 정책 기조가 전력 가격 안정을 위한 셰일(가스) 생산 확대에 중점을 두고 있는 만큼 연초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유럽에서 관측되는 가스 재고 부족, AI로 인한 본토 내 전력 필요성 등 수요 현황을 감안한다면 겨울철이 지난 후 3달러 선에서 등락하는 흐름이 나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천연가스 투자는 선물 가격 자체에 집중하는 ETN 투자가 있고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방법이 있다. 관련 기업 투자는 ETF로 쉽게 할 수 있다. 선물 ETN은 레버리지, 인버스, 2배 인버스 등 가격 방향성에 베팅하는 상품으로 여러 증권사에서 운용하고 있다.
ETF로는 삼성액티브운용이 운용하는 KoAct 미국천연가스인프라액티브가 있다. 엔브리지(ENB), TC에너지(TRP), GE버노바(GEV)등 에너지 기업 비중이 크다. 최근 한 달간 4.1%(1월 14일 기준)의 수익률을 거뒀다. 다만 가스 가격 현황을 감안하여 계절적 수요가 집중될 1분기까지 업스트림 기업 중심으로 투자기간을 짧게 가져가는 전략이 안전할 수 있다. 미국 대표 석유 및 가스 E&P 기업들을 모은 ETF인 IEO도 지난해 12월 초중순에는 하락하다가 하순부터 상승세로 전환해 최근 1개월 수익률이 4%대다. 다만 이 같은 수익률 상승을 이어가기 어려운 변수도 있다. 트럼프 2기 진행될 셰일 생산 확대, 현재 관측되는 기업들의 적극적인 생산 스탠스 등을 감안하면 현재 탐사 및 생산(E&P) 기업들의 주가는 계속 상승 모멘텀을 이어가기 힘든 측면이 있다.
[김제림 기자]